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6년 만에 돌아온 ‘햄릿’…박정자·손숙 “배우1·2 맡았지만 너무 행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6면

연극 ‘햄릿’이 7월 13일부터 한 달간 국립극장 무대에 오른다. 정동환, 전무송, 손숙 등 원로 배우들이 조연으로 극을 받친다. [연합뉴스]

연극 ‘햄릿’이 7월 13일부터 한 달간 국립극장 무대에 오른다. 정동환, 전무송, 손숙 등 원로 배우들이 조연으로 극을 받친다. [연합뉴스]

“다들 ‘무덤파기’ 역을 그렇게 바라는지 몰랐네. 그 역을 내놓고 내가 햄릿 할 걸.” 지팡이를 짚고 느릿느릿 나타난 81세 관록의 배우 권성덕의 농담에 장내에 웃음이 터졌다. 25일 오후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열린 연극 ‘햄릿’ 제작발표회에서 “무덤파기 역이 하고 싶었다”(정동환), “무덤파기 역을 뺏겼다”(유인촌)는 말에 ‘무덤파기’ 역 권성덕의 대답이었다.

‘햄릿’이 돌아온다. 새 햄릿은 강필석(44), 오필리어는 박지연(34)이 맡았다. 신시컴퍼니가 제작했다. 이번 공연 연출은 2016년 이해랑 탄생 100주년 당시 ‘햄릿’ 연출가 손진책이 그대로 맡았다. 손진책은 “죽음을 바라보는 인간의 내면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햄릿 역 강필석은 국립극단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와 뮤지컬 등을 보고, 오필리어 역 박지연도 뮤지컬을 보고 캐스팅했다. 그는 “제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격’이 있는 연극인데, 그(햄릿) 역을 멋지게 소화하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필석은 “아직 연습실에서 (긴장해서) 정신이 우주에 가 있다”며 “박정자 선생님 첫 대사에 심장이 너무 뛰어 감히 대사를 못 하겠더라”라고 말했다. 이번 ‘햄릿’에서는 여성 캐릭터인 오필리어와 거트루드도 새롭게 그려진다. 박지연은 “순정적인 오필리어가 아니라, 진취적이고 자기 생각을 말하는 젊은 감각의 오필리어를 만들고 싶다는 설명에, 호기심과 큰 기대를 갖고 참여했다”고 말했다.

이번 ‘새 얼굴’ 햄릿과 오필리어는 평생을 연극 무대에서 보낸 선배들에게 둘러싸여 연기한다. ‘햄릿’에만 몇 번씩 출연한 대배우들이다. 햄릿의 삼촌 클로디어스는 유인촌(71), 오필리어의 아버지 폴로니우스는 정동환(73)이 맡았다. 햄릿에게 죽음을 암시하는 ‘유령’은 전무송(81)이, 햄릿의 어머니 거트루드는 김성녀(72)다. ‘무덤파기’ 역의 권성덕 외에 박정자(80), 손숙(78), 윤석화(66), 손봉숙(66), 길해연(58) 등이 배우1~4 등 여러 역을 나눠 맡았다. 김수현(52), 박건형(45), 김명기(42) 이호철(35) 등이 그나마 젊은 배우진이다.

전무송과 정동환은 ‘햄릿’이 네 번째. 손봉숙은 세 번째다. 박정자와 손숙·김성녀·유인촌도 6년 전 ‘햄릿’ 공연에도 참여했다. 6년 전엔 ‘햄릿’ 역을 맡았던 유인촌은 “전엔 복수하는 연기를 하다가 이번엔 복수를 당하는 입장”이라며 “끝까지 잘 버티는 나쁜 놈의 전형을 표현해보겠다. 우리 주변에 그런 사람 많은데, 잘 찾아서 잘 섞어보겠다”고 말했다.

‘배우1’부터 단역을 나눠 가진 원로 배우들은 배역의 크기보다 공연의 의미를 강조했다. 박정자는 “그냥 ‘배우1’인데 연습 가는 마음이 너무 행복하다”며 “평생 단역과 조연을 더 많이 해서 그 소중함을 잘 안다”고 말했다. 그는 “여든이 넘다 보니 대사 외우기가 어려운데, 대사가 적어서 좋다”고 농담을 던졌고, 손숙도 “6년 전 거트루드 왕비가 이번엔 ‘배우2’로 전락했는데도 행복하고 즐겁다”며 웃었다.

‘햄릿’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1221석)에서 오는 7월 13일부터 한 달간 공연한다. 박명성 프로듀서는 “대극장 연극이 실종되다시피 한 요즘, 배우들과 힘을 합쳐서 새로운 스타일의 연극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하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