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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4년뒤 찾아온 정신질환…손해배상 소송 결과는 [그법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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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법알 사건번호 55] 교통사고 4년 뒤 ‘충동적‧폭력적’ 진단…배상은 언제부터

2010년 6월 어느 날 밤 김사고(가명)씨는 걸어가다 지나가던 승용차에 치여 어깨와 머리를 꽤 크게 다쳤습니다.

[중앙포토]

[중앙포토]

2년 뒤 김씨는 부모님과 함께 승용차 운전자를 만나 손해 배상금 1억1000만원을 받고 이후 민‧형사 소송이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합의했습니다. 단 사고와 인과관계가 있는 부분은 운전자가 책임지는 조건으로요.

당시 의사는 “정신과적인 개호는 필요하지 않다”고 평가했습니다. 개호(介護)란 혼자서는 지내기 어려운, 즉 반드시 간호‧간병해야만 하는 질병을 일컫습니다. 쉽게 ‘돌봄’으로 지칭하겠습니다.

문제는 배상금을 받은 뒤로부터 2년이 흘러 발생합니다. 2014년 11월, 김씨는 “충동적·폭력적인 모습이 관찰되는 등 정신 질환이 있다”며 “수시로 타인의 수발이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전반적인 인지 기능 저하뿐만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성적이거나 폭력적인 행동을 표출하고, 현실 검증력이 전혀 없고,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모습을 보이므로 하루에 6시간의 수시 돌봄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내려졌죠.

이 때문에 김씨는 정신질환에 따른 돌봄비(개호비)를 손해배상해달라고 운전자가 가입한 보험사를 상대로 소송을 냅니다.

여기서 질문  

이미 합의하긴 했는데, 보험사가 손해를 배상해줘야 할까요? 해줘야 한다면 사고 시점부터일까요, 정신질환 진단 시점부터일까요?

법원 판단은

네. 법원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사건 합의 당시에는 김사고씨가 예상하지 못했던 사고로 인한 돌봄비가 발생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남은 기대 여명(2062년)까지 1일 4시간의 돌봄이 필요하다고 보고 손해배상을 계산해 1억3747만원을 지급하라고 했죠. 그리고 1‧2심은 사고씨가 사고를 당한 2010년 6월 3일부터 ‘손해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오기까지의 기간을 손해배상이 지연된 시기로 보고 지연손해금을 매겼습니다.

다만 법원은 김사고씨도 시야가 제한된 밤에 차와 마주 보는 방향의 길 가장자리가 아닌 차 진행 방향 우측으로 걸어서 뒤에서 접근하는 차의 동태를 제대로 살피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보고, 과실 비율을 김사고씨 10%, 보험사 90%로 봤습니다. ‘기왕증’도 50% 고려됐습니다. 기왕증은 ‘사고 나기 전부터 이미 사고씨가 가지고 있었던 질병적 요인’이란 뜻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연 손해금 시기를 달리 봤습니다. 재판부는 “행위 당시에는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후발 손해”라는 점입니다. 이러한 손해가 새롭게 발생한 경우에는 “후발 손해 판명 시점에 불법 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채권이 성립하고, 지연 손해금 역시 그때부터 발생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습니다.

이에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정신 질환이 일어난 2014년 11월 17일을 기준으로 잡지 않고, 교통사고가 난 2010년 6월 3일을 기준으로 잡은 원심에 대해 다시 판단하라고 8일 밝혔습니다.

그법알

 ‘그 법’을 콕 집어 알려드립니다. 어려워서 다가가기 힘든 법률 세상을 우리 생활 주변의 사건 이야기로 알기 쉽게 풀어드립니다. 함께 고민해 볼만한 법적 쟁점과 사회 변화로 달라지는 새로운 법률 해석도 발 빠르게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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