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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Y’ 뉴욕 40년 넘게 쓰는데…'I·SEOUL·U' 예산 들여 또 바꾼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시가 도시브랜드인 ‘아이 서울 유(I·SEOUL·U)’를 내년 초 새 브랜드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를 두고 서울시 안팎에선 “지자체장이 바뀔 때마다 교체하지 말고, 지속가능한 브랜드를 만들어 도시 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I·SEOUL·U’ 7년 만에 교체 

서울특별시청 전경. ‘아이 서울 유(I·SEOUL·U)’ 조형물이 서 있다. [연합뉴스]

서울특별시청 전경. ‘아이 서울 유(I·SEOUL·U)’ 조형물이 서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 도시브랜드 담당 관계자는 9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전문가들과 협의해 (서울시 브랜드의) 새 디자인을 정하고 시민 여론 조사를 통해 확정할 계획”이라며 “현재는 새 브랜드의 방향성만 논의된 상태”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브랜드를 바꾸려면 ‘서울시 상징물 조례’도 개정해야 하기에 완성 시기는 내년 초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해 4월 보궐선거 당선 직후 명함에서 ‘I·SEOUL·U’를 뺀 바 있다. I·SEOUL·U는 2015년 고(故) 박원순 전 시장 당시 시민 공모를 통해 선정됐으나 ‘문법에 안 맞는다’, ‘뭘 의미하는지 모르겠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금 사용하고 있는 브랜드에 여러 문제점이 제기됐다”며 “코로나 이후 서울시 위상도 격상됐기에 그에 걸맞은 새 브랜드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변경 이유를 밝혔다.

수억 들여 4년마다 바꾸는 도시 브랜드

2019년 변경된 대구시 브랜드 '컬러풀 대구.' 3억5000만원의 예산이 들어갔음에도 원형 도형의 색상만 바뀌어 논란이 됐다. [사진 대구광역시]

2019년 변경된 대구시 브랜드 '컬러풀 대구.' 3억5000만원의 예산이 들어갔음에도 원형 도형의 색상만 바뀌어 논란이 됐다. [사진 대구광역시]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도시브랜드는 효용성을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도시브랜드에 새 단체장의 비전과 정책 방향을 담는 경우가 많지만 자주 바뀔수록 투입되는 예산 대비 가치가 떨어진다는 취지다. 우리나라는 특히 한 도시를 대표하는 브랜드·슬로건이 4년 주기로 단명하는 사례가 많다. 지자체장이 바뀔 때마다 추구하려는 도시 비전과 슬로건을 반영하려는 시도가 이어져서다. 도시브랜드가 바뀔 경우 옥외 광고·홍보물·공무원 명함에 들어가는 문구도 모두 변경된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주로 당선인이 후보 시절 캠프에서 사용했던 슬로건이 그다음 슬로건이라 보면 된다”고 말했다.

용인시의 경우 2004년 민선 3기 이정문 시장이 처음 도시 브랜드 ‘에이스(ACE) 용인’을 제정한 이후 민선 4기(세계 최고 선진용인), 민선 5기(함께하는 행복한 용인), 민선 6기(사람들의 용인), 민선 7기(사람 중심 새로운 용인)에 걸쳐 바뀌었다. 용인시 관계자는 “이번 지방선거 이후 새로 단장한 인수위에서도 새로운 비전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6·1지방선거에서 시장이 교체된 울산시도 민선 7기 때 ‘시민과 함께 다시 뛰는 울산’을 대체할 새 슬로건을 모색 중이다.

브랜드나 슬로건이 바뀔 때마다 들어가는 예산도 만만치 않다. 2015년 ‘Hi Seoul(하이 서울)’을 대체하며 제작된 I·SEOUL·U는 문구 개발에만 8억 원이 들었다. 경기도가 지난해 ‘세계 속의 경기도’를 대신해 새 브랜드로 선정한 ‘ㄱㄱㄷ 경기도’ 교체에는 8억8000만 원이 투입됐다. 2019년 대구시는 3억5000만 원을 들여 도시 브랜드 개선안을 마련했지만, 기존 로고에 색상만 바꿔 논란이 된 바 있다.

40년 넘게 쓰이는 해외 도시 브랜드 

뉴욕의 대표 브랜드인 ‘I♥NY’(아이 러브 뉴욕). [사진 아이러브뉴욕 홈페이지]

뉴욕의 대표 브랜드인 ‘I♥NY’(아이 러브 뉴욕). [사진 아이러브뉴욕 홈페이지]

우리나라와는 달리 해외에서는 한 가지 슬로건을 꾸준히 사용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도시브랜드가 많다. 1977년 이후 45년간 사용돼 하나의 ‘관광 상품’으로 자리 잡은 미국 뉴욕의 ‘I♥NY’(아이 러브 뉴욕)이 대표적이다. 도입 당시 뉴욕시는 높은 범죄율과 마약 거래가 성행하는 데 대한 대응책으로 ‘I♥NY’ 캠페인을 벌였다.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 로고.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 로고.

덴마크의 ‘COPENHAGEN’이라는 브랜드 슬로건은 ‘당신에게 열려있는 코펜하겐’이란 뜻으로 ‘Open’을 강조하고 개방적인 도시 분위기를 전달하기 위해 제작됐다. 로고의 색상과 이미지는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바꾸도록 허용하고 있다. 지루하지 않도록 약간의 변화를 주면서도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평가다.

박상희 경희대 시각디자인학과 교수는 “잘 만든 도시브랜드 하나가 때론 시민에겐 살고 싶은 공간을, 관광객에겐 방문하고 투자하고 싶은 공간을 구현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브랜드에 따라 도시 정체성을 단단히 다지고 시민들을 결집하는 활동은 결코 짧은 시간 안에 성과를 낼 수 없다”며 “도시브랜드가 제 기능을 하려면 일관된 도시의 비전 아래 경제, 문화, 사회, 복지 등 다양한 정책부서가 지속력 있는 정책을 펼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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