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오전 파주 출판도시에 있는 웅진씽크빅 사옥. 창립 42주년을 맞아 ‘웅진역사관’ 개관식 준비가 한창이었다. 1100㎡ 규모의 공간에 윤석금(77) 웅진그룹 회장이 브리태니커 세일즈맨이던 시절부터 1980년 창업 이후 만든 첫 어린이책 등 주요 출판물과 코리아나 화장품, 코웨이 정수기, 기업회생 스토리 등이 전시돼 있었다.
윤 회장은 역사관 개관에 맞춰 『나를 돌파하는 힘』도 출간했다. 직장인들의 현실적 고민에 대해 전미영 서울대 트렌드센터 연구위원이 묻고 윤 회장이 답하는 형식이다. 윤 회장의 언론 인터뷰는 지난 2012년 법정관리 사태 이후 처음이다.
- 역사관은 어떤 계기로 만들었나.
- “1985년 일본에서 100년 기업들이 운영하는 박물관 몇 군데를 둘러보다가 깜짝 놀랐다. 창업 당시의 책상. 처음 만든 제품과 기계가 다 있는 거다. 창업 정신을 보여주는 귀한 자료라는 걸 깨달았다.”
- 한때 재계 30위권까지 올랐지만, 사업을 확장하다가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 “건설과 금융, 태양광 사업을 하면서 2년 새 2조원이 사라졌다. ‘원래 내 돈이 아니었다’ ‘다시 시작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우선 피해자를 줄이려고 했다. 잘 되는 회사인 코웨이를 팔았다. 나 보고 바보 같은 경영자라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코웨이를 팔아 피해자를 줄였다.”
- 1년 4개월 만에 법정관리를 졸업했지만, 5조원대 자산은 5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 “당시 다른 재벌을 따라가려고 한 것이다. 재래식 사고방식이었다. 후회한다는 생각은 하지만 머릿속에 넣고 있지는 않다.”
- 2019년 코웨이 재인수하려다 실패했다.
- “코웨이에 대해선 미련을 갖고 있었다. 렌털 사업을 최초로 했고, 세계로 진출했다. 이젠 (재인수 생각을) 버렸다. 더 좋은 미래인 씽크빅이 있어서다. 씽크빅이 앞으로 세계적 기업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이 세상은 지식에 계속 목말라 하는데 지식을 공급하는 회사라서다. 이제 스마트폰 안에 지식이 담기는 시대다. 현재 관련 연구진만 200명이 넘고, 계속 투자를 늘리고 있다. 앞으로 인수합병(M&A)을 하더라도 지식사업 관련한 M&A를 하려한다.”
윤 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내가 얼마 전 새로 창업을 했는데 잘 될 거다”라며 웃었다. ‘휴캄’이라는 비건 화장품 회사다. 그는 “내년에 안 터지면, 내후년에 터질 거다. 난 늘 긍정적이다”며 더 크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