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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하는 이재명…친명·친문은 벌써 전당대회 싸움 돌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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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재명

이재명

친문(親文) 대 친명(親明) 그룹 간 내전으로 치닫는 듯했던 더불어민주당의 지방선거 패배 책임 공방이 5일 잠시 소강 국면을 맞았다. 지방선거 패배 다음 날인 지난 2일, 국회의원·당무위원 연석회의가 열린 3일 친문과 친낙(친이낙연)그룹은 일제히 ‘이재명 책임론’을 제기했고, 4일 “이재명 죽이기”라는 친명의 반격이 이어졌지만 공방은 이날 뚝 끊겼다.

쉼표를 만든 건 이재명 의원의 침묵이었다. 이 의원은 보궐선거 당선이 확실시되던 1일 밤 12시 무렵 계양을 선거사무소에 등장해 “어쨌든 전체 선거가 예상됐던 어려운 상황이긴 하지만 국민들의 이 따가운 질책과 이 엄중한 경고를 낮은 자세로 겸허하게 잘 받들도록 하겠다”고 말한 뒤 4일째 공개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있다. 예정됐던 이번주 초 방송 출연 일정도 다 취소했다고 한다. 계파색이 엷은 수도권 재선 의원은 “친문 진영의 공세는 이 의원의 8월 당권 도전 명분을 침식하기 위한 조직적 움직임인데 당사자가 반응하지 않으니 더 이상 때리기도 난처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친명그룹의 대응은 이 의원의 침묵과 맞물려 살짝 치고 빠지는 ‘아웃 복싱’ 같은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의원의 측근인 김남국 의원은 4일 “(3일 연석회의는) 오로지 네 탓 타령만 가득했다. 반성보다 당권에 대한 사심이 가득해 보였다”는 평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러면서 “민주당 쇄신 의지가 아니라 계파의 이익이 먼저인 것 같아 너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호남의 친명계인 민형배 무소속 의원은 “좀 잔인한 게 아닌가. 피를 철철 흘리고 있는 자기 당 동지들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니 말이다”라고 반응했다.

이는 “이 의원과 송영길 전 대표를 인천 계양을과 서울시장에 공천하는 과정을 조사해야 한다”(일부 의원의 연석회의 주장)는 친문·친낙의 공세에 비하면 수위가 낮은 대응이었다. 친명그룹의 한 초선 의원은 “대거리를 하면 둘 다 명분을 잃고 감정의 골만 파일 뿐”이라며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게 이 의원을 비롯한 그룹 내부의 대체적인 분위기”라고 말했다.

본인의 침묵에도 이 의원의 8월 당권 도전은 계파를 불문하고 상수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친문그룹의 수도권 재선 의원은 “침묵은 굳이 당권을 잡고야 말겠다는 욕심의 표현”이라고 말했고, 친명그룹의 핵심 인사도 “당권 도전은 이미 지방선거 전에 정리된 것”이라고 말했다. 친명계 의원의 한 보좌관은 “친명계 의원 중에도 일부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는 모습이 바람직하다는 취지로 당권 도전을 만류하는 이도 있지만 소수일 뿐”이라고 전했다.

친명계 주변에선 이미 당권 도전 여부보다는 ‘확실한 당선’을 위한 방법론을 고민하는 분위기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강경파인 정청래·김용민 의원은 4일 일제히 “전당대회에서 권리당원과 대의원의 투표 반영 비율을 조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꺼냈다. 전국 대의원 45%, 권리당원 40%, 일반국민 여론조사 10%, 일반당원 여론조사 5%를 합산해 순위를 매기는 전당대회 본경선 방식을 지난 4월 당 정당혁신추진위원회가 발표한 대로 대의원 20%, 권리당원 45%, 일반당원 5%, 국민여론조사 30%로 변경하자는 주장이다. 친명계 초선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은 권리당원의 엄청난 지지를 받아도 대의원 투표 결과에 따라 낙선할 수 있는 구조”라며 “조정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강성 권리당원들의 여론에 휩쓸리는 게 민주당의 문제라는 지적이 많은 상황에서 권리당원 투표의 반영 비율을 높이는 건 특정인 당선을 위한 무리수”(친문 재선의원)라는 반박도 있어 향후 논란이 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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