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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18cm 멸종위기 조개…소양호에 '귀이빨대칭이' 산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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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초 소양호에서 발견된 귀이빨대칭이. 사진 국립환경과학원

이달초 소양호에서 발견된 귀이빨대칭이. 사진 국립환경과학원

한강 상류 소양호에 멸종위기 민물조개인 '귀이빨대칭이'가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경기·강원 등 우리나라 중북부 지역에선 서식이 처음 확인된 것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이달 초 강원 춘천·인제·양구에 걸쳐있는 소양호에서 3년 주기의 호소(湖沼·호수와 늪 등 물이 고인 곳) 수생태계 현황 조사를 했다. 연구진은 조사 과정에서 소양호 물가에 귀이빨대칭이 30여개가 집단 서식하는 걸 처음 발견했다. 앞으로 이곳에서 더 많은 개체가 확인될 가능성이 크다.

이경락 국립환경과학원 물환경공학연구과 연구사는 "조사 지점 5곳 중 4곳에서 발견됐고, 소양호 면적(1608ha)이 워낙 크기 때문에 귀이빨대칭이가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추가 조사 계획은 아직 없지만, 개체가 더 발견되면 소양호 담당인 원주지방환경청·한국수자원공사 등에 조사 자료를 제공해 관리토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귀이빨대칭이 서식이 확인된 소양호 내 조사 지점. 자료 국립환경과학원

귀이빨대칭이 서식이 확인된 소양호 내 조사 지점. 자료 국립환경과학원

귀이빨대칭이(학명 Cristaria plicata)는 성체 크기가 최대 18cm에 달하는 민물조개다. 우리나라 민물조개류 중에선 가장 큰 축에 속한다. 귀 모양의 돌기와 측치(이빨)가 있어 귀이빨대칭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이동성이 거의 없는 대신, 어린 개체가 일정 기간 숙주 물고기(납자루 등)의 아가미나 지느러미에 붙어서 성장하는 독특한 특징을 갖고 있다.

귀이빨대칭이는 주로 수심이 깊은 큰 강이나 호수 펄·모래에 몸을 파묻고 서식한다. 하지만 개체 수가 갈수록 급감하면서 이들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구체적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서식 환경 악화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2012년엔 나팔고둥 등과 함께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개체 수가 현저하게 감소해 멸종위기에 처했다는 의미)으로 지정됐다.

소양호 전경. 중앙포토

소양호 전경. 중앙포토

전 세계적으로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중국, 일본, 러시아, 몽골, 필리핀 등에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서도 낙동강·영산강 유역 등 남부 지방에서 발견됐지만 중부 지방에선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번 귀이빨대칭이 발견은 한강 유역에 있는 소양호도 모래와 펄, 숙주 어류 등 서식에 적합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이경락 연구사는 "귀이빨대칭이가 충청 지역에선 발견된 적 있었지만, 서울·경기·강원 등 중북부 지방 호수에 서식하는 건 공식적으로 처음 확인됐다. 추가 연구와 조사가 필요하긴 하지만 서식지가 늘었다는 점에서 긍정적 신호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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