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브랜드 다큐' 에디터들이 꼽는 '멋진 브랜드'의 조건은…

중앙일보

입력 2022.06.2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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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광고 없는 잡지’ ‘다큐멘터리 매거진’.
‘매거진 B’를 가리키는 수식어들입니다. 이 잡지는 브랜드를 다루지만 트렌드를 좇지 않습니다. 오히려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걷는 브랜드들에 주목해 왔습니다.
‘매거진 B’만의 이런 관점과 정체성은 어떻게 만들어 졌을까요? 변화의 속도가 빠른 콘텐트 업계에서 균형감각을 잃지 않는 비결은 뭘까요?
‘매거진 B’라는 ‘하나의 장르’를 만들고 있는 편집장과 에디터, 마케팅 매니저를 만나, 직접 물어봤습니다. 10년 이상 브랜드를 다뤄온 에디터들이 꼽는 ‘매력적인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봤습니다.

※ 이 기사는 ‘성장의 경험을 나누는 콘텐트 구독 서비스’ 폴인(fol:in)의 “콘텐트 비즈니스 설계자들 2022” 6화 중 일부입니다.  

'매거진 B'의 '관점'을 만드는 사람들 ⓒ최지훈

'매거진 B'의 '관점'을 만드는 사람들 ⓒ최지훈

매력적인 브랜드는 오히려 ‘트렌드’와는 반대편에 있는 것 같아요.

브랜드를 다큐멘터리로 담다

Q. 브랜드를 다루는 데 있어 매거진 B만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서재우 : '브랜드 다큐멘터리 매거진'이라는 말 자체가 많은 부분을 설명해요. 브랜드를 좋아하는 이들과 브랜드를 만드는 제작자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으려고 노력해요. 개인의 감상보다는 '다큐멘터리'라는 콘셉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죠.

최선우 : 기획 단계에서 가장 많이 심혈을 기울이는데요. 다른 데서 볼 수 없는 이야기를 담으려고 노력해요. 준비과정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자료보다는 책을 읽거나 국내에 노출되지 않은 해외 자료를 찾아보면서 더 심도 있게 접근하려고 합니다. '브랜드를 어떻게 편집해 보여줄 것인가'라는 관점이 중요하죠.

김나래 : 현장에서 브랜드의 어떤 점을 표현할 것인지 구체화하는 경우도 많아요.

일본에서 호시노야(Hoshinoya)를 취재하면서 그런 경험을 했죠.

호시노야는 일본 특유의 료칸 문화를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브랜드인데요. 처음에는 료칸의 핵심인 오모테나시* 문화에 대해 단지 무조건적인 상하관계가 존재하는 접대 방식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진심을 담은 극진한 접대'라는 뜻으로 일본 특유의 서비스 문화를 일컫는 말.

'매거진 B' 호시노야 편 ⓒ매거진 B

'매거진 B' 호시노야 편 ⓒ매거진 B

하지만 실제로 경험하고 나서야 한 사람으로서 맺는 일대일 관계라는 것을 면밀히 이해하게 됐죠. 그곳에서만 볼 수 있는 경험을 자연스럽게 콘텐트로 가져오기 때문에 기획 단계에서 했던 예상이 틀어지기도 하고, 끝날 때까지 계속해서 기획이 바뀌죠.

Q. 고민하는 지점이 잡지에 시각적으로도 표현되나요?

서재우 : 다큐멘터리 매거진이다 보니 이미지를 만드는 방식은 정해진 기준이 있는 것 같아요. 일상을 캡처하듯이 담는 것이 매거진 B의 기조라고 생각해요.

과도한 플래시를 쓴다거나 의도적인 연출을 최대한 배제해요. 정말 특별한 사건이 아니면 흑백 사진도 쓰지 않고요. 취재하는 시점에서 일상을 봤을 때 그 모습이 흑백으로 보이지는 않죠.

'매거진 B' 발뮤다 편의 'B’s CUT'을 설명 중인 서재우 시니어 에디터 ⓒ최지훈

'매거진 B' 발뮤다 편의 'B’s CUT'을 설명 중인 서재우 시니어 에디터 ⓒ최지훈

비스컷(B’s Cut)이라는 한장의 이미지로 브랜드의 핵심 메시지를 표현하기도 해요. 매거진 B 스타일의 화보인 셈인데요. B만의 시각으로 브랜드를 새롭게 해부하는 작업이죠.

