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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감소·채권 손실, 1분기 증권사 순익 1년새 31.2% 감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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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전광판의 코스피 지수. 뉴스1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전광판의 코스피 지수. 뉴스1

올해 1분기 국내 증권사의 당기순이익이 1년 전보다 31.2% 줄었다. 증시 부진과 금리 상승 등으로 거래가 감소하며 수수료 수익이 줄고, 주식·채권 관련 자기매매 부분에서 대규모 손실을 낸 영향이다. 다만 파생관련 자기매매 손익이 증가하며 하락분을 다소 상쇄했다.

금융감독원이 12일 발표한 국내 증권사 1분기 영업실적에 따르면 국내 58개 증권사의 당기순이익은 2조596억원이었다. 전 분기(1조3014억원)보다 7582억원(58.3%) 늘며 실적이 나아졌지만, 증시 활황이었던 1년 전(2조9946억원)과 비교하면 31.2% 감소했다. 자기자본이익률(ROE)도 2.7%로 1년 전(4.5%)보다 1.8%포인트 낮아졌다.

1분기 수수료 수익은 3조9557억원으로 1년 전(4조5480억원)보다 13% 줄었다. 고객 주식 거래를 중개한 대가로 받는 수탁수수료(1조4597억원)는 1년 전보다 42%, 전 분기보다는 13.3%(2248억원) 줄었다. 주식거래대금이 줄어든 영향이다.

수탁수수료는 지난해 1분기(2조5216억원) 이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주식 거래대금이 지난해 1분기 일평균 2조720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꾸준히 줄었기 때문이다. 최근 증시 부진과 금리 상승 등으로 이런 현상은 더 가속화하고 있다. 올해 1분기는 전 분기보다 유가증권(-6%), 코스닥(-30.1%), 외화주식거래(-14.5%)의 대금이 모두 줄었다.

지난해부터 증권사들이 집중해온 자산관리(WM)부문의 올해 1분기 수수료(3242억원)는 전 분기보다 147억원 줄었다. 2분기 연속 감소다. 지난해 1분기 3319억원이었던 자산관리부문 수수료는 지난해 3분기 3666억원까지 성장했지만, 증시가 지난해 7월 정점을 찍고 내려간 것과 맞물리며 하락세로 전환했다.

주식거래대금과 수탁수수료 추이. 금융감독원 제공

주식거래대금과 수탁수수료 추이. 금융감독원 제공

그나마 1분기에 증권사가 선방한 곳이 IB(기업금융) 부문 수수료(1조5696억원)다. 전 분기 대비 18%, 전년 대비 30% 성장했다. 1분기 증권사 전체 수수료 수익(3조9557억원)이 전 분기보다 422억원(1.1%) 늘어난 데 IB부문 수수료가 기여했다. IB부문 수수료가 수탁수수료(1조4597억원)를 앞지른 것도 이례적이다.

증권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 다각화를 위한 시도가 이어졌고, 최근 기업공개(IPO) 시장이 커진 것 등이 IB부문 수수료 수익이 늘어난 데 영향을 줬다. 금감원 통계에 따르면 2018년 1분기 증권사의 수수료수익 중 수탁수수료의 비중은 55%, IB부문 수수료는 21.9%였다.

증권사들은 1분기 자기매매(증권사가 보유한 자금으로 수익을 내기 위해 직접 유가증권을 사고파는 것)를 통해 1조8519억원을 벌어들였다. 전 분기보다 수익이 59.3%(6895억원) 늘었다. 주식으로는 581억원을 벌며 전 분기보다 84.6% 줄었다. 채권 처분과 평가 손실로 1조3652억의 손실을 입었다. 이를 메운 건 파생상품 수익(3조1590억원)이었다.

1분기 기타자산손익(974억원)은 전 분기보다 84.3% 감소했다. 펀드 상품에서 8335억원 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손실을 만회해준 건 하락장에도 여전한 투자자들의 ‘빚투(빚내서 투자)’다. 같은 기간 증권사의 대출관련손익은 9672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1333억원 늘었다.

금융투자협회 종합통계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신용공여 잔고는 월평균 21조5375억원이다. 지난해 1월 20조원을 넘긴 이후 지난달까지 17개월 연속 20조원 아래로 내려가지 않았다.

신용공여 잔고 추이. 금융투자협회 제공

신용공여 잔고 추이. 금융투자협회 제공

올해 1분기 말 증권사들의 자산총액은 659조3000억원(전년 말 대비 6.2% 증가), 부채총액은 581조9000억원(전년 말 대비 7.1% 증가)이다. 자기자본은 77조4000억원으로 전년 말 77조6000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금감원은 “1분기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규모가 크게 감소하는 등 지속적인 이익 감소로 이어질 우려가 제기된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전 세계 각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자본시장의 불확실성이 국내 증권사의 수익과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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