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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하이엔드] "명품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타협하지 않는 고객이 늘어나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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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멀버리가 발표한 탄소 중립 가방 '릴리 제로'. 원재료인 가죽 생산부터 봉제, 매장, 수선해서 쓰는 시간까지 가방의 생애 주기를 15년으로 잡고 그간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계산했다. [사진 멀버리]

멀버리가 발표한 탄소 중립 가방 '릴리 제로'. 원재료인 가죽 생산부터 봉제, 매장, 수선해서 쓰는 시간까지 가방의 생애 주기를 15년으로 잡고 그간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계산했다. [사진 멀버리]

이제 지속 가능성은 패션업계를 움직이는 하나의 축이 됐다. 지속 가능하면서도 상품 자체만으로도 소비자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세련된 상품을 개발하고, 브랜드 운영 방식 자체로 도입한다. 패션 시장을 이끄는 럭셔리 브랜드들도 지속 가능성에 집중하겠다는 뚜렷한 방향성과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대표적인 곳 중의 하나가 멀버리다. 멀버리는 1971년 시작한 영국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다. 주로 가방을 중심으로 한 가죽 아이템을 주축으로 유럽의 유명 패션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국내엔 2000년대 가방 알렉사·베이스 워터가 '잇백(It bag, 소유하고 싶은 인기 가방)'으로 인기를 얻으며 알려졌고, 2019년 한국지사를 설립하며 직진출했다.

티에리 앙드레타 멀버리 글로벌 CEO 인터뷰
지속 가능성을 핵심 전략으로 삼는 이유
15년 제품 생애 동안 탄소배출량 줄이기

티에르 안드레타 멀버리 CEO. [사진 멀버리]

티에르 안드레타 멀버리 CEO. [사진 멀버리]

멀버리는 지난해 브랜드 50주년을 맞으며 지속 가능성에 대해 '다음 50년의 비전'이라는 목표점을 정하고 달려가고 있다. 이렇게 지속 가능성에 집중하는 이유는 뭘까. 멀버리의 티에리 안드레타 글로벌 CEO와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직접 들었다.

지속 가능성을 브랜드 전체의 중요한 방향으로 잡았다. 이유가 뭔가.

"우리는 '지속 가능한 럭셔리'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가 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메이드 투 라스트(Made to Last)' 정신이 브랜드의 창의성과 기술 혁신의 핵심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는 디자인이나 지속 가능성에 대해 타협하기를 원치 않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들은 자신이 사는 럭셔리 제품의 출처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어 한다."

안드레타 CEO가 언급한 메이드 투 라스트는 지난해 발표한 지속 가능성에 대한 포부를 담은 공약이다. 2035년까지 모든 공급 체인을 재생 가능하고 순환하는 모델로 사업을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안드레타 CEO의 설명에 의하면 "농장에서 완제품까지 투명한 공급망을 개척하기 위한 하이퍼 로컬 플랜(Hyper Local Plan)"으로,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고 친환경적인 제작 유통 시스템을 갖춘다는 것을 포함해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든다는 내용이다.

메이드 투 라스트, 이름부터 남다르다. 여기에 담긴 의미는.

"비즈니스의 모든 영역에서 우리가 취하는 행동과 만드는 제품이 어떻게 재생되고 순환해,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사회와 지구에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지 고려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1970년대부터 제품에 사용하는 고품질의 재료에서부터 공급망 내의 모든 파트너의 면면을 확인해왔는데, 이것이 결국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만드는 근간이 됐다."

한번 만든 제품은 최대한 오래 쓸 수 있게. 왼쪽 사진은 멀버리 라이프타임 서비스 센터에서 가죽 장인이 가방을 수선하는 모습, 오른쪽 사진은 그렇게 새 생명을 얻은 가방이다. [사진 멀버리]

한번 만든 제품은 최대한 오래 쓸 수 있게. 왼쪽 사진은 멀버리 라이프타임 서비스 센터에서 가죽 장인이 가방을 수선하는 모습, 오른쪽 사진은 그렇게 새 생명을 얻은 가방이다. [사진 멀버리]

지금까지의 성과는.

"지난 1년간의 성과를 담은 첫 번째 지속 가능성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한 가지만 공개하면 친환경 인증 태너리의 가죽 사용률을 88%로 늘렸고, 2023년까지 100% 달성이 목표다. 또 재료·공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 4월 유엔 유럽 경제위원회(UNECE)의 가죽 블록체인 파일럿에 가입했다. 기술적으로 가죽 가치 체인 전반에 걸친 추적성을 개선하기 위한 활동을 한다. 제품으로는 지난 1년 동안 '세계 최저 탄소 배출 가죽 컬렉션'을 개발해 선보였다. 환경을 의식하는 농장만이 모여 있는 농장 조합에서 공급받은 소재로 제품을 개발하는데, 가장 최근엔 첫 탄소 중립 가방 컬렉션인 '릴리 제로'를 출시했다. 또 순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1만개 이상의 제품을 수선해 재사용하게 했다."

