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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증원' 시동거는 교육부…30개大에 "희망사항 제출해달라"

중앙일보

입력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20일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에서 주요 제조 공정과 반도체 실습 교육 현황 등을 살펴보고 있다. 교육부 제공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20일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에서 주요 제조 공정과 반도체 실습 교육 현황 등을 살펴보고 있다. 교육부 제공

교육부가 국내 30여개 주요 대학을 상대로 반도체 등 첨단인력 양성과 관련한 의견 취합에 나섰다. 정부의 ‘반도체 인력 양성 드라이브’를 놓고 대학별로 입장 차가 큰 만큼, 각 대학의 희망사항을 우선 파악해보겠다는 취지다.

27일 교육부에 따르면 최근 서울 주요 대학과 지방 국립대 등 30여 대학에 반도체 교육·연구 관련 인재 육성을 위한 필요사항과 애로사항, 인력 충원 희망 시기 등을 내달라고 했다. 각 대학이 첨단산업 학과 신설을 원하는지, 원한다면 학생 정원 늘리는 것을 원하는지 아니면 다른 방식의 전공 개설을 원하는지 등을 제출하도록 했다.

"첨단 분야 인재 양성 위한 기본 정보 확보"  

교육부가 주요 대학들의 요구사항을 접수한 것은 인재 양성 지원을 위한 기본 정보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교육부 관계자는 “첨단 분야 인재를 육성하려면 교육기관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가 가장 중요한데, 현재 교육부 안에는 그런 자료가 없다”며 “지원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백데이터를 모은다는 차원에서 주요 대학에 설문 조사 비슷하게 요구사항을 내도록 한 것”이라고 했다. 교육부는 대학들이 제출한 요구사항과 주요 계획을 토대로 인력 확충 및 재정 지원 규모를 세워 다음 달 초 예정된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또 이번 조사에 지방 국립대를 포함시킨 건 수도권 집중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첨단 분야 인재 양성을 위해 대안 중 하나로 거론되는 수도권 대학 정원 확대는 지방대 침체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지방대 총장 92.9% "수도권 첨단 학과 정원 반대"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23일 대구 수성구 호텔인터불고 대고에서 열린 대교협 하계 대학총장세미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교육부 제공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23일 대구 수성구 호텔인터불고 대고에서 열린 대교협 하계 대학총장세미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교육부 제공

실제 지방대는 수도권 대학 정원 확대 움직임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교육부 기자단이 23~24일 진행된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주최 하계 대학 총장 세미나에 참석한 총장 13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응답자 90명) 결과에서도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 간 극명한 인식 차이가 나타났다. 수도권 대학의 첨단 분야 학과 정원 확대에 대해 수도권 대학 총장은 85.7%가 찬성했지만 지방 대학 총장은 92.9%가 반대했다.

지방의 한 사립대 총장은 “수도권 규제를 풀어주면 첨단학과·계약학과가 수도권 대학으로 몰려 가뜩이나 어려운 지방대 사정은 더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며 “첨단 분야 인력 양성은 수도권 대학의 정원 완화가 아니라 지방대 특성화를 통해서도 가능하다”고 했다. 반면 서울의 한 사립대 총장은 “지방대의 우려를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지방대를 살리자고 수도권 대학을 옥죄는 정책을 유지하는 게 학생들에게 바람직한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학계에선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 거점 국립대 중심의 첨단학과 증원 및 대학원 개설 지원, 지역 대학 첨단학과의 고용연계 계약 기업 확대 등의 방안을 내 놓고 있다. 공유대학 형태로 강의를 여러 대학이 공유하는 방안 등도 나온다. 교육부 차관을 팀장으로 한 범부처 차원의 ‘반도체 등 첨단산업 인재양성 특별팀’은 각 대학들로부터 나온 요구 사항과 여러 대안을 검토한 뒤 내달 중순쯤 지원 방안을 내 놓을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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