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콤한 깍두기 곁들인 곰탕 국물 맛 "구수"|하동관(서울 중구 수하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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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세상에는 계속 변모를 거듭하면서 발전해야만 바람직한 것들이 있는 반면, 우직하리만큼 변화를 거부하는 고집스러움이 미덕으로. 평가되는 경우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30여년을 즐겨 찾고 있는 서울 을지로 입구 조흥은행 본점 뒤편에 위치한「하동관」(776-5656)의 곰탕은 예나 저금이나 그 맛이 한결 같아 정겨운 단골집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알이 있듯이 세상의 인심 또한 얕게 모르게 달라지기도 하는 법이지만 이러한 시류 속에서도 놋그릇에 담긴 예스러우면서도 구수한 이 집의 곰탕 맛은 30여년 동안 변함이 없으니 더욱 정겨울 수밖에 없다.
원래 전통적인 음식을 좋아하는데다가 약간의 식도락 취향이 있는 나는 단골 밥집을 고르는 일에도 조금 까다로운 편이다.
평소 곰탕과 김치찌개를 즐기는 편인데, 이들 특정 음식에 오랫동안 길들여진 때문이다.
그래서 출장 때에도 어느 원로 작가의 한국음식 안내책자를 꼭 지니고 다니면서 전통음식에 대한 각 지역의 고유한 맛을 두루 섭렵하기도 한다. 「하동관」음식은 우선 밥집의 분위기부터 고향과 같은 친밀감이 드는데다 서민적인 맛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어 좋다.
사실 곰탕은 우리나라 고유의 대중 음식인 동시에 서민들이 즐기던 맛 이였는데, 이 집 역시 50여년을 이어온 탓인지 긴 나무 의자가 다소 낡았지만 오히려 그것이 서민적이면서도 자연스러운 멋을 풍긴다..
게다가 이 집 곰탕 맛의 비결은『사골 국물과 깍두기 김칫국의 배합』이라는 종업원의 귀띔이 아니더라도 알맞게 익혀 새콤한 깍두기를 곁들인 곰탕의 국물 맛이란 여간 담백한게 아니다.
그런데 이 각별한 맛이 내가 상공부에 재직하던 60년대나 지금이나 조금도 변함이 없는 것이다.
세월은 흘러 이 집 문턱을 함께 드나들던 인걸은 간데 없으되 곰탕의 맛은 여전히 의구하니 문득 세상살이가 무상하면서도 새삼스럽다.
가격은 곰탕 보통이 3천원, 특 4천원, 수육이 1만원 정도로 일반 음식점의 가격 수준이다. <김형배(소비자보호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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