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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계리 3번 이어 4번 갱도 움직임…북, 연쇄 핵실험 하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의 3번 갱도 복구를 사실상 끝낸 데 이어 4번 갱도 주변에서도 작업을 하는 정황이 포착됐다. 특히 4번 갱도는 대규모 핵실험을 위해 만든 것이어서 핵무기 소형화와 초대형 핵탄두 개발을 동시에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북한 전문사이트 ‘비욘드 패러랠(Beyond Parallel)’은 14일 촬영한 위성사진을 토대로 “풍계리 핵실험장의 4번 갱도 입구 주변에 건축 자재와 벽체가 보이는 등 새로운 ‘건설 활동’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4번 갱도는 지난 2018년 5월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신뢰 조치’의 일환이라며 폭파한 세 개 갱도(2~4번)중 하나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당시 폭파 현장에서 강경호 핵무기연구소 부소장은 4번 갱도에 대해 “위력이 매우 큰 핵실험을 안전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특별히 준비해왔던 갱도”라고 설명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18년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서 “일부에서 못쓰게 된 것을 폐쇄한다고 하는데, (풍계리에) 와서 보면 알겠지만 기존 실험시설보다 더 큰 두 개의 갱도가 더 있고 아주 건재하다”고 말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당시 그가 언급한 “크고 건재한 2개의 갱도”가 바로 3번과 4번이다. 3번 갱도는 깊이가 300~400m로 비교적 얕아 10~20킬로톤(㏏)의 소형 핵무기 실험용인 반면, 4번 갱도는 깊이가 700~800m로 150㏏톤 이상의 위력을 시험할 수 있다.

이와 관련, 군은 일단 4번 갱도 관련 움직임을 ‘복원’으로 보지는 않고 있다고 한다. 그보다는 4번 갱도 주변 도로가 일부 유실돼 정비가 이뤄지는 중이라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풍계리 핵실험장으로 이어지는 주변 도로는 과거 수해와 태풍 등으로 유실되곤 했는데, 지난해부터 이어지던 정비 작업의 일환이란 분석이다.

다만 일각에선 북한이 핵탄두 소형·경량화를 통한 전술핵 시험(3번 갱도)과 초대형 핵탄두 개발 시험(4번 갱도)을 ‘투 트랙’으로 준비 중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핵무기 소형화와 전술무기화 촉진’, ‘초대형 핵탄두 생산’은 둘 다 김 위원장이 지난해 1월 8차 당대회에서 직접 지시한 과업이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3번 갱도에서는 위력이 상대적으로 작은 전술핵 개발을 위한 소형 핵탄두 실험을, 4번 갱도에서는 위력이 큰 수소탄 실험을 준비할 가능성이 있다”며 “3번 갱도에서 굴착 작업 등에 투입됐던 공병들이 4번 갱도로 이동해 작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이 4번 갱도 복구에 본격적으로 나설 경우, ‘연쇄 핵실험’을 염두에 두고 있을 수도 있다. 핵실험장의 내구성에 자신이 있다면 짧은 기간 내 핵실험을 연속해서 감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998년 5월 하루에만 다섯 차례 등 총 여섯 차례의 연쇄 핵실험을 한 뒤 핵보유국을 선언했던 파키스탄의 사례도 있다.

한편 북한의 이같은 움직임에 미국은 초음속 폭격기 B-1B ‘랜서’ 4대를 괌에 13일 넘게 배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전날까지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 B-1B 4대가 계류 중인 모습이 상업용 위성사진에 포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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