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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한·미 금리 역전 가능성…한은도 사상 첫 빅스텝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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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으며 한·미 금리 역전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그동안 ‘아기 발걸음’(베이비 스텝·0.25%포인트 인상)만 했던 한국은행이 보폭을 키워 이르면 다음 달 사상 처음으로 빅스텝(0.5%포인트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Fed는 지난 14~15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했다. 미국의 기준금리(연 1.5~1.75%)의 상단(1.75%)과 한국의 기준금리(연 1.75%)가 같아졌다. 이제 한은의 추가 금리 인상은 상수가 됐다. 16일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 직후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은 “물가에 보다 중점을 둔 통화정책 운용”에 방점을 찍었다.

문제는 금리 인상 속도다. 한은은 지난해 8월부터 선제적으로 금리 인상을 해 그동안 빅스텝 가능성은 적다는 입장이었다. “숙제를 틈틈이 미리 해둔 만큼 마감일이 다가와도 초조함이 없다”(홍경식 한은 통화정책국장)는 의미였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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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치솟는 물가와 역전이 임박한 미국과의 금리 차로 한은 또한 금리 인상 페달을 더 세게 밟게 할 수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이날 한은의 빅스텝 가능성에 대해 “다음 금융통화위원회 때까지 많은 변화가 있을 수 있다. 시장 반응 등을 보고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다음 달 한·미 금리 역전은 기정사실이 됐다. 한은이 다음 달 13일 열리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연 1.75→2.0%)하더라도, Fed가 다음 달 26~27일(현지시간) FOMC 회의에서 금리를 0.5%포인트 인상(연 1.75→2.25%)하더라도 금리는 역전된다. 파월은 이미 기자간담회에서 7월 회의에서 0.5%포인트 또는 0.75%포인트 인상을 예고한 상태다.

Fed는 이날 공개한 점도표에서 연말 기준금리 수준을 연 3.4%로 예고했다. 한은이 남은 네 번의 금통위 회의(7월·8월·10월·11월)에서 매번 베이비 스텝을 밟아 끌어올릴 수 있는 기준금리 수준은 연 2.75%다. 이렇게 되면 양국 금리 차는 0.75%포인트까지 벌어진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한은은 한·미 금리 역전이 발생하더라도 대규모 자본유출 가능성은 작다는 입장이다.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는 지난 9일 “소비 회복세와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지는 등 우리나라 펀더멘털을 고려했을 때 급격한 자본 유출 가능성이 크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에는 안심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원화가치 하락(환율 상승)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라며 “무역수지 적자와 한국 경제의 회복세 등을 고려했을 때 시간이 갈수록 자본유출의 우려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메리츠증권 윤여삼 연구원은 “경기를 희생해서라도 물가 불안 확산의 고리를 끊는 것이 우선으로 판단된다면 한은 역시 빅스텝은 고려할 수 있는 카드”라며 “오는 7월 빅스텝을 단행하면 연말 금리는 3%까지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가계부채와 경기 둔화 가능성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가계부채가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웃도는 만큼 미국과의 금리 차이에 중점을 두고 금리를 급격히 올렸을 때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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