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근 "세번 양보했는데 또 굴복? 내 폰엔 항의문자 6200통" [단독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2022.07.01 02:00

업데이트 2022.07.01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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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민생이 파탄나고 당정은 내부 갈등을 벌이는 상황에서, 야당 탓만 하고 있는 여당에 중도층이 공감하지 않을 것"이라며 "여당이 착각에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김경록 기자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민생이 파탄나고 당정은 내부 갈등을 벌이는 상황에서, 야당 탓만 하고 있는 여당에 중도층이 공감하지 않을 것"이라며 "여당이 착각에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김경록 기자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입법부 마비 사태’ 책임의 한 축이다. 그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서로 ‘네 탓 공방’을 벌이는 사이, 국회가 한 달 넘게 완전히 멈췄기 때문이다.

비록 야당이지만, 국회 의석수만 놓고 보면 칼자루는 박 원내대표가 쥐고 있다. 민주당이 299석 중 과반인 170석을 보유하고 있어서다. 박 원내대표 역시 30일 오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원내 1당으로서 국회가 한 달가량 공전 상태에 있는 데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문을 열었다.

박 원내대표가 택한 국회 정상화의 첫 카드는 의장단 단독 선출이다. 그는 “고금리·고물가·고유가로 민생과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국회가 관련 입법도 하고, 정부 대책을 따져 물어야 할 때”라며 “국회 본회의 직전까지 국민의힘의 태도 변화가 없으면, 국회의장단을 선출해 입법부 공백 상태를 막겠다”고 밝혔다.

다만 박 원내대표는 “이미 (여당에) 주기로 한 법사위원장을 포함한 상임위원장 선출은 하지 않겠다”며 “마지막까지 국민의힘의 전향적인 입장을 촉구하고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국회의장만 뽑는다고 뭐가 달라지나.
“중간 조정자가 생기는 거다. 국회의장은 무소속이 되기 때문에 중립적인 위치에서 극한 대립을 조정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최소 조치만 한다는 건가.
“상임위 구성 전에도 필요한 일은 할 수 있다. 예컨대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검찰 수사를 받는 상황이 됐는데, 인사청문특위를 구성할 수 있다. 또 물가 인상에 대한 긴급 조치도 특위를 구성해 논의할 수 있다. 유류세 인하 폭을 50%나 70%로 늘릴 수도 있다.”
‘일방 독주’ 비판을 받을 거다.
“물론 여당에선 항의할 거다. 그런데 법사위원장을 우리 몫으로 한다든가, 다른 상임위원장을 단독으로 선출하자는 게 아니지 않나. 의장단만 먼저 선출하고 가겠다는 거다. 국민들도 정상참작 해주실 거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의 국회의장·법사위원장 동시 선출 제안에 대해 "어떻게 입법부의 수장과 상임위원장을 같은 저울에 놓고 얘기하느냐"라며 "정말 무책임한 사고"라고 주장했다. 김경록 기자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의 국회의장·법사위원장 동시 선출 제안에 대해 "어떻게 입법부의 수장과 상임위원장을 같은 저울에 놓고 얘기하느냐"라며 "정말 무책임한 사고"라고 주장했다. 김경록 기자

민주당의 요구는 뭔가.
“제가 요구하는 건 지난 4월 (‘검수완박’ 관련) 국회의장 중재안 합의로 돌아가 약속을 지키라는 것뿐이다. 국회 사법개혁특위 구성은 국민의힘 명단만 제출하면 된다. (‘검수완박’ 입법과 관련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법무부가 낸 건 어쩔 수 없으나, 합의 당사자였던 국민의힘은 취하해야 한다.”
이미 권 원내대표가 모두 거부했다.
“우리는 한덕수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을 처리했고, 지방선거 직전 추가경정 예산안도 그대로 처리했다. 이번에 법사위원장까지, 세 번을 양보했다. 거기에 또 굴복해라? 얼마나 안하무인격 점령군 같은 태도인가. 국민의힘은 단 한 번의 양보도 없이 여기까지 왔다.”
국회는 야당의 전장이다. 굴복하는 게 국민 마음을 얻는 길일 수도 있다.
“어떤 국민이 그런 얘길 좋아하겠나. 국민의힘 지지하는 분들은 만세를 부를 거고, 민주당 지지층은 ‘당이 왜 이렇게 물러터졌냐’고 할 거다.”

