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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날개 없는 포유류로 진화했을까...리처드 도킨스의 비행탐구[BOOK]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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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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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비행

리처드 도킨스 지음
이한음 옮김
을유문화사

"…돌아가긴 늦었어/내 직감을 따를래/눈을 꼭 감고//날아올라/중력을 거슬러/하늘 높이/날개를 펼 거야/날 막을 수 없어//한계는 무너졌어/내 길을 갈 거야…." 뮤지컬 '위키드'에서 마녀 글린다와 엘파바가 함께 부르는 노래 '디파잉 그래비티(defying gravity)' 중 일부다. 중력을 거슬러 하늘 높이 날겠다는 다짐이 간절한 곡이다.

지구 표면의 모든 것은 중력으로 지구에 묶여 있다. 중력은 도망치려는 모든 것을 지표면으로 다시 끌어온다. 하지만 38억 년 전 태동한 지구 위의 생명체는 끊임없이 중력을 거슬러 하늘 높이 오르려 했다. 이 책의 원제(Flights of Fancy, '그림의 떡'이라는 뜻도 있다)에도 나오는 비행(flight)을 통해서 말이다.

생물 진화의 계통수에 따르면 척추동물 중 어류는 양서류로, 양서류는 파충류로, 파충류는 조류로, 조류는 포유류로 차례차례 진화했다. 파충류가 조류로 진화해 날아다니게 된 데는 그만한 이유나 이익이 있었을 텐데, 그렇다면 조류는 왜 날 수 없는 포유류로 진화했을까. 저자는 '비행은 어디에 좋을까'(2장)와 '비행이 그토록 좋은 것이라면 왜 일부 동물은 날개를 버렸을까'(3장)라는 질문을 번갈아 던지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 책은 동력비행, 활공, 낙하, 무중력 유영, 공중부유 등 생명체가 비행하는 여러 방식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이어간다. 여기에는 동물은 물론 식물도 포함한다. 마지막으로 생명체의 비행에 입각해서 진화론의 당위성을 거듭 강조한다. 심지어 창조론을 향해 야유도 날린다.

저자는 『이기적 유전자』 『눈먼 시계공』 『만들어진 신』 등을 쓴 유명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다. 최근 진화생물학이나 진화심리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커졌지만, 막상 관련 서적을 찾아보면 읽기가 쉽지 않다. 삽화를 곁들인 이 책은 '정말' 쉽게 잘 읽힌다. 저자는 책 앞에 '상상을 자유자재로 타고 나는 고공 비행자, 일론에게'라고 적었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는 일론 머스크가 추진하는 화성 이주의 당위성까지 역설한다. 그 이유가 문득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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