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방송 진행자를 간판 앵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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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이든 서방이든 빠르고 객관적인 소식을 전하는 곳이라면 차별을 둘 이유가 없다."

아랍의 목소리로 알려진 알자지라 위성방송에서 간판 앵커로 등장하게 될 제인 듀턴(39.사진)의 말이다.

듀턴은 반 서방 또는 '테러지원 방송'으로 자리매김한 알자지라에서 일하게 된 푸른 눈과 금발의 서방 여성이다.

듀턴은 15일(현지시간) 출범하는 알자지라 영어뉴스 채널인 '알자지라 인터내셔널'에서 매일 뉴스를 진행할 예정이다.

서방 세계에서 널리 알려진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의 지적인 미모를 가진 여성 앵커다. 알자지라에 합류하기 전까지 미국 CNBC의 '발전하는 비즈니스'라는 30분짜리 연속 보도프로그램 진행을 맡았었다. 그 전에는 4시간 30분 동안 진행되는 모닝 쇼인 CNN의 '아침 국제뉴스'와 여행지 소개 프로그램인 '핫 스팟'을 담당했다. 영국 BBC에서 프리랜서로도 활약했다.

매일 TV를 통해 수억 명에 이르는 서방사람들을 접해오던 듀턴이 이제는 아랍의 카타르에서 생생한 아랍뉴스를 전하게 된 것이다.

듀턴은 남아공의 라디오 아나운서로 방송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아프리카와 유럽에 이어 이제 세 번 째 대륙에서 신선한 시각을 전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듀턴은 알자지라 방송이 영입한 9명의 서방 언론인 가운데 한 명이다. 이 중 여섯 명이 여성이다. 여성의 사회활동이 극히 제한된 중동 지역에서 간판 앵커 자리에 여성을 내세웠다는 점은 알자지라의 개혁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나를 포함한 여섯 명의 여성 앵커가 매일 뉴스를 전한다는 그 자체 만으로도 중동에 변화의 바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알자지라 방송은 개국 10주년을 맞아 새로 출범하는 영어 위성방송에 서방의 중견 방송인을 대거 받아들였다. 34년 경력의 영국 스카이뉴스의 데이비드 포스터, CNBC와 CNN에서 뉴스를 진행자였던 새미 자이던, 영국 최대 민영방송 ITV에서 특파원과 앵커로 일하면서 언론 분야 상을 여러차례 수상한 경력이 있는 여성 언론인 슐리 고슈 등이다. 알자지라 방송은 특별한 배경 설명없이 "다양한 경력을 지닌 전문가로 뉴스 프로그램 진행팀을 구성했다"고만 설명했다.

'한 의견, 또 다른 의견'이라는 모토로 10년 만에 중동권 최대, 그리고 세계적인 24시간 뉴스위성방송으로 위치를 확실하게 굳힌 알자지라 방송은 현재 아랍권을 중심으로 6500여만 명의 시청자를 확보하고 있다. 아랍어로만 방송해오다 올해 영어 방송국을 개국, 중동을 넘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시청자 확보에 나서고 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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