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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병' 도진 지방의회…곳곳에서 감투 싸움에 원구성 파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민선 8기 지방자치단체 출범이 열흘을 넘겼지만, 전국 지방의회 곳곳에선 고질병인 ‘감투싸움’이 벌어지면서 원 구성이 파행을 빚고 있다.

대전 대덕구의회에서 의장 선출을 놓고 파행이 빚어지고 있다. 의원 정수 8명인 대덕구의회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각각 4석을 차지, 서로 의장을 하겠다며 맞선 상태다. [사진 대덕구의회]

대전 대덕구의회에서 의장 선출을 놓고 파행이 빚어지고 있다. 의원 정수 8명인 대덕구의회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각각 4석을 차지, 서로 의장을 하겠다며 맞선 상태다. [사진 대덕구의회]

대전 대덕구의회는 지난 7일 제1회 본회의를 열고 제9대 대덕구의회 의장·부의장을 선출할 예정이었지만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4명이 집단 퇴장하면서 회의 진행이 무산됐다. 회의를 진행하기 위한 의결 정족수(5명)를 충족하지 못해서였다. 대덕구의회는 정원이 8명으로 본 의회를 진행하려면 의원 5명이 참석해야 한다. 대전지역 5개 기초의회 가운데 원 구성을 마치지 못한 곳은 대덕구가 유일하다.

대덕구의회 국힘-민주 4석씩 차지 

민주당 의원들이 집단 퇴장은 ‘의장’ 자리 때문이다. 대덕구의회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각각 4석씩을 차지하고 있다. 투표해도 동수(표)가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여건은 민주당에 불리하다. 대덕구의회 조례와 회의규칙 등에 따르면 의장·부의장을 선출할 때 득표수가 같으면 최다선 의원, 최다선 의원이 2명 이상일 때는 연장자가 당선자가 된다.

대덕구의원 8명 가운데 재선의원은 1명, 나머지 7명은 모두 초선이다. 재선은 국민의힘 김홍태(65) 의원으로 그는 제8대 의회에서 부의장을 지냈다. 연장자 규정을 들더라도 김 의원이 나이가 가장 많다. 그다음 연장자는 국민의힘 양영자(58) 의원으로 민주당 연장자인 박효서(54) 의원보다 4살이 더 많다. 김홍태 의원은 지난 6일 의장 후보로 등록했다.

대전 대덕구의회에서 의장 선출을 놓고 파행이 빚어지고 있다. 의원 정수 8명인 대덕구의회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각각 4석을 차지, 서로 의장을 하겠다며 맞선 상태다. [사진 대덕구의회]

대전 대덕구의회에서 의장 선출을 놓고 파행이 빚어지고 있다. 의원 정수 8명인 대덕구의회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각각 4석을 차지, 서로 의장을 하겠다며 맞선 상태다. [사진 대덕구의회]

대덕구의회 민주당 원내대표인 유승연 의원은 “(국힘은) 4대 4 동수 균형을 이뤄준 대덕구민의 뜻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전반기는 야당(민주당), 후반기는 여당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힘 "규정대로" vs 민주 "견제 위해 우리가"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 의원들이 의회와 주민을 경시하는 태도에 놀라움과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의회의 모든 의사 결정은 관련 규정과 원칙에 따라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의원 수가 각각 4명으로 구성된 강원 동해시의회도 의장·부의장 선거가 무산되면서 11일 2차 투표를 진행한다. 동해시의회는 지난 5일 제320회 임시회를 열고 의장단은 선출할 예정이었지만 각각 과반(5표)을 득표하지 못하면서 모두 부결됐다. 의장 후보로는 민주당 이창수, 부의장 후보로는 국민힘의 최명관 의원이 각각 나섰지만 두 사람 모두 4표를 얻는 데 그쳤다.

강원 동해시의회가 의장단 선출을 놓고 갈등을 빚는 가운데 지난 5일 의원들이 의장과 부의장을 선출하고 있다. [사진 동해시의회]

강원 동해시의회가 의장단 선출을 놓고 갈등을 빚는 가운데 지난 5일 의원들이 의장과 부의장을 선출하고 있다. [사진 동해시의회]

동해시의회 회의규칙(제8조)에 따르면 ‘의장과 부의장 선거는 무기명 투표로 하고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 득표로 당선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역 정치권에선 각 당의 의원들이 같은 당 후보에게만 투표하고 다른 당 후보에게는 기표하지 않는 방식으로 무효표를 던진 것으로 분석했다.

여야 각각 4석 동해시의회, 의장단 선출 무산

상임위원장과 상임위별 위원 선임을 놓고 갈등을 빚던 충북 충주시의회는 막판 합의로 의회를 개원했다. 충주시의회 정원은 19명으로 국힘 11명, 민주당 8명으로 이뤄져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다수당인 국힘이 이른바 ‘알짜 상임위’에서 주도권을 행사하기 위해 소속 의원을 추가 배치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두 당은 마라톤협상 끝에 국힘이 민주당의 제안을 일부 수용하면서 원 구성이 마무리됐다.

'탁구공 뽑기'까지 나와 

의회 의장을 일명 ‘탁구공 뽑기’로 결정한 곳도 있다. 광주 광산구의회 민주당 의원은 모두 14명인데, 광산 갑·을 지역위원회 소속이 각각 7명씩이다. 지역위별로 서로 전반기 의장을 고집해 갈등이 불거졌고 결국 광주시당에서 탁구공 추첨을 통해 결정하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광산구의회 전체 의석은 18석(비례 2석 포함)이다. 민주당 14석을 제외한 나머지 4석을 진보당(3석), 정의당(1석)이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의장 선거를 비롯해 부의장, 상임위원장 등 모두 민주당이 독식했다. 광산시민연대는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6·1지방선거에서 37%라는 최저 투표율을 보여준 광주시민의 경고를 민주당이 무시한 처사”라며 “소수와 약자를 배려하지 않는 다수결은 독선과 아집으로 변질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여야 의원이 각각 5명으로 구성된 대전 동구의회는 지난 5일 대전지역 5개 기초의회 가운데 가장 먼저 원구성을 마치고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동구의회는 임시회를 통해 만장일치로 제9대 전반기 의장에 박영순(4선), 부의장에 강정규(4선) 의원을 각각 선출했다. 민주당 측은 투표를 하더라도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선수와 나이에서 밀린다고 판단, 상임위원장 두 자리를 배정받는 수준에서 합의했다.

대전동구의회가 대전지역 5개 기초의회 가운데 가장 먼저 원구성을 마친 가운데 박영순 의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 동궁의회]

대전동구의회가 대전지역 5개 기초의회 가운데 가장 먼저 원구성을 마친 가운데 박영순 의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 동궁의회]

대전동구의회 "의장, 상임위원장 배분" 합의 

대전동구의회 박영순 의장은 “불협화음 없이 원만하게 원 구성을 마치게 도와준 동료 의원들께 감사드린다”며 “앞으로도 민주적인 절차와 협치로 구민들의 행복을 위한 의정활동에 전념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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