박 원내대표는 이 대목에서 “지금도 문자가 왔다”며 자신의 휴대전화를 꺼내 보였다. 그의 휴대전화엔 문자메시지 6200통이 와 있었다. 박 원내대표는 “대부분 ‘법사위 양보하지 마라’, ‘저쪽은 배 째라는 식인데 왜 야당이 양보하느냐’는 내용”이라며 “저는 이런 부담을 안고도 국회 정상화를 위해, 권한도 없는 전임 원내대표 합의에 따라 법사위원장직을 넘기기로 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던 중 자신의 휴대전화를 들어보이고 있다. 그의 휴대전화엔 "법사위를 왜 양보하느냐"는 지지자들의 항의 문자 6200통이 찍혀 있었다. 김경록 기자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던 중 자신의 휴대전화를 들어보이고 있다. 그의 휴대전화엔 "법사위를 왜 양보하느냐"는 지지자들의 항의 문자 6200통이 찍혀 있었다. 김경록 기자

협상 진척이 왜 없다고 보나.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본다. 우선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독박을 씌우려는 일관된 전략을 갖고 있다. ‘민주당이 독선과 횡포를 부려서 윤석열 정부가 일할 수 없다’고 야당 탓을 하며, 22대 총선에서 민주당 심판론을 띄우고 싶은 거다.”
또 다른 이유는 뭔가.
결국 키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갖고 있다. 4월 합의 파기 때도 한 장관이 이준석 대표, 윤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지금도 한 장관이 사법개혁특위 구성, 권한쟁의심판 취하에 대해 키를 딱 쥐고 있다. 윤 대통령도 확고한 입장이 있을 거다. 권 원내대표는 그들을 설득할 처지와 능력이 안 된다.”
권 원내대표가 해결할 수 없는 것 아닌가.
“권 원내대표가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핵심이라면 결단을 내리라는 거다. 하지만 ‘허세 윤핵관’이라면 방관할 수밖에 없을 거다. 국회 원 구성의 문제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직접 나서긴 어렵겠지만, 대통령도 당정 간 소통 과정에서 리더십을 발휘해 ‘국회 정상화를 위해 양보하라’고 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6월 초 출범한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에 인사검증 권한을 부여하기 위해 정부조직법을 개정하는 대신 대통령령을 수정했다. 행정안전부 장관의 경찰 통제권을 부여하는 경찰국(가칭) 신설도 법 개정이 아닌 대통령령 수정으로 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이 같은 ‘시행령 정치’에 대해 “위헌·위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시행령 정치에 어떻게 대처할 건가.
“시행령이 모(母)법 취지에 어긋나면 본회의 의결로 부처에 수정검토를 권고할 수 있다. 만약 윤석열 정부가 이를 거부하면 장관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킬 거다. 더 나아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도 추진할 수 있다. 그 상황까진 안 가길 바란다.
윤 대통령 지지율은 떨어지는데, 민주당은 반사이익을 못 누린다
“대선과 지방선거를 진 정당의 지지율이 곧바로 회복되는 경우가 있었나. 새 정부 출범 초기라서 국민들은 야당을 좀 더 엄격한 잣대로 평가하고 있다. 다만 선거에 연패한 우리도 ‘하고 싶은 것 다 하겠다’는 객기와 오만을 버려야 한다.”
원내 전략의 문제일 수 있다. 지방선거 패배는 검수완박 입법 때문 아닌가.
“전혀 영향이 없진 않았다. 하지만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원인은 대선에서 진 거다. ‘검수완박’이라고 하지만,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것도 아니었다. 일부 조정인데도 여당은 ‘완전 박탈’이라는 폭력적 단어로 야당을 몰아세웠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앞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와 의원들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앞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와 의원들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인터뷰 3시간 뒤 열린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은 국회의장 단독선출을 위한 본회의 일정을 4일 오후 2시로 확정했다. 원래 예정됐던 1일에서 사흘 미뤘다. 민주당에서 국회의장 후보로 내정된 김진표 의원이 “협상을 더 해보라”는 취지로 박 원내대표에게 제안했다고 한다. 박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이 국회를 파행으로 이끈다면 월요일(4일)에는 의장을 선출할 수밖에 없다”고 사실상 최후통첩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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