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무상증자 공시 이후 주가 급등락, 작전세력 활개 우려

중앙선데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793호 16면

실전 공시의 세계

pixabay

pixabay

무상증자 공시 이후 주가의 ‘이상’ 급변동을 경고하는 보도들이 연이어 나오고 있습니다. 주가 급등락이 너무 심하기 때문입니다. 시장이 가라앉은 상황에서 무상증자라는 이벤트가 투자자들에게 엄청난 호재로 인식되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일반 투자자들을 현혹해 이익을 취하려는 이른바 ‘작전세력’이라도 개입했기 때문일까요.

동물 대상 임상실험(비임상실험) 전문업체 노터스가 지난달 9일 1대 8 무상증자 공시를 냈습니다. 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 1주당 8주의 신주를 무상 지급하겠다는 것입니다. 신주 배정 기준일은 이달 2일이었습니다. 지난달 30일까지 주식을 매수해야만 이달 2일 주주명부에 등재돼 신주를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이므로, 지난달 31일은 권리락일이 되는 겁니다.

공시 전날 3만9300원이던 주가는 권리락 전날 6만9500원까지 올랐습니다. 무상증자 비율을 감안한 권리락일의 기준주가는 7730원이었는데, 이날부터 주가는 드라마틱하게 움직였습니다. 무려 6일 연속 상한가를 치면서 3만7050원까지 치솟았다가 4일 연속 급락했습니다. 16일 종가 기준으로 2만200원까지 떨어졌습니다.

무상증자는 일반적으로 주가에 호재로 작용합니다. 주식 수가 늘어나는 비율만큼 하향조정한 주가를 기준으로 거래되기 때문에 주가가 싸 보이는 ‘착시효과’가 작용할 수 있습니다. 증가한 유동성에 기반해 거래가 활발해 질 경우 주가 상승 가능성도 커집니다. 또한 기업이 무상증자를 하면 주가관리에 대한 의지가 있는 것으로 평가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무상증자 공시 이후 노터스의 주가 급상승세나 권리락 후 6연속 상한가를 이 정도 설명만으로 뒷받침할 수는 없습니다. 회사 미래 전망이 아주 좋은 상황에서 무상증자 공시가 가세한 것이라면, 무상증자 여부와 상관없이 주가는 상당기간 뚜렷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연속 상한가 이후 지속 중인 급락 흐름은 투자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습니다. 많이 올랐기 때문에 많이 떨어진다고 말한다면, 많이 오른 것 자체가 비정상이라는 설명밖에 안됩니다.

의류쇼핑몰 기업 공구우먼은 14일 1대 5 비율로 무상증자를 하겠다고 공시했습니다. 상장 3개월도 채 안된 시점입니다. 주가는 이틀동안 상한가를 기록해 무상증자 공시 전 6만1200원에서 10만3300원까지 치솟았습니다. 그리고 16일에는 16% 급락해 8만6300원까지 떨어졌습니다. 바이오기업 바이젠셀 등 일부 기업들도 무상증자 공시 이후 주가가 급등락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무상증자로 기업가치 자체가 상승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떻게보면 잉여금을 자본금에 전입시키는 방식으로 무상신주를 발행하는 회계적 이벤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량기업이 무상증자로 주당 거래가격을 낮춘다면 주가가 꾸준히 상승흐름을 이어갈 수는 있겠습니다만, 최근의 주가 급변동은 우려스럽습니다. 일반 투자자들을 꾀어 막대한 이익을 챙기려는 작전세력들이 활개 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때문입니다.

김수헌 글로벌모니터 대표. 중앙일보·이데일리 등에서 기자생활을 했다. 오랫동안 기업(산업)과 자본시장을 취재한 경험에 회계·공시 지식을 더해 재무제표 분석이나 기업경영을 다룬 저술·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1일3분1공시』 『하마터면 회계를 모르고 일할뻔 했다』 등의 저서가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