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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쨍쨍한 햇볕 아래 강아지풀이 생생한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한여름이 되었습니다. 밖에 나가 걷는 것만으로도 땀이 주르르 흐르지요. 매년 찾아오는 여름이지만 만날 때마다 참 귀찮고 답답하기도 해요. 하지만 자연에서는 이런 더위도 존재해 줘야 합니다. 특히, 식물은 여름이 되면 광합성을 많이 하기 때문에 꼭 필요한 계절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햇빛이 너무 강하면 아무리 광합성을 잘하는 식물들도 힘들어요. 심지어 칡과 같은 식물은 너무 강한 햇빛을 받지 않으려고 이파리의 각도를 조절하기도 하죠.

그런 식물 친구들이 있는가 하면, 누구나 힘겨운 더위에도 꽃을 활짝 피우는 식물들도 많고, 물 만난 고기처럼 팔팔하게 살아나는 식물도 있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식물을 꼽자면 ‘강아지풀’이 있어요.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

요즘은 초등학교 과학 수업에서 자연을 다루죠. 제가 학교에 다닐 때에는 자연책이 교과서였어요. 자연책을 보면, 쌍떡잎식물의 대표선수는 ‘명아주’이고 외떡잎식물 대표선수는 ‘강아지풀’이 꼽히곤 했죠. 그렇게 배워서인지 길을 가다가 강아지풀을 만나면 요즘에도 반갑습니다. 강아지풀은 줄기 끝의 북슬북슬한 이삭 부분이 마치 강아지 꼬리를 닮았다고 해서 이름이 강아지풀이 되었다고 하죠. 개꼬리풀이라고도 부르며, 한자로는 구미초(狗尾草)라고 써요.
신기하게도 다른 나라에서도 우리와 비슷한 생각을 했나 봅니다. 이름들이 비슷해요. 영어로는 폭스테일(foxtail)이라고 해서 개과 동물인 여우의 꼬리에 비유를 했고요. 일본에서는 에노코로구사(えのころぐさ·狗尾草)라고 해서 개꼬리풀이라고 하죠. 또 네코쟈라시(ねこじゃらし·猫じゃらし)라고 고양이 장난감, 이누쟈라시(いぬじゃらし·狗じゃらし)라고 개 장난감 취급을 하며 별명처럼 부르고 있습니다. 이른바 고양이 앞에서 강아지풀을 흔들면 재롱을 부린다는 반려동물 장난감 취급이죠.
흔히 잡곡밥을 해 먹을 때 들어가는 다양한 곡식 중에 ‘좁쌀’이 있습니다. 좁쌀은 바로 ‘조’라는 식물의 열매인데, 조의 원류를 강아지풀로 보는 시각도 있어요. 일단 둘은 같은 벼과(科·‘계-문-강-목-과-속-종’이라는 분류학의 단위 중 하나로 5번째 단계) 식물인 데다 같은 속(屬)이죠. 강아지풀속(Setaria)에는 약 100여 종이 열대·온대지역에 자라는데 조가 이 속에 속해요. 강아지풀의 이삭도 먹을 수 있다고 합니다. 아직 먹어보지 않아서 맛이 어떨지는 잘 모르겠네요.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

강아지풀에는 놀라운 삶의 전략이 숨겨져 있는데요. 바로 광합성 효율을 높이는 전략이죠. 광합성을 해서 이산화탄소(CO2)를 고정하는 방식에는 C3, C4, CAM의 세 가지가 알려져 있어요. 지구상의 대부분의 식물은 광합성을 해서 탄소 3개짜리 화합물을 만드는 C3회로로 되어있는 반면 강아지풀은 탄소화합물 4개짜리인 C4회로를 가지고 있죠.
식물은 광합성을 하는 데 필요한 이산화탄소를 잎을 통해서 흡수합니다. 잎에는 미세한 기공(氣孔)이라는 구멍이 있는데 이를 열어서 흡수하죠. 그런데 기공을 열면 동시에 수분(水分)까지 날아가 버립니다. 특히, 더운 여름엔 수분 증발이 훨씬 심하죠. 그래서 식물들은 한여름에 수분을 확보하기가 힘듭니다. 비라도 며칠 안 오면 곧바로 시들시들하게 되어버리는 거죠. 하지만 C4식물은 기공을 여는 횟수를 C3보다 적게 합니다. 한번 흡수한 이산화탄소를 잘 활용하는 것이죠. 광합성 효율이 훨씬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늘 길가에서 보게 되는 평범한 식물이라서 별로 관심을 가지지도 않고 지나갔던 강아지풀. 흔한 식물이기에 놀라운 전략이 있을까 싶었던 강아지풀도 알고 보면 이렇게 신비한 능력을 갖췄죠. 그런 생명체가 강아지풀뿐일까요? 대부분 현재 살아남아 있는 동식물들은 모두 오랜 시간 변화해 온 지구의 환경에 적응해서 살아오면서 터득한 자기만의 멋진 생존 전략을 갖고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나는 남과 다른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한번 자신을 잘 들여다보고 나만의 멋진 매력도 찾아보면 좋겠습니다.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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