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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신인류 알파세대, 큰 그림 볼 수 있게 절제 가르쳐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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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5호 26면

[천근아의 세상 속 아이들] 알파세대 자녀와 Y세대 부모 

“세형이는 커서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

“발명가요.”

“무엇을 발명하고 싶은데?”

“지구의 공기를 정화시키는 초대형 공기청정기를 만들고 싶어요.”

올해 초등학교 3학년인 세형이는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만 받다가 3학년이 되어서 비로소 등교를 시작한 후 학교 적응이 어렵자 상담을 받으러 왔다. 세형이는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자 재난과 감염, 사고, 지구 온난화 등과 같은 세계 보건과 환경에 대한 주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한다. 매일 아침 인터넷 뉴스로 코로나 확진자 수를 확인하고 부모에게 치료제가 왜 빨리 나오지 않는지 자꾸 물어서 부모가 난처했다고 한다.

초등학교 4학년 민재는 영상 크리에이터가 꿈이다. 여가시간에 ‘로블록스(roblox)’로 요리도 하고 직원을 뽑고 월급도 주며 레스토랑을 경영하는 게임을 한다. ‘로블록스’는 사용자가 게임을 프로그래밍하고 다른 사용자가 만든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온라인 게임 플랫폼이다. 일종의 메타버스(현실 세계에서의 사회적·경제적 활동이 통용되는 3차원 가상공간)이다.

“민재야, 로블록스를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어?”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내가 물었다.

“아빠가 먼저 제안해서 시작하게 되었는데, 지금은 혼자서 하고 주말에는 아빠랑 같이 해요” 민재는 약간 신이 난  듯 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아빠가 빙그레 웃는다.

2010년대 초반~ 2020년대 중반 출생

천근아의 세상 속 아이들

천근아의 세상 속 아이들

세형이와 민재 모두 알파세대(Generation Alpha)이다. 알파세대는 MZ세대의 다음 세대로서 대략 2010년대 전후부터 2020년대 중반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말한다. 올해를 기준으로 영유아부터 초등학교 6학년 정도까지의 세대다.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유비쿼터스(Ubiquitous)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은 세대이며 영유아 시기부터 디지털 사회의 영향을 전면으로 받아, 놀이 문화 역시 모바일과 인공지능이 기반이다. 즉, ‘아날로그’라는 개념이 완전히 사라진 디지털 시대에 태어난 첫 세대가 알파세대다.

이런 알파세대 아이들이 지난 2년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고립되면서 야외 스포츠 활동이나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 줄었고 가상 공간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됐다. 자연스럽게 알파세대 아이들은 감염, 오염, 재난, 사고 등과 같은 사회적 문제라는 주제를 접하게 됐고 가족과 식사 시간마다 코로나 관련 소식을 공유하며 대화를 나눴을 것이다. 위 사례 속 세형이처럼 디지털 친화적인 알파세대가 팬데믹까지 경험하면서 사회와 세상 문제에 급격히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알파세대』라는 책을 저술한 공동저자 애슐리 펠(Ashley Fell)은 알파세대에게 코로나19 팬데믹은 경제적, 사회적, 교육적, 심리적으로 지속적인 흔적을 남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어느 세대보다도 가족을 더욱 소중히 여기고 재택근무를 일반적인 노동 방식으로 여기게 될 것으로 예측했다. 또한 어느 세대보다도 훨씬 유연하고 탄력적인 세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알파세대의 부모는 대체로 Y세대이다.(드물지만 X세대 부모도 있다) Y세대는 ‘밀레니얼 세대’로도 불리우며 1980년~1994년 사이 출생한 세대를 말한다. Y세대 부모는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육아를 한다. 급격히 발달한 정보통신 기술의 영향 하에서 20대를 보낸 이들이 부모가 된 후, 육아 정보를 얻기 위해 가족이나 친구가 아닌 인터넷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따라서 Y세대 부모들은 과거 세대 부모들보다 아동 발달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다. 나를 포함한 소아정신과 전문의들은 자녀 상담을 위해 병원을 찾은 Y세대 부모들의 방대한 의학 정보와 육아 상식에 놀라곤 한다. 그 정보의 정확성 여부는 둘째 치더라도 인터넷 상에서 관련된 모든 글을 다 읽어본 후에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또한, 알파세대의 Y세대 부모들은 가족 활동이나 자녀 양육 과정을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에 기록하고 공유한다.

