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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풀린 도박빚, 짜맞춘 월북' 쏟아진 의혹…檢 특별수사팀 검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유족이 "해경이 자진 월북으로 결론을 내리도록 청와대가 관여했다"며 문재인 정부 청와대 인사들을 22일 검찰에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검찰은 수사의 시급성과 중립성을 이유로 특별수사팀 구성도 검토하고 있다. 특히 9월 '검수완박법' 시행 이전에 진상을 규명하려면 특별수사팀 구성이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피살 공무원 고 이대준씨 배우자가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2.6.17. 뉴스1

피살 공무원 고 이대준씨 배우자가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2.6.17. 뉴스1

검찰 관계자 "정치적 민감한 사건…중립적 '특별수사팀' 필요"

20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검찰청 지휘부에선 해경의 월북 조작 의혹을 밝히기 위해 특별수사팀을 구성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고 한다. 청와대, 국방부, 해양경찰청 등 여러 기관이 관련된 데다가, 정치권 최대 쟁점이 된 점 등을 감안해 공정성 시비를 차단해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대검 고위 관계자는 "서해 공무원 피살은 수사를 통해 진상이 밝혀져야 할 사건이라고 본다. 2020년 9월 청와대 의사결정 과정에서 허위공문서 등이 오고 갔는지 조사해야 할 것"이라 말했다. 다만, 대검은 공식적으로는 "고소장이 접수되면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이 직접 수사에 착수하면 '속도전'으로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다. 오는 9월 10일, 검찰의 직접 수사범위를 축소하는 '검수완박법'이 시행되므로 그 전에 수사 성과를 내야 공정성 시비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수완박 이후에도 진행 중인 사건은 경찰에 이관하지 않고 계속 수사할 수 있지만, 이 사건이 정치권 최대 쟁점이 된 만큼 길게 끌면 좋을 게 없다는 게 검찰 내부 분위기다. 한 부장검사는 “수사 자체가 정치적 행위로 비쳐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치적 중립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특별수사팀 체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권위 "피해자 도박 빚 2배 이상 부풀려"…유족 "월북 짜 맞춰" 

유족 측은 서훈 전 안보실장, 김종호 전 민정수석,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 등 3명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22일 고소할 예정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해경에 “자진 월북에 방점을 두고 자체 조사를 진행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이 기조가 당시 해경 수사결과 발표에 그대로 반영됐다는 의혹을 담고 있다고 한다. 당초 직권남용 혐의도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지만, 친문재인 정부 성향을 보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사건이 이관될 것을 우려해 제외했다고 한다.

유족 측은 월북 결론을 내려고 당시 청와대, 해경 등이 억지 정황을 짜 맞췄다고 의심하고 있다. 해경이 공무원 피살 일주일 만인 2020년 9월 29일 2차 중간 수사결과 발표에서 자진 월북 근거라면서 “피살 공무원의 전체 채무가 3억3000만원 정도이고, 그중 도박으로 생긴 빚이 2억6800만원”이라고 도박 빚을 공개한 게 대표적이다. 또 같은 해 10월 22일 3차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실종자가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현실 도피 목적으로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자진 월북’이라고 단정짓기도 했다.

이를 두고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7월 “전체 채무 금액도 상당한 차이가 있고 도박 빚은 2배 이상 부풀려 발표했다”며 “월북 발표도 해경의 추측과 예단에 기초해 공정한 발표라고 할 수 없다”고 결론내린 바 있다.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채무 금액이 이후 수사로 확인된 것과 상당한 차이가 있고, 도박 채무의 경우 2배 이상 부풀려 발표되는 등 충분한 자료나 사실에 근거한 객관적 발표로 볼 수 없다”며 “월북 발표 역시 객관적 자료 등에 근거했다고 보기 어렵고 해경의 추측과 예단에 기초한 것으로 보여 공정한 발표라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유족 측 김기윤 변호사도 “실제 빚은 1억 원 이하”라며 “고인의 월급이 400~500만원이었는데, 부채에 시달려 월북했다는 건 현실성 없는 얘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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