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우주로 간다"…누리호 솟구치자 "만세" 터진 고흥전망대 [영상]

중앙일보

입력 2022.06.21 18:37

업데이트 2022.06.22 09:01

누리호 날아오르자…"와, 우주로 간다!" 함성

"와, 우주로 간다!"

21일 오후 4시 전남 고흥우주발사전망대. 10㎞가량 떨어진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가 날아오르자 곳곳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관람객들은 발사 직후 누리호에서 뿜어져 나온 불꽃과 연기를 보며 연신 손뼉을 치고 소리를 질렀다. 일부는 고흥군에서 나눠준 태극기를 펄럭이며 '만세'를 부르기도 했다.

누리호는 이날 2~3분 동안 불꽃과 연기를 남긴 뒤 시야에서 사라졌다. 누리호가 굉음을 내면서 떠오르자 휴대전화를 꺼내 한국형 발사체의 두 번째 도전을 사진과 영상으로 남기기도 했다.

순수 국내 기술로 제작된 한국형 우주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1일 오후 4시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뉴스1

순수 국내 기술로 제작된 한국형 우주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1일 오후 4시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뉴스1

관람객, 태극기 펄럭이며 '만세' 불러

관람객들은 누리호가 모습을 감춘 뒤에도 휴대전화로 기사를 검색하거나 전망대 인근에 마련된 중계차에서 나오는 뉴스 속보를 지켜보면서 최종 성공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륙 후 약 15분 동안 중계차에서 '비행 정상 고도 300㎞ 통과', '누리호 정상 비행 중', '700㎞ 접근 중', '목표 궤도 투입 확인', '성능 검증 위성 분리' 등 발사 성공을 예견하는 자막이 뜰 때마다 환호했다.

전날까지 비가 올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이날 고흥의 날씨는 맑고 화창했다. 관람객들은 나로도의 이날 낮 최고 기온이 27.7도까지 올라가자 가져온 우산을 펼치거나 부채질을 하면서 누리호 발사 순간을 지켜봤다.

21일 오후 4시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불꽃을 내뿜으며 우주로 날아오르자 고흥우주발사전망대를 찾은 관람객들이 휴대전화를 꺼내 찍고 있다. 김준희 기자

21일 오후 4시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불꽃을 내뿜으며 우주로 날아오르자 고흥우주발사전망대를 찾은 관람객들이 휴대전화를 꺼내 찍고 있다. 김준희 기자

지난해 10월 1차 발사 실패…'직관'하러 2000명 몰려

이번 누리호 발사는 지난해 10월 21일 1차 발사에 실패한 지 8개월 만의 재도전이다. 당시에는 고도 700㎞까지 올라갔지만, 마지막 순간 3단 엔진이 빨리 꺼지면서 위성을 제 궤도에 올려놓지 못했다.

누리호 2차 발사가 이뤄진 이날 고흥우주발사전망대에는 오전 8시쯤부터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인파로 북적였다. 우주발사전망대는 2013년 나로호 발사 때도 발사 성공 모습을 직접 보기 위해 관람객이 몰린 곳이다. 고흥군 측은 이날 전망대를 찾은 2000여 명이 한국형 발사체가 우주로 날아오르는 모습을 지켜본 것으로 추산했다.

21일 오후 전남 고흥군 영남면 고흥우주발사전망대에서 관람객들이 누리호 2차 발사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김준희 기자

21일 오후 전남 고흥군 영남면 고흥우주발사전망대에서 관람객들이 누리호 2차 발사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김준희 기자

"우주 보며 죽고 싶어…그날 가까이 왔다"

이날 전망대에는 '우주를 보면서 죽고 싶다'는 20대 자원봉사자부터 '수금지화목토천해명'을 줄줄이 꿰는 5세 소년 등 다양한 관람객이 찾았다.

이날 전망대 앞에서 차량 출입을 통제하던 '고흥 토박이' 지연우(28)씨는 "어릴 때부터 밤하늘과 별을 좋아해 고등학교 때는 학교 선배와 별 사진을 찍으러 다니거나 우주체험센터에서 일을 했다"며 "발사 모습만 이번까지 네 번 본다"고 말했다.

지씨는 "지금은 대학 때문에 순천에 사는데 누리호 발사 모습을 직접 보고 싶어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게 됐다"며 "우주에 나가 우주를 보면서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는데 그런 날이 가까이 다가온 것 같아 의미가 남다르다"고 했다.

21일 전남 고흥군 영남면 고흥우주발사전망대 인근 텐트 안에서 김단(5)군이 우주 책을 들어보이고 있다. 김도원(45)·임현주(36·여)씨 부부는 "우주를 좋아하는 외아들을 위해 오전 6시쯤 부산에서 출발했다"며 "아들이 (누리호가 발사되는) 이날만을 엄청 기다렸다"고 했다. 김준희 기자

21일 전남 고흥군 영남면 고흥우주발사전망대 인근 텐트 안에서 김단(5)군이 우주 책을 들어보이고 있다. 김도원(45)·임현주(36·여)씨 부부는 "우주를 좋아하는 외아들을 위해 오전 6시쯤 부산에서 출발했다"며 "아들이 (누리호가 발사되는) 이날만을 엄청 기다렸다"고 했다. 김준희 기자

'수금지화목토천해명' 줄줄 외는 5세 소년 

전망대 인근에는 아예 텐트를 친 가족도 있었다. 김도원(45)·임현주(36·여)씨 부부는 "우주를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오전 6시쯤 부산에서 출발했다"며 "아들이 (누리호가 발사되는) 이날만을 엄청 기다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들이 우주와 관련된 책도 많이 보고, 나사(NASA·미국 항공우주국)에 가고 싶어 매일 나사 홈페이지에 들어간다"고 했다. 김씨 가족의 텐트 안에는 우주인 모형 장난감과 우주 관련 책 등이 가득했다.

