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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처음 '이 영화' 터졌다…천만영화 문법 만들어낸 계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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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사상 첫 천만영화인 '실미도'. 2003년 12월 24일 개봉해 58일 만인 2004년 2월 15일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사진 시네마서비스]

한국 영화사상 첫 천만영화인 '실미도'. 2003년 12월 24일 개봉해 58일 만인 2004년 2월 15일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사진 시네마서비스]

한국 영화계에서 ‘천만’은 ‘초대박 흥행’의 기준이 되는 숫자다. 첫 천만영화는 2003년 개봉한 ‘실미도’다. 이전까지 한 영화를 1000만 명 넘는 관객이 관람한다는 것은 한국의 인구 규모 등을 고려했을 때 불가능한 일로 여겨졌다. 1999년 ‘쉬리’가 관객  693만 명을 동원했을 때까지 한국 영화 최고 흥행 기록은 ‘서편제’(1993)의 ‘서울관객 103만 명’이 갖고 있었다. 1998년 첫 등장한 멀티플렉스는 한국 영화 산업의 단위 자체를 바꿔놨다. 스크린 수가 급증하면서 대규모 흥행의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실미도’ 이후 ‘태극기 휘날리며’(2004), ‘왕의 남자’(2005), ‘괴물’(2006) 등 연이어 천만영화가 등장했다. 이 중 ‘왕의 남자’의 흥행은 영화계에서도 이변으로 꼽힌다. 남동철 부산국제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는 “제작비 규모와 출연배우 스타성이 이 정도는 돼야 흥행한다는 식의 선입견을 깼다”고 의미를 짚었다.
정성일 영화평론가는 ‘괴물’에 대해 “이후 천만영화가 계속 나오는 물꼬를 열어준 작품”으로 꼽았다. “마케팅ㆍ배급의 힘이 아닌 작품의 힘으로 관객 1000만 돌파를 이뤄냈다. 영화계에서 ‘천만이 가능한 숫자’란 확신이 생기면서 브레인 스토밍이 시작됐다”면서다.

2006년 영화 '괴물'의 제작발표회 모습. 왼쪽부터 봉준호 감독과 변희봉,송강호,박해일,배두나다. '괴물'은 흥행 공식이 아닌 작품의 힘으로 관객 1000만 돌파를 한 영화로 꼽힌다. 연합뉴스

2006년 영화 '괴물'의 제작발표회 모습. 왼쪽부터 봉준호 감독과 변희봉,송강호,박해일,배두나다. '괴물'은 흥행 공식이 아닌 작품의 힘으로 관객 1000만 돌파를 한 영화로 꼽힌다. 연합뉴스

처음엔 ‘사건’처럼 등장했던 천만영화는 점차 한국의 영화산업을 굴러가게 만드는 동력이 된다. ‘해운대’(2009)와 ‘도둑들’(2012) 등 흥행 공식에 맞춰 기획된 영화들이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천만영화 문법’을 만들어냈다. 스타 캐스팅과 장르성 강한 시나리오, 쿨한 캐릭터와 휘몰아치는 액션 등을 결합시키는 방식이다.
2012년 이후 천만영화가 매년 한 두편씩 나왔고, 2019년에는 무려 다섯 편의 영화가 관객 1000만 명을 넘겼다. 이 과정에서 스크린 독과점과 양극화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한국 영화사 최다 관객 기록을 갖고 있는 ‘명량’(2014, 관객 수 1761만명)은 개봉 첫 주말 1500개가 넘는 스크린에서 상영되며 논란을 불러왔다. 당시 국내 스크린 수가 총 2500여 개였으니, 60% 가량 스크린을 차지한 셈이었다.

 2014년 개봉한 영화 '명량'. 총 관객 수 1761만 명으로, 한국영화사상 최대 흥행작이다. [중앙포토]

2014년 개봉한 영화 '명량'. 총 관객 수 1761만 명으로, 한국영화사상 최대 흥행작이다. [중앙포토]

천만영화 목록에서 마블 영화의 강세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실미도’부터 ‘범죄도시2’까지 총 28편의 천만영화 중 20편은 한국영화다. 외화 8편 중 ‘어벤져스’ 시리즈 영화가 3편을 차지한다.  관객 707만 명을 동원한  ‘어벤져스’(2012)의 후속편인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 1049만 명),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2018, 1121만 명),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 1393만 명)이 모두 천만영화에 올랐다. 특히 ‘어벤져스:엔드게임’이 1000만 관객을 돌파할 때까지 걸린 시간은 단 11일이었다. 개봉 전 사전 예매만도 230만 장에 달했다.

앤데믹 첫 천만영화로 기록된 ‘범죄도시2’는 한국 영화시장의 흥행 복원력을 보여줬다는 의미가 크다. 김형석 영화평론가는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며 다시 천만영화가 가능할지 의문이었는데, (방역 규제가) 풀리자마자 금방 나왔다. 시즌 내에 한두편 더 나올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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