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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수명·영아 사망률 선진국 수준 &위궤양·류머티즘 가장 흔한 질병|통신 낙후 공중전화는 "구경거리"|교환 거치는 국제·시외전화 기다리다 지치기 일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보건·의료>
북한이 자랑하는 것 가운데 하나는『인민들이 몸이 아파도 아무 걱정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다른 사회주의 국가에서와 같이 무상으로 각종 질병치료를 해주는 것은 물론 출산에서 유아건강 관리까지의 육아 과정, 그리고 예방의학 분야까지 모두 완전하고 전반적임 무상혜택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는 이야기다.
북한에서 발간된 자료들에 따르면 60년2월에 이미 무상치료제 실시가 법적으로 선포되었고 무의리(무의촌) 해소 및 전체 임산부에 대한 무상분만대책이 수립되었다. 뿐만 아니라 도·시·군에 소아과 병원 설립과 의료 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한 사업도 추진되기 시작했다.
74년에 이르러서는 전국 농촌진료소의 대부분이 병원화 되어 농민들도 도시지역 주민들과 동등한 의료혜택을 받게되었다고 한다.

<"완전한 의료"자랑>
북한의 의료·보건 정책은 크게 나누어 5가지 사업으로 집약된다. 첫째는 방역사업으로 북한의 집단생활에서 발생하기 쉬운 질병·전염병 등의 취약점을 염두에 둔 것. 다음으로는 노동안전사업. 이는 남한과 마찬가지로 근로자들의 산업재해를 막아 생산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셋째는 동의학에 역점을 둔 것으로 세계수준의 의료기술·시설·인력 등을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을 보완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다. 넷째는 의료원들의 구역담당제. 남한과 달리 의사들의 수입도 전적으로 정부 급여에 의존하고 있으며 따라서 근무지역도 행정부의 배치 계획에 따르고 있다. 다섯째는 정양소·요양소 확충 사업. 이는 무리한 노동경쟁정책으로 상당수의 근로자들이 과로·영양실조를 겪고 있는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여진다.
북한에서 의사·약사·한의사 등을 양성하는 교육기관은 평양의학 대학 등 11개가 있으며 이중 4개는 해방 직후에, 나머지 7개는 69∼70년에 세워졌다.
의학 대학은 우리의 의과대학·약학대학·한의과 대학을 합친 성격이다.
보건행정 기구로는 국무원 보건부아래 의무국·약무국·치료예방국·위생지도국·검열지도국·계획국·행정국이 있고 그 외에 평양지도국·광천관리국을 두고 있다.
평양 지도국은 김일성을 비롯한 당고위 간부들의 건강관리를 전담하는 곳이며 광천 관리국은 약수개발 및 가공기구.

<소화제 생산 제한>
의약품 역시 치료제보다는 예방제 생산에 주력하고 있으며 소화제·영양제·강장제 등은 부르좌적 의약품이라 하여 극히 제한하거나 전혀 생산하지 않고 있다.
북한 주민들 사이에 가장 흔한 질병은 위장궤양·류머티즘·심장혈관계 질환 등의 순이나 당국에서 가장 엄중하게 취급하는 병은 결핵과 간염·신경통·관절염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질병의 공통점은 노동환경·영양섭취와 관계되는 것으로 대부분 과로와 무리한 노동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 주민들의 평균 수명은 14년 전인 76년에 이미 세계최고수준인 73세(남자70세, 여자76세)로 공식발표된 바 있고 영아사망률 또한 82년에 1천명당 11.4명으로 세계보건기구에 보고되어 있다. 이 수치는 동남아지역에서 가장 낮을 뿐 아니라 같은 시기 동구 사회주의 국가들의 절반밖에 안 되는 수준이어서 북한이 평균수명·영아 사망률 면에서는 세계 선진국에 육박한다고 할 수 있다.
사망 원인으로는 뇌혈관 및 순환기계 질병으로 인한 것이 전체 사망자의 60%를 차지하고있으나 80년대 들어 암에 의한 사망도 점차 늘고 있다고 한다. 반면 호흡기·소화기계 질병을 원인으로 한 사망자는 매년 감소하는 추세이며 중독사·외상사에 의한 비율은 거의 변화를 보이지 않은 채 극히 적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각종 사고에 의한 사망률이 낮다는 것은 북한사회의 산업화가 미약하고 자동차 교통이 혼잡하지 않으며 산업장에서의 노동조건도 무해노동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나타내 주고 있다.
또한 도시나 농촌에서의 사망률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도시민과 농촌 주민간의 생활수준이 비슷하고 위생·보건·의료혜택 등도 별 차이가 없음을 반영하고 있다.

