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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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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위문희 기자 중앙일보 기자
위문희 사회2팀 기자

위문희 사회2팀 기자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는 강력계 형사의 활약을 그린다. 서울 금천경찰서 강력반 부반장(데스크)인 ‘마석도’ 형사가 주인공이다. 2017년 10월 개봉한 ‘범죄도시1’은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일대에서 활동하던 조선족 폭력조직을 일망타진한 사건이 모티브가 됐다. 2004년 5월 서울 남부경찰서에 ‘왕건이파’ 조직원인 조선족 14명이 붙잡히고 2007년 4월 서울 금천서가 연변 출신 ‘흑사파’ 조직원 32명을 체포한 사건이다.

서울 남부서는 금천서의 전신이다. 당시 서울의 대표적인 달동네로 불렸던 ‘난곡’과 독산동·가리봉동 일대 ‘쪽방촌’을 관할했다. 크고 작은 형사 사건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소위 형사들 사이에선 “밭이 좋다”고 일컬어졌다. 남부서는 그래서 ‘형사사관학교’로 유명했다. 남부서에서 승진한 형사들은 인근 경찰서 강력반장(외근), 또는 형사반장(내근)으로 불려갔다.

1972년 문을 연 남부서는 영화 속 장면처럼 건물이 낡고 시설이 열악해서 일부는 컨테이너를 사무실로 썼다. 그러나 남부서 형사들의 자부심은 하늘을 찔렀다. 끈기와 열정으로 묻힐 뻔한 사건도 발굴해냈다. 최초의 외국인 조폭 사건으로 볼 수 있는 ‘왕건이파’ 소탕 작전이 대표적이다. 사건은 영화처럼 한 유흥주점에서 발생한 소란으로 시작됐다. 피해를 본 직원은 신고조차 하지 못했다. 첩보를 입수한 남부서 형사들이 피해자를 설득하고 근성을 발휘해 왕건이파 실체를 쫓기 시작했다. 남부서는 서울 관악경찰서(1976년), 서울 구로경찰서(1980년)에 관할 구역 일부를 떼어주고 2006년부터 금천구 관내만 담당하는 금천서로 명칭이 바뀌었다.

‘범죄도시2’는 베트남을 배경으로 하지만 실제론 2012년 5월 필리핀 코리안데스크 개설 계기가 된 사건을 다룬다. 한인 3인조가 관광객을 상대로 금품을 갈취하고 살인을 저지른 이른바 ‘필리핀 연쇄 납치·살인사건’이다. 한국인 대상 범죄를 전담 처리하는 코리안데스크는 2015년 12월 베트남에도 설치됐다.

개봉 25일째인 지난 11일 ‘범죄도시2’가 누적 관객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처음이다. 불의를 보면 불도저처럼 정의의 법을 밀어붙이는 영화 속 마석도는 국민이 보고 싶어하는 실제 경찰의 모습이다. 1000만 관객의 응원이 음지에서 뛰고 있는 형사들에게도 닿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