아들 김단(5)군은 "누리호가 뭔지 아느냐"고 묻자 "로켓"이라고 대답했다. 이어 김군은 "(태양계) 행성 이름도 줄줄 외운다"는 어머니 임씨의 말이 끝나자 "수금지화목토천해명"이라고 읊은 뒤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명왕성"이라고 행성 이름을 또박또박 말했다.

경기도 평택에서 온 신희웅(38)씨와 신지현(10·여)·은규(8) 남매가 21일 고흥우주발사전망대 3층 옥외전망대에서 망원경을 이용해 누리호 2차 발사를 앞둔 나로우주센터를 보고 있다. 김준희 기자

경기도 평택에서 온 신희웅(38)씨와 신지현(10·여)·은규(8) 남매가 21일 고흥우주발사전망대 3층 옥외전망대에서 망원경을 이용해 누리호 2차 발사를 앞둔 나로우주센터를 보고 있다. 김준희 기자

평택 가족 "아들 꿈은 우주 과학자"

전망대 안은 오전부터 관람객으로 북적였다. 카페가 설치된 전망대 맨위층(7층)은 빈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경기도 평택에서 왔다는 신희웅(38)씨와 신지현(10·여)·은규(8) 남매는 3층 옥외전망대에 설치된 망원경을 통해 누리호 발사를 앞둔 나로우주센터를 둘러봤다.

신씨는 "온 가족이 우주에 관심이 많아 지난달 항우연(항공우주연구원)에서 주최한 '달탐사선 이름 공모전'에서 '별마루'로 장려상을 받았고, 아들은 우주 과학자가 꿈"이라고 했다.

21일 오전 고흥우주발사전망대 7층에서 김용찬(63)씨와 휠체어에 탄 어머니 이애순(90·여)씨가 나란히 앉아 나로우주센터가 보이는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김씨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인공위성 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 모시고 왔다"고 말했다. 김준희 기자

21일 오전 고흥우주발사전망대 7층에서 김용찬(63)씨와 휠체어에 탄 어머니 이애순(90·여)씨가 나란히 앉아 나로우주센터가 보이는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김씨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인공위성 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 모시고 왔다"고 말했다. 김준희 기자

"90세 노모에게 인공위성 보여드리고 싶었다" 

전북 전주에서 왔다는 김용찬(63)씨는 7층 전망대를 찾아 휠체어에 탄 어머니 이애순(90·여)씨와 함께 창밖을 바라봤다. 김씨는 나로도를 가리키며 어머니에게 "저기 끝에 뾰족뾰족 나와 있는 데가 (나로우주센터) 기지"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김씨는 "고흥은 어머니의 고모 아들이 살던 곳이고, 개인적으로는 퇴직 전 나로우주센터에서 통신 지원 작업을 한 인연이 있다"며 "어머니에게 인공위성이 하늘로 날아가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여드리고 싶어 모시고 왔다"고 말했다.

순수 국내 기술로 제작된 한국형 최초 우주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뉴스1

순수 국내 기술로 제작된 한국형 최초 우주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뉴스1

누리호 발사 성공…"대한민국 하늘 활짝 열려"  

이날 누리호는 1.5t급 인공위성을 고도 700㎞ 궤도에 진입시키는 임무에 성공했다. 2차 발사가 성공함으로써 우리나라는 세계 10번째 로켓 보유국이자 자력으로 1t 이상 실용 위성을 우주에 보낼 수 있는 7번째 나라가 됐다.

이종호 과기부 장관은 오후 5시쯤 "대한민국 하늘이 활짝 열렸다"며 2차 발사 성공을 공식화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누리호 비행이 사전 계획된 절차에 따라 종료됐다"며 "남극세종기지에서 누리호에 탑재됐던 성능 검증 위성과의 교신에도 성공했다"고 밝혔다.

21일 오후 전남 고흥군 영남면 고흥우주발사전망대에서 관람객들이 TV 방송 중계차에서 전해지는 누리호 발사 관련 뉴스 속보를 보고 있다. 김준희 기자

21일 오후 전남 고흥군 영남면 고흥우주발사전망대에서 관람객들이 TV 방송 중계차에서 전해지는 누리호 발사 관련 뉴스 속보를 보고 있다. 김준희 기자

"우리 기술로 위성 보낼 수 있는 7번째 나라" 

누리호는 1조9572억 원을 투입해 설계부터 제작·시험·인증 등 개발 전 과정을 국내 독자 기술로 완성한 첫 우주 발사체다. 아파트 15층 높이(47.2m)에 최대 직경은 3.5m, 연료와 산화제를 포함해 무게는 200t에 달한다.

1차 발사 때와 달리 이날 발사된 누리호에는 실제 위성이 실려 있다. KAIST·서울대·연세대·조선대 등 4개 대학이 각각 만든 큐브위성(초소형위성) 4개는 위성이 궤도에 진입한 뒤 8일째 되는 날부터 차례로 사출돼 지구 대기나 미세먼지 관측 등 임무를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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