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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러시아서 수주한 LNG선 3척 중 1척 계약 해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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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9호 14면

실전 공시의 세계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7일 유럽 선주로부터 초대형 원유운반선 3척을 수주했다. [사진 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7일 유럽 선주로부터 초대형 원유운반선 3척을 수주했다. [사진 대우조선해양]

기업이 제품, 상품 또는 용역 서비스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 공시를 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기업의 경우 계약 금액이 최근 사업연도 매출액의 5% 이상(자산총액 2조원 이상 대기업은 2.5% 이상)일 때 해당됩니다. 코스닥 상장기업은 10% 이상입니다. 이런 공시는 일반적으로 주가에 호재로 작용합니다만, 세부 내용에 따라 영향에 차이가 있습니다.

예컨대 계약 규모가 커도 납품기간이 10년 이상 장기라면 연간 매출액 기여도는 얼마 안 될 수 있습니다. 또 최근 사업연도 매출액이 이례적으로 감소한 상황이라면 공급계약의 규모가 작아도 공시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공시제목(단일판매 공급계약 체결)만으로 성급하게 투자 판단을 내리지 말고 계약 규모, 계약 기간, 계약 상대기업(상대국가) 등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같은 공시가 나간 뒤 계약 내용에 변화가 생기면 정정공시를 해야 합니다. 어떻게 보면 최초공시보다 정정공시 내용을 잘 뜯어봐야 할 때가 있습니다. 18일 대우조선해양의 선박수주 정정공시가 그런 예입니다. 이 공시에서 대우조선해양은 2020년 10월 수주했던 3척의 액화천연가스(LNG) 선박(계약금액 1조137억원) 가운데 1척을 계약해지했다고 밝혔습니다. 선주가 선박 건조대금을 기한 내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였습니다. 이로 인해 계약금액은 6758억원으로 줄었습니다.

이 공시가 특히 이목을 끈 것은 발주처가 러시아 선주이기 때문입니다. 공시에는 ‘유럽지역 선주’라고 기재돼 있지만 조선업계에는 러시아 가스기업 노바테크로 추정합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금융제재 때문에 선주가 정상적으로 선박 대금을 보낼 수 있는 길이 막힌 겁니다. 선박 건조대금은 대개 최초 계약금으로 20%, 중도금으로 10%씩 3회, 그리고 잔금 50%는 완성 선박 인도 뒤 주고 받습니다. 이것을 헤비테일(heavy tail) 방식이라고 합니다. 필자가 보기에 러시아 선주는 1회차 중도금을 납입하지 못했습니다. 3월 말 기준으로 이 선박의 건조 진행률(원가 투입기준)은 46%입니다. 920억원의 미청구 금액(공사를 진행했으나 아직 결제청구를 넣지 못한 금액)이 잡혀있습니다.

계약이 해지되면 선박은 조선업체 소유로 넘어옵니다. 최종 완성 선박은 아니기 때문에 조선업체의 재공품(미완성 선박) 재고자산이 됩니다. 대우조선해양은 이 선박 건조를 계속 진행하면서 인수해 갈 제3의 업체를 찾아야 할 겁니다. 문제는 러시아에 대한 금융제재가 지속된다면 나머지 2척 역시 계약해지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2척의 건조 진행률은 3월 말 기준 각각 30%, 18% 수준입니다. 이 선박들의 1차 중도금 납입시한도 임박해 있습니다.

러시아 선주가 귀책사유를 순순히 인정한다면 대우조선해양은 3척의 최초 계약금을 몰취하고, 제3자에게 선박을 매각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선주 측이 소송이라도 건다면 그 결과에 따라 계약금을 온전히 몰취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삼성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도 러시아 노바테크 프로젝트에서 LNG선을 여러 척 수주했기 때문에 이번 사건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수헌 글로벌모니터 대표. 중앙일보·이데일리 등에서 기자생활을 했다. 오랫동안 기업(산업)과 자본시장을 취재한 경험에 회계·공시 지식을 더해 재무제표 분석이나 기업경영을 다룬 저술·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1일3분1공시』 『하마터면 회계를 모르고 일할뻔 했다』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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