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검수완박 위헌 논란, 헌재는 조속히 결론 내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지난달 25일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 소속 변호사들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대한 헌법소원 제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5일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 소속 변호사들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대한 헌법소원 제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위장 탈당’‘회기 쪼개기’ 절차적 문제 뚜렷

9월 10일 시행일 전 사법부가 바로잡아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률이 국회 문턱을 넘은 지 두 달 만에 법무부와 검찰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이 법은 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처리하고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의결·공포됐다. 심판 청구자로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직접 나서면서 신구 정권이 정면 충돌한 양상이다.

앞서 지난 4월 국민의힘도 ‘검수완박’ 법률 통과 직후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상태여서 병합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 법 시행일이 9월 10일로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헌법재판소는 서둘러 결론을 내야 한다. 이미 심리가 진행 중이고, 절차적 위헌성이 뚜렷한 사안이므로 차일피일 결정을 미룰 이유가 없다.

민주당은 입법 과정에서 정당한 절차를 무시했다. 민형배 의원을 위장 탈당시켜 야당 몫 안건조정위원으로 넣었고, 국회법에 90일로 명시된 안건조정위 회의는 17분 만에 끝냈다. 법사위 전체회의는 개의부터 처리까지 딱 8분 걸렸다.

본회의에선 당일 국회 회기가 끝나도록 만들어 야당의 필리버스터 기회를 빼앗았다. 70년간 유지해 온 사법체계를 뒤흔들면서도 최소한의 합의와 토론이 없었던 셈이다. 아울러 법사위 처리 당시 없었던 고발인의 이의신청권 박탈 조항이 본회의 때 갑자기 추가돼 ‘상임위 중심’이라는 의회민주주의의 입법 전통을 무시했다.

내용 면에서도 위헌 소지가 크다. 경찰의 불송치 사건이 부실수사였다 해도 이미 사건이 종결 처리돼 진정할 방법을 찾기 어렵게 됐다. 2대 범죄(부패·경제범죄)를 제외한 검찰의 직접수사 금지로 범죄 수사에 공백이 생겨 국민의 기본권 침해도 예상된다.

특히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을 없애 권력 수사의 축소가 우려된다. 권력형 범죄는 보통 고발 수사인 경우가 많다. 앞으론 경찰 수사가 미진해도 고발자는 더 이상 형사 절차를 진행할 수 없다. 지난 정권의 적폐는 물론 향후 발생할지 모르는 현 정부의 권력형 비리도 묻힐 가능성이 크다.

검사의 수사권 박탈이 헌법 조문에 위배된다는 법무부와 검찰의 주장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헌법 12·16조는 영장 청구의 주체를 검사로 규정했는데, 경찰의 영장 신청 후 피의자의 혐의를 따지는 과정 자체가 수사의 일환이므로 헌법에서 검찰의 수사권을 유추할 수 있다는 논리다.

입법 문제로 행정부와 국회가 권한쟁의심판을 벌인 것은 1990년 이후 처음이다. 사법부의 존재 이유는 민주주의의 의사 결정이 자칫 다수의 횡포로 흐르지 않도록 권력을 견제하고 분산하는 데 있다. 다수당의 검수완박 강행으로 어지럽혀진 헌정 질서를 사법부가 바로잡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