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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 넣는 골키퍼’ 칠라베르트, 파라과이 대선 출마 선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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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과이의 레전드 수문장 칠라베르트가 자국 대통령 선거에 도전장을 낸다. [AFP=연합뉴스]

파라과이의 레전드 수문장 칠라베르트가 자국 대통령 선거에 도전장을 낸다. [AFP=연합뉴스]

현역 시절 ‘골 넣는 골키퍼’로 유명세를 떨친 파라과이의 축구 영웅 호세 루이스 칠라베르트가 ‘대통령’이라는 새 목표에 도전장을 던졌다. 조국 파라과이의 낙후된 사회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개혁하겠다는 비전도 함께 내놓았다.

남미 매체 메르코프레스는 20일 “칠라베르트가 2023년 파라과이 대통령 선거에 청년당 후보로 출마할 예정”이라면서 “지난 수년간 정계 입문을 준비한 칠라베르트의 최종 목표는 대권 도전이었다”고 보도했다.

칠라베르트 본인도 대통령에 대한 의지를 명확히 했다. 콜롬비아 매체 엘 콜롬비아노와 인터뷰에서 “오랜 기간 축구선수로 활동한 나에게 대통령 선거가 험한 길인 걸 알지만, 새 역사를 쓰고 싶다는 열망을 누를 수 없었다”면서 “나에겐 정직한 사람들이 모인 그룹이 있다. 우리는 부패에 오염되지 않았다. 내 조국 파라과이 역사에 새로운 발자취를 남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02한일월드컵에 파라과이대표팀 수문장으로 출전한 칠라베르트(1번)가 독일전에서 전매특허 왼발 프리킥을 시도하고 있다. 중앙포토

2002한일월드컵에 파라과이대표팀 수문장으로 출전한 칠라베르트(1번)가 독일전에서 전매특허 왼발 프리킥을 시도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어 “내가 파라과이 대통령이 된다면 ‘칠라베르트 프로젝트’를 통해 국민들에게 새로운 길을 제시할 것”이라면서 ^경제 ^교육 ^인권 ^복지 ^노동 ^에너지 등 6대 핵심 과제도 제시했다.

칠라베르트는 현역 시절 잘 막는 것 뿐만 아니라 잘 넣기도 하는 괴짜 골키퍼였다. 수문장이면서도 정교한 왼발 킥을 앞세워 프리킥과 페널티킥 키커로 나섰다. 20년 간 A매치 74경기서 8골, 소속팀 617경기서 46골을 터뜨렸다. 2002한·일월드컵에 파라과이 대표팀 수문장으로 출전해 한국 팬들에게도 낯익은 얼굴이다.

현역 시절에도 적극적으로 사회 활동에 나서며 정치적 발언을 쏟아냈다. 1999년 자국에서 열린 코파 아메리카(남미국가대항전) 출전을 거부하며 “지금 파라과이에 필요한 건 축구 경기가 아니라 학교와 병원”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게 유명하다. 취약 계층과 장애인을 위한 모금 및 자선 활동에도 꾸준히 앞장섰다.

2002한일월드컵 당시 스페인전에서 프리킥을 시도하는 칠라베르트(맨 왼쪽). 중앙포토

2002한일월드컵 당시 스페인전에서 프리킥을 시도하는 칠라베르트(맨 왼쪽). 중앙포토

칠라베르트의 롤 모델은 지난 2018년 라이베리아 대선에서 61.5%의 득표율로 대통령에 당선된 세계적인 스트라이커 조지 웨아다. 축구선수 출신으로 은퇴 이후 자국 정치인으로 성공한 인물로는 브라질에서 상원의원으로 활동 중인 호마리우, 조지아에서 부총리를 거쳐 수도 트빌리시 시장을 맡고 있는 카카 칼라제, 선수 시절부터 국회의원으로 활동한 로만 파블류첸코(러시아) 등이 있다.

스포츠계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필리핀의 상원의원 매니 파퀴아오(복싱), 파나마 국회의원 엑토르 카라스키야(복싱), 크로아티아 국회의원 미르코 크로캅(격투기) 등이 정치인으로 거듭난 성공 사례다. 프로레슬링 선수 출신으로 1998년 미네소타 주지사에 당선된 제시 벤추라는 ‘벤추라 효과(the Ventura Effect·정치에 대한 불신 때문에 스타성이 강한 새 얼굴에 묻지마 투표하는 성향)’라는 신조어를 만들기도 했다.

라이베리아 대통령에 당선된 축구스타 조지 웨아(맨 오른쪽). [로이터=연합뉴스]

라이베리아 대통령에 당선된 축구스타 조지 웨아(맨 오른쪽).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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