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매각 엘앤에프, 오버행 부담되지만 매도 목적 따져봐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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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1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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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엔 세금이 얼마나 붙을까. 게티이미지뱅크

주식엔 세금이 얼마나 붙을까. 게티이미지뱅크

2차전지 양극재 기업 엘앤에프 주가가 지난달 25일부터 사흘 연속 각각 5.15%, 2.60%, 1.53%  하락했습니다. 앞서 19일 이 회사는 LG에너지솔루션과 7조2000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습니다. 이후 주가는 사흘 연속 오름세를 탔는데요, 그랬던 주가가 왜 확 꺾였을까요?

엘엔에프는 하락 전환 하루 전인 지난달 24일 증권시장 마감 뒤 자기주식(자사주) 100만주(약 2500억원)를 브룩데일자산운용 등 해외금융회사 3곳에 매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자사주를 매입하면 유통주식 수가 그만큼 줄어 주당가치가 올라갑니다. 대개 주가에는 호재로 작용합니다. 매입한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다시 매각한다면, 줄었던 유통물량이 증가하는 효과가 발생하므로 주가에는 악재가 됩니다.

일부 매각 이후에도 여전히 잔존 자사주가 많다면 어떻게 될까요? 회사가 자사주를 소각하기보다는 지속적으로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고 투자자들이 판단하면 주가에 계속 부담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엘앤에프가 보유한 자사주는 373만8611주입니다. 이 가운데 매각 공시한 100만주를 지난달 25일~31일까지 처분했습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자사주 매각 목적에 주목합니다. 단순 운영자금 마련이나 부채상환, 재무구조 개선은 아닙니다. 양극재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설비투자금 확보 차원입니다. 단기적으로 주당가치 하락 효과가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미래 실적 개선으로 주당가치가 훨씬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입니다.

자사주를 매각하지 않았다면 회사는 아마 유상증자로 방향을 틀었을 겁니다. 유상증자는 자금조달 목적이나 대상, 발행물량 등 세부 조건에 따라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악재로 작용합니다. 유상증자를 하지 않고 기왕 보유한 자사주를 투자 재원으로 활용한 것이니, 이를 대형 악재로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엘앤에프의 대주주는 새로닉스로 지분율은 14.44%로 그다지 높지 않습니다. 새로닉스를 허제홍 엘앤에프 이사회 의장 등 특수관계인들이 65% 지배하고 있는 형태입니다. 엘앤에프 자사주는 대주주 입장에서 비상시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서 활용 가치가 높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사주 대량 매각에 나선 것은 설비증설이 그만큼 절실하고 시급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자사주 매각 건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여지가 크다는 견해도 나름 설득력이 있습니다.

이번에 매각한 자사주는 전체 자사주 물량의 26% 수준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잔여 자사주가 엘앤에프 주가에 오버행(미래 잠재 매도물량) 부담으로 작용할 거라는 예상도 분명히 있습니다. 회사가 일찌감치 자사주를 소각해 주주가치를 높이는 데 나섰어야 했다는 목소리도 존재합니다. 다만 대형 신규 수주와 전망, 자사주 매각 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주가 악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에 좀 더 힘이 실리는 형국입니다.

김수헌 글로벌모니터 대표. 중앙일보·이데일리 등에서 기자생활을 했다. 오랫동안 기업(산업)과 자본시장을 취재한 경험에 회계·공시 지식을 더해 재무제표 분석이나 기업경영을 다룬 저술·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1일3분1공시』 『하마터면 회계를 모르고 일할뻔 했다』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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