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계 오스카상' 아시아판 만들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임덕용씨와 수상자에게 주는 황금 피켈.

'산악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황금 피켈상'은 지난 15년 간 아시아인 수상자를 한 명도 내지 않을 만큼 비서구권 산악인에게 배타적인 상이다. 프랑스 고산등산협회와 등반잡지 '몽타뉴'가 매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등반가에게 수여한다.

한 교포 산악인이 각고의 노력 끝에 이 상의 '아시아판'을 제정했다. 주인공은 이탈리아 교포인 임덕용(50.등산장비 제조업체 스네이크 대표)씨.

한국인 최초로 알프스 아이거 북벽을 등반했던 임씨는 지난해 2월 아시아인으로는 처음으로 황금 피겔상 심사위원으로 초빙됐으나 이 상의 배타성을 실감하고 아시아 산악인에게 주는 별도의 상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는 "아시아는 물론이고 한국에서 이 상 수상자가 나오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임씨는 국내 산악인들과 상 제정 추진 계획을 치밀하게 세웠다. 그리고 주최 측에 '황금 피켈상 아시아 어워드' 제정을 건의했으나 거절당했다. 그러나 끊임없이 문을 두드려 '황금 피켈상 아시아 어워드'를 승인받은 것은 물론이고, 수상자는 다음 회 황금 피켈상 본상 후보로 자동 추천키로 약속받았다.

아시아 어워드의 첫 시상식은 10일 홀리데이 인 서울 호텔에서 열렸다. 1회 수상의 영광은 올해 마나슬루(8163m)를 알파인 스타일로 오르면서 신 루트를 개척한 카자흐스탄의 데니스 우루코와 세르게이 미치로프에게 돌아갔다. 임씨는 디자인 공부를 위해 1986년 이탈리아로 유학 갔다가 현지에서 사업가로 정착했다.

김성환 프라이데이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