이제 패션업계에선 어떻게 지속 가능성을 지키느냐로 관점이 넘어갔다. 

"우리의 최근 디자이너 협업으로 이를 설명할 수 있겠다. 지난해 멀버리는 브랜드 설립 50주년을 기념해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가장 주목받는 디자이너인 니콜라스 달리, 프리야 알루왈리아, 리차드 말론과 협업했다. 이들과 만든 컬렉션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환경에 영향을 덜 미치는 제조, 혁신적인 재료 소싱 및 제품 순환성에 중점을 뒀다. 21세기 럭셔리의 지속 가능한 공예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보여준 사례다."

탄소 중립 컬렉션 '멀버리 릴리 제로'. [사진 멀버리]

탄소 중립 컬렉션 '멀버리 릴리 제로'. [사진 멀버리]

올해 멀버리가 선보인 최초의 탄소 중립 컬렉션 '릴리 제로'는 멀버리 지속 가능성 공약의 집약체다. 2010년부터 생산한 시그니처 가방 중 하나인 릴리 컬렉션에 농장에서 매장까지 완전한 탄소 중립을 적용했다. 시작은 가죽을 생산하는 태너리부터. 멀버리와 10년 이상 거래한 독일 태너리에서 생산한 가죽을 소재로 사용하는데, 공장에 필요한 전력을 자체 태양 공원에서 얻고 나머지는 재생 가능 방식으로 공급받는 에너지를 사용한다. 여기서 나온 탄소 중립 가죽은 영국 런던에 있는 서머셋 공장으로 옮겨져 장인의 수작업을 통해 가방으로 완성된다. 봉제에 사용하는 실도 재활용 나일론 실을 썼다.

릴리 제로에 이렇게까지 공들인 이유는.

"제품이 생산돼 매장에 진열되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측정해 줄이고 상쇄하기 위해서다. 릴리 제로를 통해 처음으로 브랜드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의 생애에서 발생할 모든 탄소 발자국을 측정했다. 그 기간은 재료부터 제조, 운송, 판매 후 수선해 사용하는 시간까지 포함한 15년 이상이다."

가죽 사용 자체가 ESG에 위배된다는 의견이 많다. 이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가죽 공예품을 중심으로 한 우리에게 가장 큰 도전이자 가장 큰 기회라는 것은 명백하다. 우리의 초점은 가죽을 만들기 위해 가죽을 공급할 재생 및 유기농 농장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맞춰져 있다. 우리 관점에서 가죽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긴 수명이다.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가죽 제품의 생애를 위해 라이프타임 서비스 센터를 운영해 장인이 제품을 복원하고 재사용할 수 있게 한다."

멀버리 익스체인지 프로그램으로 새로운 쓰임을 얻게 된 가방. [사진 멀버리]

멀버리 익스체인지 프로그램으로 새로운 쓰임을 얻게 된 가방. [사진 멀버리]

최고의 친환경 활동은 재사용'이라는 말이 있다. 이 점에서 직접 운영하는 멀버리 중고 가방 거래 프로그램은 상당히 흥미롭다.

"2020년 시작한 멀버리 익스체인지 프로그램이다. 수선과 용도 변경을 통해 모든 제품의 수명을 연장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오래된 멀버리 가방을 런던에 있는 라이프타임 서비스센터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가죽 공예 기술을 보유한 장인들이 직접 제품을 수선·복원한다. 지금까지 수 천개의 가방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새 주인을 찾았다. 지금은 영국·미국의 온라인몰과 일부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이용할 수 있는데, 앞으로 더 많은 지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코로나 19를 겪으며 많은 변화가 있었겠다. 

"고객의 달라진 요구와 행동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게 중요했다. 큰 변화로는 세일즈 직원들이 오프라인 매장에서와 동일한 경험을 가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온라인으로 이동했다. 브랜드 체험 이벤트도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또 공장 생산을 신속하게 전환해 팬데믹의 최전선에 있는 응급 구조대원을 위한 보호 가운을 만들기도 했다."

최근 한국에선 해외 럭셔리 브랜드들의 전에 없던 대형 이벤트가 열리고 있다. 세계 럭셔리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이 달라졌나.

"우리는 한국을 럭셔리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시장 중 하나이자, 영국 이외의 가장 큰 시장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이는 데이터와 고객 반응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우리 역시 이미 한국에 22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지만, 새로운 기회를 위해 계속 투자 중이다."

올해의 집중하는 전략은.

"소비자 직접 접근 방식, 강력한 옴니채널 및 디지털 기능 활용, 메이드 투 라스트 접근 방식에 기반을 둔 각 지역 디지털 파트너와의 협력을 들 수 있다. 소비자와의 만남을 위해서는 이미 올해 봄 한국의 독창적인 디저트 브랜드 '텅'과 협업해 몰입형 팝업 공간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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