Y세대 부모들은 자녀에게 공감하려고 애쓰고 글로벌 감각을 지니고 있으며 현대 사회의 다양성을 폭 넓게 이해하고 있다. 따라서 자녀들을 양육하기 상당히 좋은 조건을 지닌 세대라고 할 수 있다. 알파세대 자녀에게 지시적이고 권위적이지 않아 자녀들의 행동에 대해 관대한 경우가 많다. 어쩌면 소아정신의학에서 가장 이상적 부모 유형인 ‘민주적 부모’를 어느 세대보다 잘 실천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반면, Y세대 부모들에게는 과거 세대 부모들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도전이 주어졌다. 그것은 바로 알파세대 자녀의 스마트 기기 중독, 사이버 괴롭힘, 아동 친화적 콘텐츠 관리다.

Y세대 부모 본인들이 디지털 기기에 친화적이고, SNS 소통에 워낙 익숙하기 때문에 자녀들의 스마트 기기 사용과 영상 및 게임 콘텐츠 노출에 관대한 경우가 많다. 실제 외래에서 부모들로부터 “아이가 스마트폰 많이 보는 것이 그렇게 좋지 않는 건가요?”라는 뜻밖의 질문을 많이 받는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부모들에게는 자녀의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과 영상 노출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다. 부모가 자녀들의 모바일 사용 시간을 관리하고 싶지만 방법을 잘 모르겠다는 고민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Y세대 부모들은 아이에게 스마트폰 노출이 정말 안 좋은 것인지 여부에 대해 확인 받고 싶어 하며, “그래도 요즘 같은 시대에 스마트폰을 못하게만 할 수는 없지 않나요?”라고 항변하기도 한다.

맞는 말이다. 지금은 사이버 가상 플랫폼에서 현실 업무와 놀이문화를 구현할 수 있는 디지털 세상이 도래했다. 스마트폰 없이 생활한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는 시대다. 그렇기에 두뇌 발달이 완성되지 않은 알파세대 자녀에게 부모의 책임과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 것이다. 그것이 Y세대 부모에게 도전이자 숙제이다.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는 자녀를 어떻게 양육했을까? 잡스도 자녀들에게는 아이패드 같은 스마트 기기 사용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런 사실은 『스티브 잡스』 전기 작가 월터 아이작슨에 의해 뒤늦게 알려져 많은 사람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주었다. 스티브 잡스는 “저녁이면 식탁에 앉아 아이들과 책, 역사 등 여러 가지 화제를 놓고 대화했다”면서, “아무도 아이패드나 컴퓨터 얘기를 끄집어내지 않았다. 아이들은 전혀 기기에 중독된 것 같지 않았다”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분석력 뛰어나지만 창의력·융통성 부족

2014년도 뉴욕 타임즈는 잡스 이외에도 첨단 기술 기업의 최고경영자나 벤처 사업가들 중, 평일에는 자녀들에게 모든 스마트 기기를 엄격하게 금하고, 주말에만 시간을 정해 사용하게 하는 부모들이 많다는 내용을 전했다.

작년 3월 헝가리 연구팀의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발표한 기사가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의 뇌는 세부 그림에 집중하기 전에 ‘큰 그림’을 보는 경향이 있는데, 어린 나이부터 디지털 기기를 사용한 사람은 전체 그림보다는 작은 세부 사항에 더 많이 집중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알파세대’는 매일 디지털 기술에 끊임없이 노출되어 살고 있다. 이는 사람으로 하여금 주변 환경을 보는 방식을 바꿀 뿐만 아니라 주의력, 인지, 감정, 사회성 발달에도 영향을 미친다.

연구팀 리더인 애덤 미클로시(Adam Miklosi) 교수는 “모바일로 단 6분간 풍선 쏘기 게임을 했던 아이는 주의력 검사에서 세부적인 것에만 집중하는 양상을 보였다”며 “반면, 디지털이 아닌 게임(두더지 잡기 게임)을 했던 아이들은 전체에 집중하는 주의력 양상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인지적 특성은 분석적 사고에는 능숙할지 몰라도 덜 창의적이고 융통성이 부족하며 사회적 기술이 결핍 될 수 있다.

육아에 있어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불변하는 가치가 있다. 아무리 최첨단 디지털 세상이 되어 소통 방식이 상상할 수 없이 변하더라도, 인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세상을 보는 시야가 좁은 사람은 기술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 ‘알파세대’가 훗날 성장하여 기술의 편리함 속에서 위험성을 분별해내고, 스스로 안전을 지키며, 난관과 좌절을 감내하고 다시 도약할 수 있는 힘을 지니려면 부모가 어린 자녀에게 절제를 가르치고 균형 잡힌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 미래를 이끌 주인공은 디지털 기술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천근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교수. 연세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석·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장으로 재직 중이다. 2008년 영국 국제인명센터(IBC)의 ‘세계 100대 의학자’로 선정. 서울시교육청 자문위원, 가정법률상담소 교육위원, 법무부 여성아동정책심의위원으로 활동했다. 현재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홍보이사로 활동중이다. 저서로는 『아이는 언제나 옳다』, 『엄마 나는 똑똑해지고 있어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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