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일 차관급인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에 자신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검찰 출신 조상준 변호사를 임명했다. 조 실장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함께 윤 대통령의 검찰 재직시절 최측근으로 꼽힌다. 윤 대통령이 국정원의 인사 및 예산 관리를 총괄하는 기조실장에 이른바 ‘믿을맨’을 발탁해 국정원 내부 개혁에 강공 드라이브를 거는 것 아니냐는 정치권 분석이 나온다.
특수통 검사 출신인 조 실장은 2006년 현대차 비자금 수사 때 윤 대통령과 대검 중수부에서 함께 근무하며 본격 인연을 맺었다. 당시 ‘드림팀’으로 불리던 중수부에 함께 몸담았던 또 다른 이가 한 장관이다. 두 사람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재직할 당시 각각 대검 형사부장, 반부패강력부장을 맡아 윤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검찰 간부 출신의 변호사는 “조 실장과 한 장관은 각각 윤 대통령의 왼팔, 오른팔로 불릴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검 간부 출신 변호사는 “매일 아침 회의가 끝나고도 윤 총장이 두 사람을 내보내지 않은 날이 많았다. 단순한 참모가 아니라 오랜 형제의 연을 맺은 사이”라고 했다.
새 정부 인사 업무에 관여한 여권 인사는 “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대북 정보력이 약화하는 등 국정원 조직이 많이 무너진 상태”라며 “조 실장 발탁으로 국정원 정상화를 위한 내부 쇄신 작업이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 인사는 또 “역대 국정원이 직권남용, 특수활동비 전용 등으로 인해 곤란에 처한 경우가 많았다”며 “법과 원칙에 따른 업무수행의 필요성 또한 법조인 출신을 기조실장으로 발탁한 배경”이라고 덧붙였다.
국정원엔 장관급인 국정원장과 함께 네 자리의 차관급 정무직이 배치된다. 해외ㆍ북한 정보를 담당하는 1차장, 방첩 및 대공수사 담당 2차장, 사이버 담당 3차장, 국정원 내 조직과 예산을 담당하는 기조실장 등 4자리가 차관급 대우를 받는다.
이중 기조실장은 차관급 중 서열상 꼴찌지만, 실제론 국정원의 ‘2인자’로 불리는 핵심 자리다. 수천억 원에 달하는 공식 예산 외에, 비밀활동비ㆍ특수활동비 등 비공식 예산이 모두 기조실장의 승인을 거쳐 집행된다. 국정원 내부 인사 역시 기조실장이 총괄한다. 조직 장악에 필요한 돈과 인사를 모두 움켜쥔 자리가 바로 기조실장인 셈이다. 이 때문에 역대 정부에서도 국정원 기조실장에 권력과 가까운 외부 인사를 발탁하는 경우가 많았다.
윤 대통령은 방첩 및 대공수사를 담당하는 2차장엔 김수연 전 국정원 대공수사국장을 임명했다. 권춘택 1차장에 이어 2차장까지 내부 출신 발탁이다. 담당 업무의 전문성을 강화해 국정원이 미국 CIA, 이스라엘 모사드와 같은 진정한 정보기관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윤 대통령의 철학이 반영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국무총리비서실장엔 차장검사 출신인 박성근 변호사를 임명했다. 박 변호사는 한덕수 총리가 노무현 정부 총리로 재직하던 2007년 당시 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에 파견돼 근무한 경험이 있다. 또 윤 대통령은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엔 윤수현 공정위 상임위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엔 박윤규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을 각각 임명했다. 두 사람은 내부 발탁 인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