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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카·쿠 ‘자사 상품 몰아주기’ 규제냐 자율이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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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제품·서비스를 중개하겠다던 플랫폼이 직접 선수로 운동장에 뛰어들며 신뢰의 위기를 맞고 있다. 자체브랜드(PB) 또는 서비스를 자기 플랫폼에서 더 좋은 위치에 노출했다는 자사 우대(self-preferencing) 의혹이 핵심이다. 윤석열 정부가 자율규제를 강조하면서, 플랫폼 자사 우대를 어떻게 막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의심의 눈초리를 받는 주인공은 네이버, 카카오모빌리티, 쿠팡 등 각 분야 1위 플랫폼이다. 조성욱 전임 공정위원장은 지난달 26일 열린 ‘2022 아시아태평양경쟁커뮤니티(APCC) 국제 심포지엄’에서 “주요 온라인 쇼핑 플랫폼이 자사 브랜드를 플랫폼 상단에 올려놓는 것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지난 1월에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행위 등 심사지침 제정안’을 행정 예고하면서 ‘자사우대’를 경쟁제한행위로 꼽았다.

공정위가 조사 중인 자사우대 사건

공정위가 조사 중인 자사우대 사건

지방자치단체 중엔 경기도가 지난 3월 여행 플랫폼 야놀자가 가맹점을 상단에 더 많이 노출했다는 취지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 의혹을 조사(2020년)하고 공정위에 자료를 제출한 것도 경기도다. 참여연대, 한국소비자연맹 등은 “쿠팡이 자체브랜드(PB)상품에 자회사 직원을 동원해 리뷰를 달았다”며 지난 3월 공정위에 신고했다.

네이버의 경우, 네이버 쇼핑에서 상품을 검색하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입점 사업자 상품이 우선 검색된다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다. 공정위는 2020년 알고리즘 조정으로 네이버의 오픈마켓 점유율이 크게 올랐다며 과징금 267억원을 부과했다. 이에 네이버는 서울고등법원에 시정 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 관련해선 공정위가 지난 4월 이 회사 배차 알고리즘이 가맹택시를 더 우대했다며 제재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반면 회사 관계자는 “개인·법인 택시, 가맹·비가맹 여부, 예상 요금 등에 따른 배차 차이는 없다”고 주장했다.

쿠팡의 경우 공정위가 지난해 7월 PB제품 상단 노출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현장 조사를 벌였다. 쿠팡 측은 판매 상품은 가격, 품질, 판매실적, 사용자 선호 등을 반영해 노출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지난 3월 유럽연합(EU)은 플랫폼의 자사우대 행위를 금지하는 디지털 시장법(DMA)을 도입했다. 미국 상원에선 이르면 이달 안에 관련 법(American Innovation and Choice Online Act)이 통과될 가능성이 있다. 매출·시가총액이 5500억 달러(약 704조원) 이상인 기업이 규제 대상이다.

공정위는 자사 우대를 강력히 규제한다는 기조였지만, 새 정부가 플랫폼 자율 규제를 강조한 만큼 방향이 바뀔 가능성도 없지 않다. 윤석열 정부는 ‘플랫폼 불공정행위 규율’을 11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꼽았다. 플랫폼 입점 업체와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자율규제 방안을 만들겠다는 것. 규제보단 혁신 성장에 방점이 있다.

업계 안팎에선 주요 플랫폼과 소상공인 단체가 자율규제 안을 만들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공정위, 방송통신위원회 등 부처가 지원하는 구조가 거론된다. 과기정통부는 이달 안에 자율규제 관련 학계 전문가 및 플랫폼 사업자가 참석하는 행사 개최를 준비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현재 여러 부처와 자율규제위원회 등 다양한 대안을 실무적으로 협의하고 검토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플랫폼 입점 업체와 소비자 단체는 자율규제로 가면 플랫폼 독점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소비자를 속이는 위법, 불법 행위가 있다면 강하게 처벌하는 안전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정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간사는 “경쟁 사업자가 사라지면 소비자 선택권이 제한된다”며 “대기업도 실패한 자율규제가 플랫폼이라고 가능하겠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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