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중대한 국기문란" 경찰 경고…인사논란만 때린게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2022.06.23 17:56

업데이트 2022.06.23 21:52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경찰 치안감 인사 논란과 관련해 “국기문란” “어이없는 일” “황당하다”는 표현을 사용하며 경찰을 강하게 질타했다. 2시간 30분 새 뒤바뀐 인사안을 두고 행정안전부와 경찰이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행안부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정치권에선 행안부 내 경찰국 설치에 반발하는 현 경찰 수뇌부에 대해 윤 대통령이 사실상 사퇴를 압박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경찰 치안감 인사 논란을 들었느냐’는 질문에 “참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경찰에서 행안부로 자체적으로 추천한 인사를 그냥 보직해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인사권자는 대통령”이라는 말도 했다. 윤 대통령은 “아직 대통령 재가도 나지 않고, 행안부에서 검토한 뒤 대통령에게 의견도 내지 않은 상태에서 인사가 밖으로 유출된 데다가 마치 번복된 것처럼 나간 건 아주 중대한 국기문란”이라며 “이건 어이없는, 공무원으로서 할 수 없는 과오다. 황당하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저는 행안부에서 나름대로 검토한 대로 재가했다”라고 말했다. 전날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대통령은 결재를 한번 밖에 하지 않았고, 기안 단계에 있는 것을 경찰청에서 인사 공지한 것”이라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애초에 인사 ‘번복’이 아니라, 경찰이 대통령의 결재를 받지 않은 인사안을 발표해 문제를 자초했다는 것이다.

앞서 경찰은 21일 오후 7시쯤 경찰청 주요 간부가 포함된 치안감 28명의 전보 인사를 발표했다가, 2시간 30분가량이 지난 오후 9시 30분쯤 치안감 7명의 보직을 수정한 인사를 다시 냈다. 경찰은 먼저 공개된 인사안에 대해 “행안부 치안정책관이 잘못 보내온 인사안 초안을 발표한 것”이라고 했지만, 이상민 장관은 “경찰청이 희한하게 대통령 결재가 나기 전에 자체적으로 먼저 공지해서 이 사달이 났다”고 반박했다.

2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박송희 전남자치경찰위원회 총경이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 반대를 촉구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박송희 전남자치경찰위원회 총경이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 반대를 촉구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의 이날 발언에 대해 정치권에선 이번 인사 논란뿐 아니라 최근 행안부 경찰국 설치에 반발하는 경찰에 ‘엄중 경고’를 보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행안부 경찰국 설치로 경찰 수사의 독립성이 저해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경찰보다 더 중립성과 독립성이 강하게 요구되는 검사 조직도 법무부에 검찰국을 두고 있다”고 반박했다.

윤 대통령은 “과거엔 많은 인력의 경찰을 청와대에 들여다 놓고 (청와대가) 직접 통제를 했다”며 “저처럼 그걸 내려놓는다고 하면, 당연히 행안부가 필요한 지휘ㆍ통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독립성이나 중립성이 요구되는 부분에 대해선 당연히 헌법과 법률에 따라, 원칙에 따라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경찰 등 수사기관을 지휘ㆍ통제하는 역할을 했던 민정수석실을 폐지했고, 정무수석실 산하에 두곤 했던 치안비서관실도 설치하지 않았다. 민정수석실은 검ㆍ경 등 수사기관의 ‘사정컨트롤 타워’ 역할을, 치안비서관실은 정치권의 경찰 인사 민원 창구 기능을 해왔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행안부 경찰국 설치는 과거 청와대가 사실상 경찰을 직접 통제했던 악습을 없애거나 투명화하는 조치”라며 “이에 거꾸로 경찰이 반발하는 상황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당 정책의총에서 “지금까진 청와대와 경찰청장이 비공식적으로 협의해서 인사를 다 해버렸다. 행안부 장관의 인사 제청권이 완전히 패싱 당했다”며 “이것을 정상화, 실질화하겠다고 해서 행안부 내에 경찰국을 신설하겠다는 것이다. 이건 당연히 비대해진 경찰 권력 견제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국기문란’이란 표현을 쓰며 경찰을 강하게 질책한 만큼 경찰 수뇌부 및 책임자에 대한 문책과 징계가 잇따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논란 과정에 대해선 일단 경찰 쪽에서 조사가 있어야 한다. 대통령실에서 하고있는 과정은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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