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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고 천재들이 칭화대 '야오반'으로 몰리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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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반도체 인재가 없다고 난리다. 이게 말이 되는가. 윤석열 대통령도 국무회의에서 강하게 질타했다.

"규제 땜에 못해요.."

차관은 그리 말했단다. '저 형이 때렸다'며 징징 울어대는 어린애 같다. 항상 그랬다. 속으로는 별로 할 생각도 없으면서 핑곗거리나 찾고 있었다. 그러다 대통령한테 된통 혼났다.

"국가의 운명이 걸려있는 역점 사업을 우리가 치고 나가지 못한다면 이런 교육부는 필요가 없다. 시대에 뒤처진 일을 내세운 교육이 무슨 의미가 있나. 이런 교육부는 폐지돼야 한다."

언론에 보도된 국무회의 대통령 발언이다. 폐지든, 해체든 뭔 사단을 내야 정신을 차릴 사람들이다.

대학 교육은 어떠해야 하는가?
어떻게 인재를 양성해야 하나?

중국 명문 칭화대(淸華大) 얘기다. 이 학교에 재미있는 '학과'가 하나 있다. 이름하여 ‘야오반(姚班)’. 일반 입시에 따라 학생을 선발하는 학과가 아닌, 일종의 특수반이다.

그런데 이 반, 장난이 아니다. 최고의 이공계 수재들만 들어갈 수 있다. 선발부터가 다르다.

우선 수학 올림피아드, 물리 경진대회, 정보 올림피아드 등에서 1, 2등 경력이 있는 고등학생에게 입학 기회가 주어진다. 그들만을 대상으로 다시 시험을 치러 뽑는다.

이미 입학한 다른 과 학생을 뽑기도 한다. 물리학과, 수학과 등 순수 과학 학과 신입생 중에서도 뛰어나다 싶으면 야오반에 편입시킨다.
학생 이력이 공개된 2018학번 학생을 보자. 모두 50명을 뽑았다. 이중 각종 과학 경시 대회 수상자가 44명이었다. 나머지 6명은 다른 과에서 뽑아왔다.

그래서 이런 말이 나온다.

“중국의 영재는 칭화대로 몰려들고, 칭화대의 수재는 ‘야오반’으로 모인다.”

'컴퓨터 사이언스 분야 최고 글로벌 인재 양성'. 야오반 설립 목표다. 당연히 최고 수준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글로벌 스타급’ 교수를 초빙해 수업을 맡긴다. "돈은 걱정하지 마라, 좋은 교수만 데려와라"라는 식이다. 학생들은 하버드, 스탠퍼드 등 미국 주요 대학에서 한 학기 공부할 수 있고, 4학년 때는 아예 홍콩대학에서 수업을 받는다. 물론 학비는 면제다.

2005년 설립 후 지금까지 약 366명의 졸업생이 배출됐다. 이 중 222명이 MIT, 스탠퍼드 등 미국 주요 대학 유학길에 올랐다. 트럼프가 기를 쓰고 쫓아내려 하고 있는 중국 유학생들이 바로 그들이다. 미국으로 유학 갔던 학생 중 50여 명이 미국에 남아 구글·IBM·페이스북 등에서 일하고 있다. 10여 명은 대학교수로 재직 중이다.

창업도 활발하다. 안면 인식 AI 분야 세계 최고 기술 회사로 평가받고 있는 쾅스(曠視·Megvii)는 이 학과 졸업생 3명이 만든 회사다. 중국 대학 졸업 시즌인 이맘때가 되면 언론에는 '올해 야오반 졸업생들은 어디로 가나'라는 기사가 꼭 등장한다.

이 반의 정식 명칭은 ‘컴퓨터 사이언스 실험 반(計算機科學實驗班)’이다. ‘야오반’은 설립자 야오치즈(姚期智·74·아래 사진) 교수의 성에서 따온 별명이다.

야오 교수는 독특한 이력을 가졌다. 그가 태어난 건 1946년이었다. 중국에 공산정권이 들어선 후 부모님과 함께 대만으로 갔다. 대만 최고 인재가 몰린다는 대만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그는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대(물리학), 일리노이대(컴퓨터공학) 등에서 박사 학위를 땄다.

미국에서의 활동은 찬란했다. 박사학위를 받은 후 MIT, 스탠퍼드, 버클리 등 주요 대학을 돌며 교수로 일했다. 1998년에는 미국과학원(National Academy of Sciences)의 원사가 됐다. 2000년에는 '컴퓨터 학계의 노벨상'으로 통하는 튜링상을 받기도 했다. 미국이 주시하는 컴퓨터 사이언스 전문가가 된 것이다.

그런 그가 2004년 칭화대로 자리를 옮긴다고 발표했다. 미국 학계가 깜짝 놀랐다. 못 가게 막기도 했다. 그러나 야오 교수는 미국에서의 모든 영예를 포기하고 2004년 중국 칭화대학으로 왔고, 2005년 야오반을 만들어 오늘에 이르게 했다.

무엇이 야오 교수를 움직이게 했을까?

2004년 미국에서 중국으로 올 때, 칭화대의 오퍼는 딱 하나였단다.

'당신이 하고 싶은 것 다 할 수 있게 지원해주겠다.'

서울대라면 가능했을까?
KAIST라면 가능했을까?

야오치즈 교수의 실험은 끝나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AI 분야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해 ‘AI반(人工智能班)'을 또 만들었다. 올해 2기 신입생을 뽑는다. 기본적인 운영 방식은 야오반과 크게 다르지 않다.

'AI반'은 '즈반(智班)’으로도 불린다. 야오치즈 교수의 마지막 이름 '즈(智)'를 딴 별명이다. 컴퓨터 사이언스를 넘어 이젠 AI로...중국 학계는 벌써 '즈반'이 배출할 인재를 주목하고 있다.

유연하다. 아니 파괴적이기까지 하다. 학과 편제를 벗어난 조직도 뚝딱 만든다. 그들은 그렇게 치열하게 미래 인재를 키워내고 있다.
중국 교육을 예찬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칭화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우리가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 대학의 인재양성은 그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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