발뮤다를 다룰 때는 자연의 감성을 담은 선풍기 바람을 표현하기 위해 직접 설악산에 가서 촬영했어요. 룰루레몬의 경우 제품 소재가 중요하기 때문에 지나칠 정도로 클로즈업해서 지면에서도 질감이 느껴지게 했고요. 제품을 너무 돋보이게 찍으면 오히려 그 매력이 잘 안 드러나는 것 같아요.

'매거진 B' 메종 마르지엘라 B’s CUT ⓒ매거진 B

'매거진 B' 메종 마르지엘라 B’s CUT ⓒ매거진 B

Q. 브랜드 유저를 인터뷰할 때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김나래 : 브랜드를 사용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브랜드를 아카이빙하는 방식은 매거진 B가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브랜드와 마찬가지로 인터뷰이를 선정할 때도 자신만의 철학이 있는지, 그것이 브랜드와 얼마나 결이 맞는지 고려해요. 평범하지만 삶의 기준이 명확하죠. 그래서 그 사람이 쓰는 브랜드를 보면 라이프스타일이 보여요.

예를 들어 르메르(Lemaire)는 2030 세대가 입었을 때와 5060 세대가 입었을 때 분위기가 다른 브랜드죠. 동시에 모든 세대를 다 아우르기도 하고요. 그래서 프랑스와 서울에서 르메르를 소비하는 사람들을 연령대별로 만났어요.

어떤 경로로 알게 됐는지, 어떤 방식으로 소비하는지, 왜 이 브랜드를 사랑하는지 물었어요. 그리고 다른 브랜드는 무엇을 소비하는지 물었어요. 르메르뿐 아니라 다양한 브랜드가 어우러진 착장을 사진으로 찍었죠.

태도가 브랜드가 될 때

Q. 많은 브랜드를 취재하면서 느낀 매력적인 브랜드의 공통점이 있나요?

김나래 : 인간적인 부분이 있는 브랜드라고 생각해요. 누군가 어떤 라이브한 모습을 보여줄 때 인간적인 매력이 있다고 하잖아요. 브랜드도 마찬가지예요.

패션 브랜드 아페쎄(A.P.C.) 창립자 장 투이투(Jean Touitou)는 약간 괴짜 같은 면이 있었어요. 처음에는 '우리가 달갑지 않나' 할 정도로 까다롭다가도, 지하 작업실로 데려가서 작업 중인 곡을 들려주기도 했죠. 잡지를 완성하다 보니 그 사람의 예측 불가한 면모가 브랜드에도 묻어나더라고요.

매력적인 브랜드는 각자의 카테고리 안에서 인간적인 색채를 갖고 있다고 생각했죠.

서재우 : 없는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더 좋게 만드는 사람에게서 매력적인 브랜드가 탄생한다고 생각해요. 그만큼 자신이 만든 브랜드에 대한 애정이 깊다는 뜻이고, 그런 인간미가 브랜드를 통해 전달되는 것 아닐까요.

최선우 : '태도가 브랜드가 되면 멋진 브랜드가 탄생한다'는 제 나름대로 생각을 확인한 계기가 있어요.

“태도가 브랜드가 되면 멋진 브랜드가 탄생한다”는 최선우 에디터(왼쪽)와 김나래 시니어 에디터 ⓒ최지훈

“태도가 브랜드가 되면 멋진 브랜드가 탄생한다”는 최선우 에디터(왼쪽)와 김나래 시니어 에디터 ⓒ최지훈

작년 캐나다에서 아웃도어 브랜드 아크테릭스(ARC'TERYX) 담당자와 디자이너를 만나고 왔어요. 인터뷰하고 함께 하이킹하는 내내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모든 직원이 자신의 브랜드가 가진 멋짐과 철학을 100%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죠.

모두 아웃도어 활동을 좋아하고, 환경에 대한 높은 의식을 공유하고 있었어요. 요즘 관심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 그런 고민을 자신이 맡은 업무에 어떻게 적용하는지 지켜볼 기회였어요.

Q. 시대의 변화나 트렌드에 따라 사랑받는 브랜드의 변화를 느끼기도 하나요?

서재우 : 오래 사랑받는 브랜드는 오히려 '트렌드'의 반대 지점에 있는 것 같아요. 그동안 다룬 브랜드는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아무도 하지 않은 것을 해서 하나의 흐름을 만든 사례였죠.

