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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년전 사라진 '경찰국' 부활한다…"장관 인사 제청권 정상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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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을 방문해 김창룡 경찰청장의 안내를 받아 이동하고 있다.  이날 이 장관은 김창룡 경찰청장과 면담을 나눴다. [뉴스1]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을 방문해 김창룡 경찰청장의 안내를 받아 이동하고 있다. 이날 이 장관은 김창룡 경찰청장과 면담을 나눴다. [뉴스1]

행정안전부가 장관 직속 ‘경찰 제도개선 자문위원회’(자문위)를 통해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커진 경찰 권한의 통제방안을 마련 중인 가운데 자문위가 최근 회의에서 사실상 ‘경찰국’ 설치를 결론 낸 것으로 확인됐다. 행안부 내 비직제인 치안정책관실을 격상시키면서다. 31년 전 사라진 경찰국 부활이 현실화되면서 “독립성 훼손”을 우려하는 경찰 조직 내 반발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12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자문위는 10일 4차 회의에서 최종적으로 행안부와 경찰청을 연결하는 공식 조직을 만드는 것에 합의했다고 한다. 현재 경찰은 행안부로부터 독립돼 있다. 경찰청은 행안부 독립 외청이다. 자문위 한 관계자는 “현재 행정적으로 경찰청을 감독할 수 있는 국가기관이 아무데도 없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행안부 내 비직제였던 ‘치안정책관실’을 공식 조직으로 격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치안정책관실은 그동안 행안부 장관의 경찰 고위직 인사 업무를 보좌해왔다고 한다. 경찰청의 ‘비공식 파견 조직’이었다. 행안부 관계자는 “행안부 장관이 경찰청장 등 총경 이상 고위직 인사의 제청권을 갖고 있는데도 경찰청은 (지난 정부까지) 인사와 관련해 대통령비서실의 민정수석과 소통해왔다”며 “치안정책관은 이미 다 짜인 인사 판을 행안부 장관에 보고해 사인을 받아오는 식이었다”고 말했다.

행안부는 그동안 암암리에 이뤄졌던 경찰 고위인사를 공식적으로 담당할 조직을 신설하겠단 방침이다. 이를 통해 행안부 장관의 경찰에 대한 통제력은 키우되 대통령실의 입김이 (경찰에) 직접 작용하는 것은 방지할 수 있다는 게 행안부의 설명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그동안의 인사제청 방식이 비정상적으로 고착화된 면이 있었다”며 “새로 신설될 조직의 주된 업무 중 하나는 ‘행안부 장관의 인사 제청권 정상화’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청. [연합뉴스]

경찰청. [연합뉴스]

다만 해당 조직의 공식 명칭이나 세부적인 업무 내용은 이달 말쯤 자문위의 권고안이 확정된 이후 검토할 예정이다. 조직의 구성원과 관련해서는 법무부 내 ‘검찰국’처럼 경찰청 출신 인사들로 구성될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행안부 관계자는 “검찰국의 과장들 상당수도 검사 출신”이라며 “(새 조직엔) 일반 공무원들 대신 경찰 출신 인사가 검토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안팎에선 치안정책관실 격상을 사실상 경찰국 부활로 보는 분위기다. 신설 조직 업무가 수뇌부 인사 권한을 넘어 경찰청에 대한 수사 지휘·예산 점검 등까지 확대될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행안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인사 등 행안부 장관이 경찰청에 대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에 한해서만 업무를 수행할 것”이라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경찰청에 대한 수사 지휘·예산 점검 등은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국이 현실화되는 만큼 경찰 조직 내 반발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왜 1991년 경찰법 제정을 통해 당시 내무부(현 행안부) 산하였던 치안본부를 (경찰청으로) 독립시켰는지 의미를 봐야 한다”며 “경찰국 부활은 경찰 독립성을 훼손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 내부에선 경찰국 부활 대신 국가경찰위원회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경찰위는 경찰 행정의 최고 심의기구다. 최근 경찰위는 ‘행안부 경찰 통제’에 맞대응하기 위해 행안부와 마찬가지로 별도 자문단을 꾸렸다. 경찰위는 8일 “경찰권 확대에 따른 견제와 균형의 필요성에 깊이 공감하면서, 법조계·학계·언론계 등 각계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단을 구성해 다양한 의견을 듣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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