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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매입·배당금 확대 나선 LG, 지주사 과도한 할인율 개선 의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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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2호 16면

실전 공시의 세계

서울 여의도 LG 사옥. 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LG 사옥. 연합뉴스

지주회사 LG가 최근 자기주식(자사주)을 5000억원 어치 매입하겠다고 공시에서 밝혔습니다. 아울러 연간 배당금 총액한도 규정(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금 수익 이내)을 삭제했습니다. 한솔홀딩스도 연간 잉여현금흐름(FCF)의 30%~40%를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공시했습니다.

지주사들이 배당을 늘려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 시장 관심이 저평가 가치주로 쏠리는 현상과 맞물려 지주사 재평가 가능성을 언급하는 목소리가 나오는가 하면, 이른바 ‘지주사 할인율’이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주사가 저평가주로 불린 지는 오래됐습니다. 이제는 ‘만년’ 저평가주가 됐습니다. 지주사는 애널리스트들이 산출한 NAV(Net Asset Value, 순자산 가치) 기준 시가총액보다 많게는 50%~60% 낮은 가치로 거래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지주사와 자회사가 모두 상장돼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복상장에 따른 디스카운트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입니다. 특히나 우리나라 지주사들은 지배주주로서 자회사에 대한 지분율이 해외기업(100%)에 비해 낮은 편입니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근본적으로 자회사 가치를 온전히 누리기는 어렵습니다.

지주사를 밸류에이션 할 때는 주로 NAV 평가법을 적용합니다. 순자산이란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수치를 말합니다. 자체 사업이 없는 순수지주사라면 투자자산 가치(자회사 지분가치)에서 순차입금(차입금에서 보유현금을 차감한 금액)을 뺀 수치를 NAV로 봅니다.

자체사업이 있는 사업지주사라면 자산 항목에서 투자자산 가치(자회사 지분가치)와 영업자산 가치(자체사업 가치)를 합산하면 됩니다. 순수지주사건 사업지주사건 자회사로부터 받는 상표권(브랜드) 사용료 수익이 꽤 있다면 이것도 자산가치 산정에 포함시킵니다. 애널리스트들이 나름대로 상당한 할인율을 적용해 지주사 목표주가를 제시합니다만, 실제 시장 거래가치는 이보다 더 큰 할인을 받아왔습니다.

LG는 이번 중장기 주주환원정책과 관련해 “과도한 NAV 할인을 개선하겠다는 경영진의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회사의 배당정책상 연 배당총액은 별도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이익의 50% 이상입니다. 일회성 이익은 빼고 일회성 비용은 더해주는 식으로 산출한 조정 당기순이익이 기준이 됩니다. 지난해 LG의 조정당기순이익은 대략 7000억원입니다. 여기에 딱 50%만 적용하면 3500억원입니다. 실제 회사가 지급한 배당총액은 4500억원입니다. 하한선에서 15%포인트 더 올려 65%를 배당한 셈입니다. 그렇게 해도 배당총액한도인 자회사 배당금 수익(약 5000억원)이내에 해당됩니다.

이제 이 한도를 없애겠다고 합니다. 올해 LG의 조정당기순이익이 9000억원이라고 해 보겠습니다. 자회사 매출액에 연동하는 상표권 수익이 크게 늘어난 덕을 보았고, 자회사들로부터 받은 배당금 수익은 5000억이라고 가정합니다. 지난해처럼 65%를 적용한다면 배당총액은 5850억원이 됩니다. 한도규정을 폐지하지 않았다면 배당총액은 5000억원으로 제한됩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5850억원이 모두 배당으로 집행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수헌 글로벌모니터 대표. 중앙일보·이데일리 등에서 기자생활을 했다. 오랫동안 기업(산업)과 자본시장을 취재한 경험에 회계·공시 지식을 더해 재무제표 분석이나 기업경영을 다룬 저술·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1일3분1공시』 『하마터면 회계를 모르고 일할뻔 했다』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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