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과도한 임금 인상은 인플레 악순환 부른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추경호(앞줄 왼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6일 비상 거시경제 금융회의를 마친 뒤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경호(앞줄 왼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6일 비상 거시경제 금융회의를 마친 뒤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경호 “과도한 임금 인상 자제” 일리 있는 지적  

대기업 노조, 지나친 요구 말고 고통 분담해야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대기업에 과도한 임금 인상을 자제해 달라고 촉구했다. 어제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단을 만난 자리에서다. 심각한 고물가로 경제 주체들의 어려움이 커지는 상황에서 타당한 지적이다. 일부 대기업의 지나친 임금 인상이 물가 상승을 증폭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면 경제 전체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수입물가 상승으로 인한 ‘비용 주도 인플레이션’이 ‘임금 주도 인플레이션’으로 확산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때다.

고물가가 장기간 이어지면 가장 큰 고통을 받는 건 취약계층이다. 생활물가를 비롯한 생필품 가격 안정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국제 에너지·곡물 가격 급등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가속화 등으로 대외 여건은 매우 좋지 않다. 정부는 6~8월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전년 동월 대비)를 웃돌 수 있다고 내다봤다.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 11월 이후 약 2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고물가와 경기 침체가 동시에 찾아오는 스태그플레이션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커진다. 물가 상승에 맞춰 어느 정도 임금을 올리는 건 불가피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생산성 향상을 초과하는 수준으로 임금을 인상하면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결국 생산 비용 증가와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면서 물가 상승 압력은 더욱 커지고 기업의 경쟁력은 약해진다.

한국 경제는 고금리·고환율·고물가의 ‘3고’로 인한 복합위기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위기 극복을 위해선 정부·기업·가계 등 경제 주체들이 손을 맞잡고 협력해야 한다. 일부 대기업 노동조합은 큰 폭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기본급 대폭 인상 등의 요구가 수용되지 않자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조만간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파업권을 확보할 계획이다. 만일 현대차 노조가 파업에 나선다면 2018년 이후 4년 만이다. 삼성전자는 노사협의회에서 임금 9% 인상에 합의했다. 하지만 삼성전자 4개 노조는 노사협의회의 적법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사측을 부당노동행위로 고발했다. 삼성전자 노조의 가입률은 약 4%에 불과하다. SK하이닉스에선 기술사무직 노조가 기본급 12.8% 인상과 영업이익 15%의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대기업과 달리 상당수 중소기업은 원가 상승과 매출 부진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런 중소기업들은 임금을 올리기는커녕 생존의 위협마저 느끼는 상황이다. 추 부총리는 대기업의 임금 인상이 중소기업과 취약계층의 상대적 박탈감을 키우고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중소기업 근로자의 임금은 대기업의 절반 수준(50.6%)에 그쳤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대기업 근로자들의 고통 분담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