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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뛰어 장보기 무서워" 이때, 백화점 매출 16% 늘었다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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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올해 1분기 소매판매 업종 가운데 대형마트의 매출이 유일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백화점 매출은 두 자릿수의 증가율을 기록했는데, 앞으로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소비 패턴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9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소매판매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6% 증가했다. 백화점·면세점과 편의점·슈퍼마켓 등 대부분의 매출이 늘면서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업태별로 보면 대형마트 매출이 8조600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9% 감소했다. 대형마트의 분기별 판매액은 2020년 이후 줄어든 적이 없다가 지난해 4분기에 감소 전환했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가정 내 식료품 소비가 늘어났던 2020~2021년과 비교해 ‘기저효과’가 사라진 영향이다. 게다가 지난해 4분기부터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근 10년 만에 3%대에 진입하면서 물가 걱정에 ‘장보기가 무섭다’는 목소리가 커지던 때였다.

반대로 백화점은 1분기 8조8669억원의 판매고를 올리며 전년 동기 대비 16.8% 증가해 업태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백화점 판매액은 코로나19 첫해인 2020년에 마이너스를 기록하다가 지난해부터 급증해 1년 넘게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통상 백화점 판매액은 연중에는 대형마트보다 적다가 연말인 4분기에 대형마트를 추월하는 경향을 보여 왔는데, 올해는 연초인 1분기부터 백화점 판매액이 대형마트보다 많다.

고물가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등의 영향으로 백화점 등에서의 럭셔리 소비가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키움증권 박상준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2분기 백화점 업체의 기존 점포 성장률이 평균 15% 이상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신세계는 20% 이상 증가도 가능할 전망”이라며 “명품 수요가 견조한 가운데, 패션·잡화 매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속되는 고물가로 지갑이 얇은 서민의 마트 장보기는 더 팍팍해지는 상황이다. 인플레이션이 소득에 따른 소비의 격차를 벌릴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삼성카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건별 100만원 이상 고액 소비 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9% 증가했다. 사진은 지난 4월 이날 서울의 한 백화점의 명품관 모습. 연합뉴스

삼성카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건별 100만원 이상 고액 소비 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9% 증가했다. 사진은 지난 4월 이날 서울의 한 백화점의 명품관 모습. 연합뉴스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상반된 실적뿐만 아니라, 가구별 소득과 소비 패턴에서도 이런 소비 양극화를 확인할 수 있다. 올해 초 소비자물가는 3%대 후반~5%대 초반의 높은 상승률을 찍었다. 물가가 오르면 필수 생계비 지출 비중이 높은 저소득 가구의 지출은 가만히 있어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 소득 하위 20%(1분위)의 저소득 가구는 올 1분기 가처분소득의 42.2%를 식료품·외식비로 쓰고 있었다. 그만큼 최근 치솟은 물가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전년 대비 3.2% 증가했다. 소득 상위 20%(5분위)의 소비지출이 1.7% 늘어나는 데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고물가가 지속하면서 이러한 소비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대기업 등에 다니는 고소득 근로자의 경우 인플레이션 상황이 임금에 상대적으로 쉽게 반영되지만, 저소득 근로자나 영세 자영업자는 수입을 충분히 올리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저소득 가구는 제대로 벌지도, 쓰지도 못하는 악순환이 시작할 수도 있다.

김동원 전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최근 기업의 임금협상 동향을 보면 고소득 근로자가 임금을 이렇게 많이 올린 적이 없을 정도로 높은 인상률을 기록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은 장기화할 것으로 보이고, 그 이후에는 고소득 근로자와 저소득 근로자의 양극화가 심각한 사회·정치적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서 정부가 양극화를 미리 완화할 수 있는 소득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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