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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文정부 지우기'...1급 보직국장 27명 전원 대기발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가정보원이 최근 1급 보직국장 27명 전원을 모두 대기 발령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석열 정부가 정권교체 뒤 대대적인 국정원 물갈이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용산 청사 접견실에서 김규현 국가정보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용산 청사 접견실에서 김규현 국가정보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24일 정치권 및 정보당국 등에 따르면 국정원은 최근 1급 보직국장 27명을 대기 발령했다. 정식 인사 발표 전 국장 전원을 일단 업무에서 배제한 셈이다. 국장 아래 직급인 단장들이 국장 직무대리를 맡았다고 한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국정원의 인적 쇄신을 포함한 고강도 개혁이 곧 시작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원의 인사 및 예산 관리 등을 총괄하는 기조실장에 자신과 가까운 검사장 출신 조상준 변호사를 임명한 것이 국정원 고강도 개혁의 ‘전조’였다는 것이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국정원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권교체기의 국정원 개혁 작업은 역대 정부에서도 이뤄져 왔다. 보수정부 10년 집권 뒤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국정원 내 ‘적폐청산TF’를 설치해 고강도 국정원 개혁작업을 벌였다.

김영삼 정부 초반인 1994년엔 국가안전기획부에 대한 외부 감시장치로 국회 정보위원회를 설치했고, 안기부 직원 300여명을 대기 발령했다. 이어 출범한 김대중 정부는 안기부를 국정원으로 탈바꿈시킨 뒤 직원의 11.2%를 구조조정을 했다. 당시 안기부 출신 직원 700여명이 옷을 벗었다고 한다.

지난해 6월 4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정보원에서 원훈석을 제막을 마친 후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에게 개정된 국정원법을 새긴 동판을 증정받고 있다. 청와대 제공

지난해 6월 4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정보원에서 원훈석을 제막을 마친 후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에게 개정된 국정원법을 새긴 동판을 증정받고 있다. 청와대 제공

국정원이 지난해 6월 교체한 원훈(院訓) 및 원훈석(院訓石)을 다시 바꾸기로 한 것 역시 문재인 정부 지우기의 일환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정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신영복체’ 논란이 제기됐던 원훈을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로 복원했다”고 밝혔다. 복원된 문구는 1961년 중앙정보부(국정원 전신) 창설 당시 제정돼 김대중 정부 출범 직후 교체될 때까지 37년간 사용된 것이다.

김규현 국정원장은 직원들에게 “첫 원훈을 다시 쓰는 것은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초심으로 돌아가 문구 그대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묵묵히 헌신하는 정보기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자는 의미”라며 “직원들 모두 이 원훈을 마음에 새겨 앞으로도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업무에 매진하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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