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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기업 거품 계속 꺼질 것…좋은 팀 걸러내 투자할 기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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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 아마존, 메타. 미국 5대 빅테크 공룡의 시가총액은 올해 들어 총 2조달러 이상 ‘증발’했다. 지난 4월 증시 폭락에 비하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고(高)연봉을 앞세워 실리콘밸리 인재들을 무서운 속도로 빨아들이던 것도 옛일이다. 우버는 마케팅·인센티브·채용 등에서 씀씀이를 줄이겠다고 공개 선언했고, 로빈후드는 정직원의 9%를 감축하기로 결정했다. 국내 빅테크 주가 역시 부진하기는 마찬가지. 작년부터 하락세로 돌아선 네이버·카카오 주가는 최근 6개월간 각각 26.7%, 29.2% 하락했다(6월5일 기준). 게임사들의 표정도 밝지 않다. 같은 기간 동안 엔씨소프트 주가는 -36.9%, 넷마블 주가는 -30.6%를 기록했다. 크래프톤·카카오게임즈(2K) 주가도 각각 46.5%, 31.4%씩 떨어졌다.

인플레·중국 봉쇄·공급망 불안 겹쳐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박, 중국 봉쇄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공급망 불안 등 악재가 겹쳤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 경기침체) 우려가 직격탄이 됐다. 실적이 탄탄한 빅테크까지 흔들리는 마당이니, 미래 가치로 평가받는 기술 기업의 기업가치는 꺼지는 중이다.

국내 빅테크 주가 추이.

국내 빅테크 주가 추이.

기술기업을 둘러싼 ‘거품론’을 바라보는 국내 벤처투자 전문가의 시각은 어떨까. 팩플팀은 지난 5월 26일부터 30일까지 국내 주요 벤처캐피털(VC) 및 엑셀러레이팅 법인 등 벤처투자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매쉬업엔젤스, 퓨처플레이, 네이버D2SF, 스파크랩, 캡스톤파트너스, 뮤렉스파트너스, 디캠프, 임정욱 TBT 벤처파트너, 김도현 국민대학교 교수 등 총 9인이 응답했다. 응답자 9명 중 7명(77%)은 시장상황 변화에 따라 기술기업들의 몸값이 계속 꺼질 것이라는 전망, 일명 ‘테크버블’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특히, 펀드를 조성·운용하는 투자법인(7명)으로 좁히면 70%가 “그렇다”고 답했다. ‘대체로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은 9명 중 1명(11%)에 그쳤다.

김도현 국민대학교 교수는 “투자자들이 두려움과 불안감으로 투자를 줄이고, 금리 인상에 따른 출자자(LP)들의 출자 축소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일부 스타트업의 사업 중단 현상도 곧 나타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택경 매쉬업엔젤스 대표는 “스타트업 기업가치가 과열된 면이 있다”며 “상장 시장의 기업가치가 글로벌 양적긴축 등으로 하락한 데 비해 일부 비상장 유니콘의 기업가치가 더 높은 현상이 있어 어느 정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투자사 대표들은 “투자 방향을 바꾸거나 투자 규모를 줄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오히려 지금이 적절한 값에 옥(玉)에 투자할 기회란 점에서다.

팩플팀은 지난 5월 26일부터 30일까지 국내 주요 벤처캐피털(VC) 및 엑셀러레이팅 법인 등 벤처투자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팩플팀은 지난 5월 26일부터 30일까지 국내 주요 벤처캐피털(VC) 및 엑셀러레이팅 법인 등 벤처투자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들은 “길게 보면 테크 기업의 가치는 증가할 것이고, 일시적 가격 하락은 오히려 투자 기회(김영덕 디캠프 대표)” “금융위기는 시장의 기회를 만들고, 그 기회는 미래의 큰 스타트업이 만들어질 조건(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 “1~2년 정도의 불황을 이겨낼 기업에 투자하면 이후에 더 좋은 성과를 거둔다는 걸, 과거의 경험으로 알고 있다(송은강 캡스톤파트너스 대표)” “진검 승부하는 좋은 팀들을 만날 기회(양상환 네이버 D2SF 리더)” 등의 의견을 냈다.

다만 투자 방향은 수정할 것이란 입장이다. 이범석 뮤렉스파트너스 대표는 “지난 10년간 스타트업의 성공 방정식이었던 ‘성장 최우선’이 아닌 ‘지속가능한 성장(Profitable Growth)’ 측면에서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닷컴버블과 비슷한 테크버블

2015년 80개였던 전 세계 유니콘은 올해 2월 1000개를 넘어섰다. 코로나19 이후 뭉칫돈이 몰리는 테크업계를 두고 2000년대초 닷컴버블을 떠올리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31일 “지난 2년간의 테크 투자 광기는 본 적 없던 것이고, (테크업계의 불확실성에) 경제 불안과 인플레이션까지 겹친 적도 없었다”며 “투자 하락세가 지속되면 (유니콘 줄폐업 등) 큰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김호민 스파크랩 공동대표는 “시장에 돈이 많이 풀려 매출·이익 같은 지표보다 성장에 치우쳐 있다는 점”을, 김영덕 디캠프 대표는 “단기간에 기업가치가 폭등한 점”을 공통점으로 꼽았다. 김영덕 대표는 그러나 “(그때와 달리) 기업의 매출과 이익이 상당하게 나오고 있어 현재는 버블이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주력 사업·고객에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는 “명확하지 않은 핵심 역량, 시장가치가 너무 고평가된 기업은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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