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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과거 민변이 도배” 야당 “나도 할래식 1차원적 접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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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그게 법치국가 아니겠습니까.”

8일 오전 9시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입구 앞. 출근하던 윤석열 대통령은 새 정부의 검찰 쏠림 인선 문제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기자들 앞에 서서 이렇게 말했다. “과거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출신들이 아주 도배를 하지 않았느냐. 미국 같은 선진국일수록 거번먼트 어토니(government attorney·정부 측 법조인)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정·관계에 아주 폭넓게 진출하고 있다”면서 덧붙인 말이었다. 검찰 편중 인사에 대해 미국을 예로 들며 반박한 것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때인 지난해 12월 관훈클럽 토론회에서도 ‘검찰 출신 인사가 다수 포진해 집권 시 검찰 공화국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미국 하원도 법조인 출신이 75%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가 뒤늦게 캠프 대변인을 통해 “약 33%”라고 수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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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이 ‘거번먼트 어토니’를 예로 들면서 검사의 공직 기용을 당연시하는 것에 대해 법조계에선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의 거번먼트 어토니는 수사와 기소도 맡지만, 일반적인 정부의 법무 업무를 수행해 사실상 ‘법무부 공무원’에 가깝기 때문이다. 한국의 검사처럼 수사 업무만 전담하고 ‘검사동일체’에 따라 조직화된 실체도 없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정부 측 입장에서 법률적 문제를 대리하면서 다양한 분야를 접하는 거번먼트 어토니와 부패 비리 수사를 주로 맡는 특수부 검사는 일의 성격이 많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검찰 출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에 대해선 “경제학과 회계학을 전공한 사람이고, 오랜 세월 금융수사 활동 과정에서 금감원과의 협업 경험이 많은 사람”이라며 “금융감독규제나 시장조사에 대한 전문가이기 때문에 저는 아주 적임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금감원이나 공정거래위원회 같은 경우에는 규제기관이고 적법절차와 법적 기준을 가지고 예측 가능하게 일을 해야 하는 곳이기 때문에 법 집행을 다룬 사람들이 가서 역량을 발휘하기에 아주 적절한 자리라고 저는 늘 생각을 해왔다”고 말했다. 언론과 야당의 ‘검찰공화국’ 우려를 받아친 모양새였다. 그러자 정치권 등에선 “검찰 관련 문제에 있어서는 윤 대통령이 마이웨이식 행보를 보인다”는 해석이 나왔다. 특히 검찰 출신 인사 편중은 대통령실 요직과 정부의 인사 라인 장악 등을 총체적으로 지적한 것인데, 윤 대통령은 ‘이복현 금감원장 문제’로만 한정해서 해명했다는 것이다.

다만 공정거래위원장 후보로 거론됐던 강수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후보군에서 제외된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특히 윤 대통령의 ‘민변 도배’ 발언을 겨냥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민변이 국가기관인가, 권력기관인가. 사회단체 아닌가”라며 “본인이 다르게 하면 되는 것이지 ‘전 정부가 이렇게 했으니 나도 할래’라고 하는 것은 얼마나 1차원적 접근인가”라고 지적했다. 지은석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는 “과거 정부도 ‘민변’ 편중 인사를 했으니 현 정부도 검사 중심으로 편중 인사를 해도 된다는 식의 오해 소지가 있을 수 있는 말”이라고 했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금감원장은) 금융 전문가로서 금융 관행에 대한 전문 지식 등이 있는 분이 하셔야 하는데, 전 부장검사가 갔다고 하는 것은 시장에 주는 메시지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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