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물가상승 압력에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앞으로 금리가 더욱 오를 것이란 소비자 전망도 사상 최대 수준으로 올라섰다. 소비 심리는 두 달 연속 움츠러들었다. 한국은행이 앞으로 긴축의 고삐를 더욱 세게 쥘 가능성도 커졌다.
한은이 29일 발표한 ‘6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이번 달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9%를 기록했다. 2012년 4월(3.9%) 이후 10년 2개월 만에 가장 높다. 4%대를 눈앞에 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한 달 전(3.3%)보다 0.6%포인트 뛰면서 상승 폭으로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상승률에 대한 전망이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높아진 건 국내·외 물가상승 압력이 커진 탓이다. 올해 초 발발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의 전면전 장기화로 각종 원자재 가격이 상승한 데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공급망 병목현상이 길어지면서 물가를 밀어 올리고 있다. 국제 유가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소비자가 향후 물가 상승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목한 품목(중복응답) 중 석유류 제품(82.5%)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서 농·축·수산물(44.2%)과 공공요금(31.4%) 순이었다. 국제 식량 가격 상승과 다음 달 전기료 및 가스료 인상 등의 영향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전망도 강해졌다. 이번 달 금리수준전망CSI는 149로 한 달 전(146)보다 3포인트 오르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와 한은이 올해 말까지 금리 인상을 이어가고, 유럽중앙은행(ECB) 등도 금리 인상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한 영향이다.
금리와 물가가 뛰면서 소비 심리는 위축됐다. 이번 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6.4를 기록해 한 달 전(102.6)보다 6.2포인트 하락하며 두 달 연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CCSI가 장기평균선(100) 밑으로 내려온 건 2021년 2월(97.2) 이후 1년 4개월 만이다. CCSI는 장기평균치(2003년 1월~2021년 12월)를 기준으로 100보다 크면 경제 상황을 낙관적, 작으면 비관적이라고 해석한다.
물가 상승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으면서 한은도 긴축의 가속 페달을 더 세게 밟을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다음 달 13일로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사상 최초의 ‘빅 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1일 “가파른 물가 상승 추세가 바뀔 때까지 물가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