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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깨주의의 탄생과 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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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예영준 기자 중앙일보
예영준 논설위원

예영준 논설위원

잊힌 삶을 살겠다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짱깨주의의 탄생』이란 책을 추천하는 글을 SNS에 올렸다. 출판사의 책 소개문에는 “혐오로 확산된 중국 담론의 편견과 오해를 바로잡고… 우리가 중국을 활용할 방법을 담은 책”이라고 적혀 있다. 필자 또한 반중 감정의 과도한 확산을 대단히 우려하는 입장이다. 이 지면을 빌려 “특정 국가를 향한 국민 감정이 극도로 악화하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한국 국민의 뿌리 깊은 반일 감정과 586세대 운동권을 중심으로 형성된 반미 감정, 여기에 최근의 반중 감정까지 보태졌다. 대외 교역과 국제 협력으로 먹고사는 대한민국이 고립을 자초하는 격 아닌가”라고 쓴 적이 있다. 이 책에서 반중 혐오주의 청산을 위한 해법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면 ‘좋아요’를 꾹 누를 생각을 하며 이 책을 읽었다.

저자 김희교 교수가 명명한 신조어 ‘짱깨주의’란 미국이 구축한 신식민주의적 세계 질서에 포박된 한국의 보수 세력이 중국의 부상으로 흔들리는 미국 중심의 질서를 지키기 위해 ‘중국 없는 세계’를 주술처럼 꿈꾸며 끊임없이 중국을 악마화하고 있는 현상과 그 결과물이다. 언론은 짱깨주의 기획의 최일선을 담당한다. ‘나쁜 중국’ 프레임을 만들고, 가짜뉴스 혹은 왜곡된 기사를 양산하고, 대중은 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그 결과 한국인의 머릿속에 그려진 중국은 현실 속엔 없는 ‘가공의 중국’이란 게 저자의 진단이다.

반중 감정 확산은 중국이 씨 뿌리고
문재인 정부 저자세가 거름 역할
언론 탓 전가는 심각한 본말의 전도

장황한 설명보다 사례를 드는 게 이해가 빠를 것이다. 2020년 10월 BTS가 한·미 우호관계에 기여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밴플리트상을 받는 자리에서 “(한·미) 양국이 함께 겪었던 고난의 역사와 희생을 영원히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중국 SNS에 “중국을 무시한 발언”이란 반박이 줄을 잇고, BTS를 등장시킨 광고물이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한국 언론은 이런 일들을 비판적 시각으로 보도했다. 그런데 저자는 “일부 네티즌의 반응을 전 중국의 문제로 끌고 갔다. 언론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이런 전쟁을 일으키는 것이 가능하다”며 ‘짱깨주의 기획’의 성공작으로 보았다. 사건과 보도의 선후관계를 뒤집은 본말전도이자 자의적 해석이다. 저자가 보기엔 중국 네티즌의 반응은 정당한 반응이었고, BTS는 밴플리트상을 거부했어야 했다. 또 한국 언론은 중국 정부도 문제삼지 않는 일부의 소동을 부풀려 보도함으로써 ‘짱깨주의’를 확대 재생산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이런 식의 본말전도나 비약은 동북공정, 3불정책, 홍콩사태, 사드보복 등에 대한 보도를 문제삼는 대목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그에 따르면 동북공정은 북한에 유사사태가 일어나 동북지방의 안정이 흔들릴 경우에 대비한 방어적 기획이며, 홍콩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는 것은 홍콩 독립을 부추기는 것이다.

학자 개인이 현재의 국제질서를 신식민주의라 규정하든, ‘나쁜 중국’ 프레임에 갇힌 한국 언론이 문제라고 보건, 학문의 자유가 보장되는 한국 사회에선 아무런 문제가 안 된다. 다만 외교가 국민 다수의 인식과 동떨어진 견해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건 실패로 가는 지름길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중국을 어떻게 볼 것이며 우리 외교가 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다양한 관점을 볼 수 있는 책”이라고 적었다. 그러고 보니 문 전 대통령이 2017년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의 ‘민주적 리더십’을 치켜세운 이유도 이 책으로 설명된다. 굳이 ‘민주적’이란 말을 썼는데, 이 책에는 시진핑 체제는 독재가 아니며 ‘결과적 민주주의’를 만들었다는 평가가 들어 있다. 이런 인식을 기반으로 문재인 정부의 대중 외교 5년이 이어졌다.

한국 사회의 ‘짱깨주의’ 현상은 인과관계가 그리 복잡하지 않다. 사드 보복에서 민낯을 보인 중국이 반중 감정의 씨앗을 뿌렸고, 여기에 문재인 정부의 대중 편향 정책에 대한 반감이 거름 작용을 한 것이다. 이 진단을 거꾸로 하면 올바른 해법이 나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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