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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빠진 車서 혼자 나온 오빠…해경은 '살인'혐의 적용했다 [사건추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부산 동백항 사고 전 오빠 A씨가 차의 짐을 빼놓고 있다. 사진 현장 CCTV

부산 동백항 사고 전 오빠 A씨가 차의 짐을 빼놓고 있다. 사진 현장 CCTV

“고의로 사고 냈다”…살인 혐의 적용 

부산 기장군 동백항에서 차량이 바다에 빠져 여동생(40)이 사망한 사건을 조사 중인 해경이 동승자인 오빠(43)에 대해 살인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차량 현장실험을 통해 조수석에서의 조작 가능성을 확인한 데 이어 A씨가 사고 전 현장을 사전답사한 점 등으로 미뤄 계획적인 살해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울산해경은 “지난달 3일 오후 2시 동백항에서 발생한 차량 추락사고 과정에서 동생을 고의적으로 살해한 혐의(살인)로 전날 오빠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일 밝혔다. 사고 당시 A씨는 주차됐던 소형차 스파크가 서서히 직진한 뒤 바다에 빠지자 조수석에서 탈출했지만, 동생은 운전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해경은 뇌종양을 앓던 여동생 보험금이 사고 전 5000만 원에서 5억 원으로 상향되고 수익자가 A씨로 변경된 점 등을 토대로 수사를 벌여왔다.

당초 해경은 A씨가 여동생의 극단적 선택을 인지하고도 제지하지 않았다고 봐 자살방조에 혐의점을 뒀다. 그러나 현장 폐쇄회로TV(CCTV)에 남겨진 사고 상황을 토대로 차량 현장실험 등을 한 결과 계획된 범행이라고 결론지었다. 사고 당시 차량 조수석에 탑승했던 A씨는 “운전석에 있던 여동생의 운전 미숙으로 일어난 사고다. 정확한 상황은 보지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해경은 멈춰있던 차가 서서히 바다로 직진하는 상황에서 A씨가 운전석 쪽으로 한껏 몸을 기울인 듯한 모습이 영상에 담긴 점에 주목했다. 이에 해경은 지난달 18일 진행된 차량 현장실험을 통해 조수석에서 몸을 기울이면 차량 조작이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A씨 진술과 달리 사고 당시 차량 운전을 동생이 아닌 오빠가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을 내린 근거다.

부산 기장군 동백항 사고 현장에서 소방대원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부산소방재난본부

부산 기장군 동백항 사고 현장에서 소방대원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부산소방재난본부

사고 하루 전 현장 찾아…조수석 ‘주행연습’

해경은 사고 현장이 찍힌 CCTV 조사 결과 사고 하루 전날인 지난달 2일에도 A씨가 사고 현장인 동백항을 방문한 모습을 확인했다. 똑같은 스파크를 몰고 온 A씨는 이튿날 추락 사고가 난 지점 부근에 주차한 후 차량에서 내렸다. 이후 스파크는 사고 당시와 유사하게 A씨가 조수석에 있는 상태에서도 브레이크 등이 켜지고 꺼지기를 반복하더니 조금씩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다.

이흥우 영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복잡하거나 위험한 범행을 준비하는 경우 현장을 미리 방문해 지형지물을 파악하고 일종의 예행연습을 벌이는 경우가 흔하다”며 “영상을 보면 A씨는 조수석에서 실제로 차량 조작이 가능한지를 사전에 확인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사고 당일 A씨는 차를 몰고 와 헤매는 기색도 없이 바다 추락 방지턱이 없는 곳에 곧장 차를 세운다”며 “이 또한 A씨가 사전 방문을 통해 동백항 구조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해경과 별도로 부산경찰청도 A씨와 관련한 사고 기록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지난해 7월 A씨 남매의 아버지가 차를 몰던 중 낙동강에 빠져 숨지는 사고 등과의 연관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아버지 사망 후 보험금 1억여 원은 남매에게 지급됐다. 사고 당시 A씨는 “아버지와 함께 낚시를 왔는데 연락이 끊겼다”고 신고를 했다. 경찰 관계자는 “동백항 사고를 통해 A씨에 대한 여러 의혹이 제기돼 새로운 단서 등 재수사 가능성을 검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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