라파(Rapha)의 경우 사이클링 마니아였던 CEO가 당시의 트렌디한 사이클복 가운데서 마음에 드는 것을 찾지 못해 직접 만든 사이클링 패션 브랜드에요. 트렌드에 따라 계속 새롭게 생겨나기보다 자기만의 틀을 가진 브랜드가 더 힘이 있다고 느껴요.

최선우 :질문하게 만드는 브랜드에 관심을 많이 가진다고 생각해요. 환경 혹은 사회의 가치에 관해 이야기하고 더 생각해보게 만드는 브랜드에서 매력을 찾죠. 큰 기업에서 만든 브랜드가 아닌 작은 브랜드를 발견하는 즐거움도 거기에서부터 오는 것 같아요.

김나래 : 퍼스널 브랜딩을 하는 이유도 본인이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갈망이 있기 때문이라고 봐요. '어디서도 찾지 못한 답을 내가 만들고 싶다'고 느끼는 거죠. 주어진 것만 소비하기보다 '내가 찾는 답을 가진 브랜드가 있을까' 하는 궁금증을 가지고 계속 뭔가 찾는 노력을 하는 것 같아요.

서재우 : 확실히 경계가 느슨하다고 느껴요.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가 자신만의 키워드를 가지고 패션 산업에 도전하기도 하고, 반대의 사례도 있고요. 늘 확장 가능성을 열어두고 유연한 태도를 취하는 거죠.

디지털 시대에 종이 잡지를 만드는 일

Q. 디지털 시대의 종이 잡지로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최유원 : 처음부터 끝까지 넘겼을 때 지루하지 않고, 가독성이 좋도록 디자인 레이아웃을 꼼꼼하게 하는 편이에요. 그런 점에서 아트 디자이너의 역할이 타 매체나 월간지에 비해 크게 작용을 해요. 하나의 결로 처음부터 끝까지 잘 읽힐 수 있게 한다는 게 가장 큰 차이죠.

서재우 : 아무래도 콘텐트가 주가 아닐까요? 매거진B는 판형 자체가 작은 편이에요. 물론 그 안에 다채로운 이미지가 있지만, 단박에 시선을 끌 수 있는 것은 아니죠.

한 글자라도 더 읽을 수 있는 글을 쓰는 게 제일 중요해요. 무엇보다 '에디터십이 있는가?' 하는 질문을 가장 많이 던져요. 단순히 브랜드에 대한 새로운 이슈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에디터들이 모여서 하나의 잡지마다 각각의 에디터십을 발휘하는 거죠.

다섯 줄을 싣더라도 그 짧은 글을 위해 한 시간 넘게 대화를 나눠요. 긴 대화를 오해 없이 잘 압축하는 것 역시 에디터십이 필요한 부분이죠.

Q. 매거진 B만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하기 위해 디자인적으로 고민하는 부분이 궁금합니다.

최유원 : 매거진B는 1호부터 최신호까지 모든 과월호가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매체예요. 독자가 어느 시점에 어떤 책을 먼저 집어 들게 될지 모르죠.

최유원 아트디렉터(오른쪽)은 ″변해야 할 것과 유지해야 할 것을 정하는 균형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지훈

최유원 아트디렉터(오른쪽)은 ″변해야 할 것과 유지해야 할 것을 정하는 균형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지훈

변해야 할 것과 유지해야 할 것을 정하는 균형감이 필요해요. 

잡지를 꾸준히 봐 온 독자들이 지루하게 느끼지 않도록 새로운 인상을 주면서, 잡지를 모아두었을 때 컬렉션처럼 느껴지는 부분을 해치는 요소는 피하려고 하죠.

한 호는 한 명의 디자이너가 시작부터 끝까지 흐름을 고려해 작업하고, 시기별로 적절한 변화를 주면서 책 전체가 주는 인상을 신선하게 유지하려고 노력해요.

매거진 B가 세계관을 확장하는 법

Q. 도시를 다루는 호와 'THE SHOP' 등으로 확장해 출간했습니다. 계기는 무엇인가요?
(후략)

※ 이 기사는 ‘성장의 경험을 나누는 콘텐트 구독 서비스’ 폴인(fol:in)의 “콘텐트 비즈니스 설계자들 2022” 6화 중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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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산업이 고객의 시간을 최대한 점유하기 위한 ‘시간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갈수록 더 치열해지는 그 경쟁의 한가운데에 콘텐트 업계가 있죠. 폴인(fol:in)이 직접 현업에서 콘텐트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이들이 만들어 가는 ‘콘텐트 업계의 내일’, 그리고 기획자로서 일과 삶에 대한 생각을 들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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