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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 매물’만 쌓여간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 1년새 3분의 1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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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대선 이후 규제 완화 기대감에 상승세를 보이던 서울의 아파트 매매시장이 다시 약세로 전환했다. 전망을 보여주는 각종 ‘선행지표’도 다시 ‘하락’을 가리키고 있다.

1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9.4로 올해 4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매매수급지수가 기준선(100)보다 낮으면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지난 3월 대선 이후 상승세를 보이던 매매수급지수는 지난달 10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 배제 조치 시행 이후 꺾이기 시작해 5주 연속 하락세를 보인다. 다주택자의 절세 매물이 늘고 있는 가운데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 등으로 매수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집을 살 사람보다 팔 사람이 많아진 것이다. 이번 주 한국부동산원이 조사한 서울 아파트값은 0.01% 하락해 2주 연속 내림세를 기록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의 매매가격 전망지수는 4월 98.1에서 5월 92.2로 하락했다. 매수세가 약해지면서 매물은 쌓이고 있다. 부동산 정보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6만3203건으로 대선 직후인 지난 3월 10일(4만9539건)보다 27.6% 늘었다. 하지만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이 집계한 5월 서울 아파트 거래는 1418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 4901건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6월 거래는 196건에 불과하다. 강남·도봉·영등포·종로구에선 거래가 단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경매·청약 시장도 사정이 비슷하다. 지지옥션의 경매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낙찰률은 35.6%로 전달(55.3%)보다 19.7%포인트 하락하면서 2016년 2월(35.1%) 이후 6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낙찰가율은 전월(105.1%) 대비 8.3%포인트 떨어진 96.8%를 기록했다. 평균 응찰자 수도 올해 들어 가장 낮은 3.8명으로 집계됐다.

경매 낙찰가율은 일반적으로 주택 시장의 선행지표로 불린다. 낙찰가율이 낮다는 건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 역시 낮아졌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지지옥션은 “지난달 10일에 시행된 양도세 중과 한시 배제조치 후 매매시장의 매물적체와 호가 하락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이며, 기준금리 연속 인상도 매수세를 위축시킨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청약 경쟁률 역시 선행지표로서 역할을 한다. 분양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서울에서 1순위 청약을 진행한 9개 단지 중 계약 포기자가 발생해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곳은 강북구 미아동 ‘한화 포레나 미아’ ‘북서울 자이폴라리스’, 수유동 ‘칸타빌 수유팰리스’ 등 5곳이다. 무순위 청약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보통 청약 통장이 필요 없고 100% 추첨제로 당첨자를 뽑아 수요자들이 대거 몰리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올해 들어 흥행 성적이 저조하다. 이런 분위기 속에 4월 말 기준 서울의 미분양 주택 수는 360가구로, 3월보다 2배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단기 급등 후 매수자가 추격매수를 꺼리는 기류가 지난해 9월 이후 나타나기 시작해서 올해까지 이어지는 상황”이라며 “대출 규제와 금리 부담이 여전한데, 매수자 입장에서는 하반기 금리 인상 폭이나 정책적 변화를 지켜보면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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