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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방위사업부에 '숨은 포석'? "6대범죄 수사권 회복 의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법무부가 검찰 조직개편안에 오는 9월 '검수완박' 법률(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 시행으로 수사권이 없어지는 '방위사업범죄' 수사부 등의 부활을 포함해 논란이 예상된다. 9월 10일 이후 검찰의 6대 범죄 수사권이 부패·경제범죄 등 2개로 축소되는 상황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대통령령 개정만으로 방위사업 등 나머지 중요 범죄 수사권을 되살리려는 '숨은 포석'이란 지적이 나오면서다. 학계와 정치권에선 "개정 법률 해석상 가능하다"는 쪽과 "입법 취지를 정면 역행하는 위법한 시도"란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9일 오후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9일 오후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법무부가 이달 하순 국무회의에 상정해 처리할 계획인 '검찰 조직개편안'은 모든 형사부 검사에게 수사개시를 할 수 있게 하고, 문재인 정부 시절 형사부로 전환됐던 일선 청 직접수사부서를 다시 전문 수사부로 재편해 지검별 중점검찰청 기능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법무부는 "부서의 전문성을 드러낼 수 있는 적절한 부서명을 사용함으로써 전문분야 범죄를 제대로 수사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효과가 생긴다"고 밝혔다.

이에 각 중점 검찰청별로 ▶동부지검 사이버범죄수사부 ▶북부지검 조세범죄조사부 ▶서부지검 식품의약범죄조사부 ▶인천지검 강력범죄수사부 및 국제범죄수사부 ▶수원지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 ▶부산지검 공공·국제범죄수사부 ▶대구지검 강력범죄수사부 ▶의정부지검 환경범죄조사부 등이 부활하게 된다. 각 지검이 부서명에 적시된 범죄에 대해 전문성을 가지고 직접수사에 착수하겠다는 계획이다.

9월부터 부패·경제범죄만 남는 데…‘방위사업부’ 명패 왜 달까

문제는 부활하는 전문 수사부가 오는 9월 10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검찰청법에 허용된 '부패·경제범죄 등' 검찰의 직접수사 개시 범위에 포함되느냐다. 법무부는 ▶첨단기술 이용 등 사기(사이버범죄수사부) ▶특가법위반-조세(조세범죄조사부) ▶의료법상 리베이트(식품의약범죄조사부) ▶마약수·출입(강력범죄수사부) ▶특가법위반-관세(국제범죄수사부) ▶산업기술 유출(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 등은 모두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에서 정한 '경제범죄' 범주에 들어가기 때문에 개정 법률 시행 뒤에도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래픽=전유진 yuki@joongang.co.kr

그래픽=전유진 yuki@joongang.co.kr

하지만 이런 주장에도 의구심은 남는다. 법무부가 경제범죄라고 주장하는 일부 범죄가 부서명에 적시된 나머지 범죄 전체를 대표한다고 볼 수 없어서다. 수원지검의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가 그 대표적인 예다. 법무부 주장대로라면 부서명엔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에 명시돼있는 산업기술범죄만을 적어넣었어야 한다. 방위사업범죄는 해당 대통령령에서조차 경제범죄에 들어가지 않는다. 오히려 상위법인 검찰청법에서 2020년 2월부터 부패·경제범죄와 명확히 구분돼있다가, 오는 9월부터는 완전히 삭제하기로 한 수사범위다.

법무부는 "(수사는) 법령의 범위 내에서 진행될 것"이라면서도 "방위사업 범죄라는 것의 정의가 애매하긴 하지만, 대부분 돈과 관련된 사기나 횡령·배임, 뇌물 등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경제범죄에도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6대 범죄 수사권 회복 의도" "'등'으로 바꾼 입법 패착" 주장도

학계에선 법무부가 추후 6대 범죄 수사권을 회복하겠다는 숨은 의도를 있을 것으로 분석한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그동안 법률(검찰청법)적으로 6대 범죄를 명시해뒀다가, 9월부터는 방위사업범죄를 포함한 4개를 검찰의 수사 범위에서 배제하기로 했기 때문에 '방위사업도 경제범죄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법무부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전제했다. 그는 이어 "그렇다면 검찰 직제개편을 이런 식으로 한 의도가 뭐겠나"라며 "당장은 아니더라도 나중에 법률 개정을 추진해서 6대 범죄에 대한 수사권만큼은 회복하겠다는 의도를 깔고 있는 것 아니겠나"라고 반문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9일 오후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며 도어스테핑 중이던 취재진 앞에서 옷매무시를 가다듬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9일 오후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며 도어스테핑 중이던 취재진 앞에서 옷매무시를 가다듬고 있다. 연합뉴스

그런 전조는 이미 감지되고 있다. 검찰에선 벌써부터 "현행 수사범위가 문제라면 나중에 구체적인 대통령령(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을 조정해서 맞출 수 있는 것 아니냐(부장검사)"는 말이 나온다. 대통령령이 정하는 부패범죄와 경제범죄 아래 방위사업범죄 등 각종 다른 범죄를 기술적으로 추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렇게 되면 법률 개정에 앞서 선제적으로 검찰의 수사권을 확대하는 효과가 난다.

개정 법률에도 해석의 여지가 있어 법적으로도 문제 삼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한 교수는 "당초 검찰청법 개정 과정에서 검찰의 수사 범위를 '부패범죄, 경제범죄 중'에서 '부패경제, 경제범죄 등'으로 바꾼 것이 패착"이라며 "단어 한 글자에 불과한 '중'과 '등' 차이 때문에 시행령에서 범위를 넓혀도 좋다는 입법자의 의사로 읽힐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이어 "검수완박의 취지에도 불구하고 법무부 장관 소관으로 세부적인 결정을 내릴 수는 있다"고 했다. 다만 "그런 개정 작업이 다른 기관과 제대로 된 논의 없이 일방통보식으로 이뤄진다면 너무 독단적이라는 비판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서초동 반포대로에서 바라본 서울중앙지검(오른쪽)과 서울고검의 모습.연합뉴스

서울 서초동 반포대로에서 바라본 서울중앙지검(오른쪽)과 서울고검의 모습.연합뉴스

황운하 "입법 취지 정면 역행", 김남국 "입법부와 충돌하겠단 것"

검수완박 입법을 주도한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입법권을 무력화하려는 위법한 시도라며 즉각 반발했다. 처럼회 소속 황운하 의원은 "정부가 바뀌었기 때문에 국민이 뽑아준 행정부가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일하는 것은 시비 걸 수가 없겠지만, 그것이 국회의 입법 취지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일이라면 자제해야 한다"며 "본질을 외면한, 지엽적이고 법 기술적인 해석만 앞세우면 입법부를 농락하는 결과가 날 수 있다"고 비판했다.

황운하 의원. 임현동 기자

황운하 의원. 임현동 기자

같은 당 김남국 의원도 "검찰이 직접수사를 확대하는 것을 막겠다는 건 입법자의 분명한 의지"라며 "대통령령을 변경해 직접 수사권을 확대하는 문제는 입법 취지를 완전히 넘어서서 '입법부와 충돌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조직의 장(법무부 장관)이 바뀌었다고 해서 법률에 기초한 큰 틀이 휙휙 바뀐다면 조직 구성원들이 이걸 받아들이는 데 굉장히 문제가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법조계에선 후속 대통령령 개정 과정에서 야당이 헌법재판소에 입법권 침해를 이유로 헌법소원을 청구할 가능성도 있어 검찰 직접수사 범위를 놓고 한 장관과 야당간 대결이 커질 공산도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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