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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코로나 재확산, 지난 정부의 실기 반복 말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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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BA.5 변이 전파력, 면역회피성 모두 강해

병상 미리 확보하고 새 백신 도입 준비도

11일 오전 서울 송파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오전 서울 송파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계속해 온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까지 중단하는 등 코로나19가 재확산 국면에 들어섰다. 신규 확진자가 1주일 전보다 두 배로 늘어나는 ‘더블링’이 계속되고 있고, 다음 달 최대 20만 명까지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BA.2 변이보다 전파력과 면역 회피성이 모두 강한 BA.5 변이의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기존 확진자나 백신 접종자의 감염 우려도 높다고 한다.

BA.5 변이가 먼저 확산한 유럽 상황을 보면 무엇을 미리 준비해야 할지 알 수 있다. 유럽중환자의학회(ESICM)에 따르면 지난주 코로나19 신규 입원자 수는 프랑스 40%, 영국 34% 증가했다. 사망률은 다행히 높지 않다. 지난 8일 보건 당국도 브리핑에서 “BA.5 변이가 위중증률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위험도는 낮아도 이미 재확산이 시작된 만큼 입원자 수는 계속 증가할 것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폭증할 가능성이 크다. 6차 대유행의 시작이다. 이때는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가 급증한다. 이미 유행이 시작하고 난 뒤엔 늦다. 지난 정부처럼 제때 대응하지 못해 사태를 키워선 안 된다.

지난해 여름 정부는 4차 대유행을 앞두고 병상을 미리 확보하지 못해 큰 낭패를 봤다. 구급차를 타고 몇 시간씩 병원을 헤매는 일이 다반사였다. 재택치료를 하다 병세 악화로 응급실에 왔지만 병상을 얻지 못해 숨지기도 했다. 이를 타산지석 삼아 현 정부는 제일 먼저 병상과 전담 인력부터 확보해야 한다. 3월 오미크론 정점 당시 3만3165개에 달했던 코로나19 병상은 현재 5827개로 줄어든 상태다.

아울러 올가을~겨울 큰 규모의 재유행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30%대에 불과한 60대 이상 고위험군의 4차 접종률도 끌어올려야 한다. 지난봄 오미크론 대유행으로 백신에 대한 신뢰가 낮아졌지만, 중증화를 막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예방책은 백신이다. 이와 함께 4차 접종 대상을 60세 미만으로 확대할지 등에 대한 결정도 신속히 내려야 한다.

새로 개발 예정인 백신 확보엔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앞으로 면역 회피성이 큰 변이가 계속 나올 것이다. 지난 정부처럼 안이하게 대처하다가는 백신 확보에 뒤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뒤늦게 백신 확보에 나서는 일을 반복해선 안 된다.

마침 정부는 어제 처음 열린 감염병위기대응 자문위원회의 논의 내용을 바탕으로 13일 방역·의료 체계 대응 방안을 발표한다. ‘과학 방역’을 강조해 온 만큼 전문가들의 의견을 새겨듣고 ‘정치 방역’으로 흘러가지 않길 당부한다. 시민들도 팬데믹이 아직 끝난 게 아니라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개인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나와 가족, 이웃의 건강을 지키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