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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1건 2만원씩…수사부서 피하려는 경찰들, 수당에 갈렸다

중앙일보

입력

“2만원 받겠다고 손들면서 수사과 가겠나.” “없던 수당 생기는데 안 반길 이유가 없다.”

경찰이 조직 내 수사부서 기피 현상 문제를 풀기 위해 ‘사건 처리 건당 2만원’ 등 수당 지급 방안을 추진하자 나온 일선의 반응이다. 양쪽의 온도 차가 뚜렷하듯 수당 지급에 대한 경찰 내 분위기가 엇갈린다. 경찰 안팎에선 검경수사권 조정 및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국면을 거치며 불거진 수사부서 업무 과중 문제를 수당 지급으로만 해결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으로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으로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건당 2만원 준다지만…“워라밸이 더 중요”

지난달 경찰은 전국 일선서 경제·지능·사이버 등 수사관들을 대상으로 월 40만원 한도 내 사건 처리 건당 2만원 수당 지급 내용을 골자로 한 규정 신설 안을 인사혁신처에 제출했다. 1명당 맡는 사건의 양이 증가하고, 그에 따른 수사 지연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이다. 수사부서 기피 현상을 풀기 위한 하나의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이를 두고 경찰 내 일각에선 “‘당근’이 될 수 있을지언정 크게 혹할 만하지는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일선의 한 수사과 경찰은 “건당 2만원 준다고 해서 경찰관들이 수사과로 몰려들 것 같나. 전혀 그렇지 않다”며 “일 더 하고 2만원 받을 바엔 일 덜 하고 자기 시간 갖는 걸 더 선호하는 사람이 많다”고 설명했다. 특히 MZ세대 등 젊은 경찰관들 사이에선 베테랑급 경찰에 비해 추가 수당보다는 ‘워라밸(Work-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을 더 중시하는 분위기가 짙게 흐른다고 한다.

“원래 하는 일에 수당까지?”…일각선 반겨

반면 추가수당 지급을 긍정적으로 평하는 분위기도 내부에 흐른다. 또 다른 수사담당 경찰관은 “수사는 당연한 업무이고, 경찰이라면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이라며 “(그간) 없었던 추가 수당이 새롭게 생긴다면 경찰관으로선 이득이지 않겠나. 속된 말로 ‘없던 돈’이 생기는 셈”이라고 말했다.

고물가로 생활비 등 재정적 부담이 커지는 상황도 거론된다. 한 경찰 관계자는 “추가수당 지급 안이 공론화되자 주변에서 ‘수사과 가겠다’고들 한다”며 “전·월세에 생활비까지 지갑이 얇아지는 상황이 걱정된다고 하면서”라고 전했다.

경찰관 이미지 그래픽

경찰관 이미지 그래픽

수당 지급 ‘형평성’ 지적도…부작용도 예상

찬반 분위기와는 별개로 ‘미봉책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건당 2만원’ 등 수당 지급 기준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장기간 수사가 진행될 수밖에 없는 어려운 사건과 처분이 상대적으로 쉬운 사건 사이 형평성을 지적한 것이다. 한 경찰관은 “특정경제범죄 등 소위 ‘특’자 들어가는 사건 맡은 사람은 수당 못 받고, 간단한 사건을 다수 처리한 사람은 수당을 많이 받아가는 또 다른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다”고 짚었다. “월 40만원 한도를 채우려다가 사건이 졸속 처리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언급된다.

“근본 해결책이 필요, 수당은 병행책 불과”

경찰 안팎에선 인력 충원 및 승진·보직 등 인사 혜택 등이 병행되지 않는 이상 수당 지급만으론 수사 기피 현상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베테랑이든 젊은 경찰이든 각자가 처한 상황이 다를 텐데 수당 지급만으론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이들의 마음을 모두 잡을 수 있어야 한다”며 “인사고과 평가 또는 승진·보직 시 수사부서 우대 등 자부심과 보람을 갖게 할 수 있는 실질적인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경찰청에 경찰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청에 경찰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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