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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성탁의 시선

민주당, 반사이믹만 노린다면 침몰 깊을 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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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김성탁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대통령 지지 빠져도 야당은 제자리

 당 대표 선출 앞두고 계파 갈등만

'먹고사니즘' 시대 새 가치 찾아야

김성탁 논설위원

김성탁 논설위원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율이 하락세다. 초기 내각을 서울대 출신 중장년 남성 위주로 채우고, 도덕성 시비 등으로 후보자들이 낙마한 인사 난맥상이 한 원인이다. 대선 전부터 우려를 낳았던 김건희 여사 관련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여당은 내부 분란 상황이고 “고물가로 서민은 힘든데 대통령이 빵 쇼핑 다닐 때냐”는 반응처럼 경제 위기 대응 태도도 도마 위에 올랐다.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호남을 제외하면 서울에서 높다. 또 지지 정당이 없다고 밝힌 부동층에서 두드러진다. 대선과 6·1 지방선거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 이들이 마음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실망 여론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으로 고스란히 옮겨가지 않고 있다.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의. 김상선 기자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의. 김상선 기자

 민주당 측은 새 정부 출범 초기라 당장 여론이 야당에 관심을 주긴 어렵다고 여길지 모르겠다. 하지만 민주당은 다음 달 새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준비 중이다. 대선에서 졌다지만 국회 과반 의석을 지닌 거대 정당의 지도부 선출에 국민적 관심이 쏠리지 않는 이유가 뭘까. 대선 때 0.73%포인트 차로 석패했고, 이재명 후보가 1600만표나 얻었는데도 말이다.

 이유를 따져보려면 ‘졌잘싸’라고 민주당이 평가하는 지난 대선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대선이 간발의 차이로 끝난 데에는 호남과 2030 여성 표의 막판 결집이 큰 역할을 했다. 영남과 호남만 놓고 보면 당시 윤석열 후보가 이 후보보다 더 얻은 표는 20만여표에 불과했다. 호남에선 안철수 후보가 과거 보수정당과의 연합을 사과한 직후 단일화를 발표하자 거센 역풍이 일었다. 여기에 ‘1번남’‘2번남’ 밈을 돌린 여성층 결집이 없었다면 더 큰 차이로 패했을 가능성이 크다.

 정권과 지지기반을 동시에 잃은 정당에서 지도부를 새로 뽑는데, 민주당은 어느 계파가 이기느냐에만 관심이 쏠려있다. ‘그 나물에 그 밥’ 경선이 예고돼 있다. 2030 남녀를 갈라치기해 한국 정치에 해악을 끼쳤다는 비판을 받지만, 대선을 앞둔 지난해 국민의힘이 30대 이준석을 당 대표로 뽑은 이변을 선보였던 것과 대비된다. 이준석의 등장은 한국 보수정당이 바뀌었다는 상징이자, 박근혜 탄핵으로 추락했던 국민의힘과 지지층의 승부수였다.

 민주당 전대가 이런 파격을 잉태하지 못하는 이유는 경선 룰에도 있다. 전당대회준비위가 당 대표 예비경선에 국민 여론조사 30%를 반영하자고 하자, 비상대책위가 국회의원 중심의 중앙위원회 100%로 바꿨다가 당내 반발로 당무위가 되살렸다. 본경선은 대의원 30%, 권리당원 40%, 일반국민 25%, 일반당원 5%로 치른다. 현역 의원의 영향력이 센 대의원을 국민의힘은 진작 없앴다. 당원 50%, 국민 50%로 뽑았기에, 0선 30대 당 대표가 가능했다. 민주당은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 출마도 막아버렸다. 파격을 원천봉쇄한 민주당이 얼마나 기득권 공동체가 돼 있는지 보여준다.

 더 큰 문제는 전대를 앞두고 민주당에서 가치 경쟁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민주당 세력은 민주화에 기여했고, 민주화는 달성됐다. 매일 수만 명이 인터넷 댓글로 대통령을 비하해도 멀쩡한 나라가 됐다. 하지만 그뿐이다. 민주당은 새 가치를 찾아야 한다. 선진국에 진입한 한국에서 산업화를 이끈 국민의힘 계열이 산업화를 내건다고 통하겠는가. 양극화와 세대·젠더·계층 갈등, 고령화 해법과 일자리를 제공할 지속가능한 성장 등 새 과제가 주어진 시대다. 평화를 위한 도전에 나섰지만 부동산 실정으로 직격탄을 맞은 민주당은 '먹고사니즘' 해법에 집중해야 한다. 서민과 중산층, 격차와 소외를 관통하는 지향점 없이 민심을 얻기 어렵다.

 윤석열 정부의 실책만 기다렸다가는 민주당에 치명타가 될 것이다. 민주당 내에 “경제를 왜 야당이 챙기느냐. 여당이 할 일”이라는 반응이 있다고 한다. 경제 여건이 당장 좋아질 리 없으니 지켜보자는 심산이라면 착각이다. 윤석열 정부가 성과를 못 내도, 2년 후 총선 때 집권 세력이 바뀌지 않는다. 과반 의석을 갖고도 위기 해결에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총선 때 야당에 왜 표를 주겠나.

 민주당 의원들은 누가 당 대표가 되느냐에 따른 총선 공천 유불리를 따지고 있을 것이다. 유권자가 안 찍어주면 공천은 받아 뭐하나. 용산 대통령실 공사에 신생 업체가 선정됐다는 의혹이 나올 당시 SNS에 이런 글이 올랐다. ‘국민의힘이 야당이었으면 진작 의원들이 그 업체 앞에 가서 기자회견을 했을 것이다.’ 야당으로서 견제 역할도 제대로 못 한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이 변하지 않는다면 침몰은 깊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