<통신>
북한 사회가 다른 공산국들과 마찬가지로 각종 물자부족에 시달린다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고 북한 스스로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북한측은 이에 대해『남북이 팽팽하게 대치해 잇고, 미국이 재삼 침략기회를 엿보고 있는 상황에서 흥청망청 내깔릴 수가 없어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다』는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
북한의 궁핍 가운데 통신분야도 매우 심각한 실정이다.
북한 당국은 해방 전까지 통신망이 거의 없었으나 오늘날에는 평양을 중심으로 각시·도·군 및 모든 산업지구와 농촌에 이르기까지 최신설비의 전신·전화망이 배치되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외 전화선로 연장 길이와 시내 전화회선이 급격히 늘어나고 산업전화망과 무선 통신망이 확대되었으며 시내와 시외전화의 자동화 비중과 전신 전화통신의 능력이 빨리 늘어나 지휘 통신과 산업전화를 신속·정확히 보장하는 한편 근로자들의 늘어나는 통신수요를 원만히 충족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통신사정은 아직도 우리나라의 60년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이 현지를 다녀온 사람들의 공통된 견해다.

<전화번호 "대외비">
일반가정에 전화가 없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기관별 행정전화조차 원활치 못하다는 것.
이들이 전하는바에 따르면 다이얼식 전화기가 보급되어 있기는 하지만 교환을 거쳐야하는 반 수동식이 대부분이며 국제전화나 시외전화는 강시간 기다리다 지쳐버리기 일쑤다.
북한에서의「전화번호부」는 일종의「대외비」로 분류돼 이를 구하기란「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렵다.
외국인들을 위해 세워진 북한 최고급 호텔 고려회관에서도 전화번호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최근 평양 중심가에 빨간색공중전화 박스가 등장, 어린이들에게 새로운 구경거리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북한이 자랑하는「문화의 대도시」 평양의 통신사정이 이 정도라면 지방 중소도시와 농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지난 8월 금강산 관광 때 비디오 카메라를 숙소에 두고 온 재미교포가 평양으로 돌아와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1시간여를 기다려 겨우 연결된 전화는 도중에 여러차례 중단되기도 했거니와 감도 또한 형편없어 목이 쉬도록 소리를 질러대야 했다.
평양의 전화번호는 모두 다섯개 숫자로, 예를 들면 로동신문 남조선부의 전화번호는 3-3596이다.

<평양 10만회선 뿐>
우리 체신부의 분석에 따르면 평양에는 10만회선을 수용하는 기계식 교환장치가 쓰이고 있으며 시외·국제전화가 항상 교환을 거쳐야 한다는 것은 감시기능 외에 통신망 구축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고 회선마저 매우 부족하다는 것을 반증한다는 것.
이로 미루어 북한은 전화통신 분야에서 79년 전자식 교환 장치로 바꾼 남한보다 20년 이상 낙후되어 있는 것 같다.
평양이나 지방도시에서 가끔 보게되는 우편함의 크기가 우리나라 관공서의 민원함 정도인 것을 감안해 보면 전화뿐만 아니라 우편물 발·수신 분량도 많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체통의 숫자도 적었고 평양에 있는 조선중앙 우체국 건물은 우리나라 중소도시 우체국보다 소규모였다.
우편물 송달방법은 60년대 후반에 들어서야 종전의 작업반단위의 집단배달에서 수취인에게 직접 배달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현재 북한 전역에는 약1천5백개소의 전화 및 우편업무 취급을 하는 체신소가 설치되어 있으며 이곳에서는 편지·소포·신문을 비롯한 각종 간행물의 수발과 송금·저금업무를 맡고 있다.
북한은 행정목적을 위한 공용전화망의 확보에 주력해 왔기 때문에 일반주민은 협동농장·공동작업장 등에 설치된 전화를 공용에 한해 사용할 수 있으며 개인전화를 쓰려면 체신소로 가야한다.
체신소에서는 이밖에 보통과 통지 등 2종의 전보업무도 취급하는데 보통전보는 개인의 결혼·환갑·사망 등 경·조사에 이용되며, 전달되는데 1∼2일이 소요된다. 기관·기업소의 공용에 쓰이는 통지 전보는 보통 전보에 우선하며 송달시간도 적게 걸린다.
국내 우편은 대개 3∼4일, 북경과 모스크바를 경유하는 국제 우편물은 최소 10일 이상 걸리는데 그나마 해외공관들의 업무연락 외에는 거의 쓰이지 않고 있다.【북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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