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채권으로 부자되기? 금융다단계 주의보

중앙일보

입력

"론스타를 벤치마킹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

개인투자자 A씨는 최근 인터넷 포털의 한 카페에서 부실채권 투자를 권유하는 쪽지를 받았다. 부실채권을 매입하면 100만원 소액투자로 5개월 수익률 150%가 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채권이라면 투자 단위가 커서 부자들만 살 수 있는 것으로 여겼던 A씨는 일단 수익률 150%라는 말에 호기심이 발동했다.

이 카페는 'IMF 금융위기 이후 외국계회사가 헐값에 사들인 부실근저당채권이 다시 우리 국민들에게 비싼 값에 팔리고 있다'며 부실채권을 개인투자자들이 몰라서 투자하지 못한 '재테크의 블루오션'으로 소개하고 있었다.

부실채권은 은행이나 저축은행, 카드회사 등 금융기관의 대출금 중 기업 부도, 가계 파산으로 회수가 어려운 채권을 말한다. 대출금 회수가 어려운 만큼 헐값에 거래되지만 리스크가 크고 채권 단위가 크기 때문에 기업이나 고액 자산가가 아닌 일반인이 매매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 카페에 홍보된 OOO자산운용회사는 일명 AMC(자산관리회사). AMC는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부실기업 채권과 일반 소비자들의 각종 연체채권, 일반 상거래 채권을 매수해 추심행위를 하는데 신용정보사와 달리 신용정보법의 규제를 받지 않아 무리한 추심행위가 발생하기도 한다. 면세기업이라고 홍보하는 일부 AMC는 사실상 탈세를 하는 경우가 많다.

부실채권 보유자산이 1조원에 달하며 저축은행 인수 계획까지 있다고 홍보한 이 회사는 100만원을 투자하면 200만원어치의 채권을 투자자 명의로 양도하고 5개월간 주당 6만5000원을 지급한다고 밝히고 있다. 투자자의 채권 추심을 회사가 대행해 추심이 완료되면 45%를 수수료 명목으로 갖고 나머지 55%를 투자자가 갖게 되며, 5개월 뒤 추심이 되지 않아도 5개월간 주당 6만5000원씩 지급된 금액이 수익률로 환산하면 40%에 이른다는 것.

이 회사 관계자는 "투자자가 부실채권에 투자하면 추심을 대행해 수익을 회수하고 투자한 금액만큼 수익을 배당하는 형식으로 펀드와 같은 개념"이라며 "다수의 펀드매니저들이 채권 관리를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처럼 실현 불가능한 수익률을 명시하고 투자자에게 자금을 모집해 중간 배당 명목으로 수익을 지급하는 것은 전형적인 다단계 판매 방식이다. 추심 회수가 되지 않으면 뒤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의 자금으로 먼저 투자한 투자자들에게 배당을 지급하게 되는 것이다.

강남구 삼성동의 한 채권매매 중개업자는 "부실채권은 말 그대로 부실한 채권이라 추심이 된다는 보장이 없고 추심이 되지 않은 채권은 휴지조각일 뿐"이라며 "투자대상만 채권으로 바뀌었을 뿐 다단계 판매와 다르지 않다"고 일축했다.

그는 이어 "최근 채권시장에 금융다단계로 의심되는 기업이 있다"며 "특히 부실채권 자체의 리스크가 워낙 큰 만큼 수익률에 현혹되지 말고 투자를 삼가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금감원 관계자는 "허가없이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익률을 명시하고 자금을 모집, 운용하는 것은 유사수신행위로 불법"이라며 "최근 인터넷 카페를 통해 투자정보가 늘어나고 있지만 그만큼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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